'코로나 진원지' 낙인찍힌 유럽...모든 것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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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진원지' 낙인찍힌 유럽...모든 것이 멈췄다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3.18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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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유럽은 새로운 코로나 진원지"
이탈리아 등 EU 국가 "꼭 필요할때만 외출하라"
유럽 1~2분기 GDP, 2008년보다 2배 악화될 수도
이탈리아 로마의 한 병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중증 환자를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탈리아 로마의 한 병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중증 환자를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불과 2주 전인 3월 초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유럽은 이제 '코로나의 진원지'라는 불명예스러운 수식어가 붙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각) 유럽이 코로나19의 진원지(epicentre)가 됐다고 언급했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됐을 당시보다 유럽에서 더 많은 사례가 보고됐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경우 중국보다 사망자수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 시점에서 코로나19 확진자수가 가장 많은 국가는 중국(8만905명)이며, 그 뒤를 이탈리아(3만1506명), 이란(1만6169명), 스페인(1만1826명), 독일(9367명)이 잇고 있다.

중국의 경우 코로나 확진자수 증가가 두자릿 수대로 현저히 줄어든 반면 이탈리아는 하루 3000명 넘게 늘어나고 있다. 스페인과 독일에서도 빠른 속도로 확진자가 늘고 있는 상태다. 

EU 각국은 국경을 봉쇄하며 모든 문을 걸어잠궜다. 30일동안 외국인의 EU 여행도 제한했다. 프랑스와 스페인 등 일부에서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유럽대륙을 순식간에 얼어붙게 만든 것이다. 

영안실 부족 이탈리아, 성당에 시신 안치

코로나19 사태가 가장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는 곳은 바로 이탈리아다.

17일 오후 6시 기준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진자수는 3만1500명으로 전일대비 3526명이 늘었다. 사망자수도 2503명에 달해 전일대비 345명 증가했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등장한 북부 롬바르디아주에서 30분 떨어진 베르가모에서는 최근 일주일동안 385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끊이지 않는 사망 소식에 화장장은 매일 24시간 가동되고 있으며, 영안실도 부족해 성당 안에 시신을 안치할 정도다. 이 지역의 일간지 '레코 디 베르가모'의 부고 면은 10페이지에 달했다.

확진자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반면, 의료진의 대응 여력은 한계가 있어 좀처럼 코로나19 확산을 막아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이웃 나라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쉽지 않다. 유럽 각국의 상황이 모두 비슷하기 때문에 이웃 나라를 도와줄 여력이 없는 것이다. 심지어 독일과 프랑스, 체코는 의료용 마스크를 비롯한 의료용품의 수출을 금지하고 나섰다. 

독일의 경우 내부 사정도 녹록지 않다. 독일은 현재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확진자가 많은 국가로, 이미 우리나라의 확진자수를 넘어섰으며 확진자수도 하루 1000명씩 늘고 있는 추세다.

독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이미 지난 15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위스, 룩셈부르크, 덴마크 국경에서 이동 금지 조치를 내렸다. 생필품점을 제외한 모든 상점과 공공시설 운영이 금지됐으며, 모든 종교활동도 제한됐다. 

스페인과 프랑스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탈리아에 이어 유럽 내에서 두번째로 확진자수가 많은 스페인은 수도 마드리드 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의 아내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됐을 정도다.

이에 스페인은 모든 상업기관의 문을 닫고, 필수적인 경우를 제외한 외출을 자제할 것을 명령했다. 이와 함께 민간 병원과 의료 서비스 사업을 일시적으로 국유화하기로 했다. 

프랑스도 스페인과 마찬가지로 상업시설의 문을 닫았으며 필수적인 이유를 제외한 이동 금지령을 내렸다. 지난 15일 1차 지방선거는 그대로 실시했으나 22일로 예정된 지방선거 결선 투표는 전격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영국의 경우 코로나19와 관련한 미온적인 태도로 비난을 받았으나, 최근 태도를 바꿔 강경한 대응에 나섰다. 불필요한 이동을 금지하고, 필요하지 않은 접촉은 자제하며, 술집과 클럽, 각종 공연장 출입도 피할 것을 권고했다.

당초 보리스 존슨 총리가 감기 증상이 있다면 7일간 자가격리하고, 그렇지 않으면 정상 생활을 해도 좋다고 발언한 것에서 상당히 강경해진 태도다.

이와 함께 의료 인프라 확충에도 나섰다. 이탈리아의 경우 병상 및 의료용품 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을 지켜보며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호텔을 병원으로 사용하거나, 검사 및 격리를 거부하는 의심 환자에 대한 벌금 부과 등 강경책을 내놨다. 

멈춰버린 유럽..경제적 파장은?

유럽 대륙은 말 그대로 그 자리에 멈춰버렸다. 이에 따른 경제적인 악영향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2배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유럽의 올해 1분기~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2배 이상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코로나19 확진자수가 유럽 내에서 가장 많은 이탈리아의 경우 현재 GDP 수준은 지난 2000년보다 고작 5% 높은 상황. 실업률과 정부 부채 역시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높은 편인데다, 이탈리아의 금융 시스템은 유독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이탈리아의 부실채권(NPL) 비율은 7.2%로 유럽 평균(2.9%)을 크게 웃돈다"며 "이탈리아가 기술적 불황을 겪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보건위기가 경제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언론은 "이탈리아 경기가 5월~6월께 회복세로 들어선다 하더라도 3월 경제활동이 20% 감소해 올해 1분기~2분기 GDP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2배 이상 악화될 것"이라며 "유럽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유럽 관광객들이 유럽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만일 코로나19가 향후 몇달 이내에 안정된다 하더라도 여름 관광 수요를 놓칠 수 있고, 기업들도 이에 따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유럽 코로나19 현황. 사진=연합뉴스
유럽 코로나19 확산 현황. 사진=연합뉴스

유럽국가, 엄청난 돈 풀어 경기부양 나서 

이같은 경제적인 충격을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 유럽 국가들은 엄청난 규모의 돈을 풀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조치 내놓은 것은 스페인이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이날 대국민담화를 통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기업과 자영업자를 위해 총 2000억유로(약 274조원) 규모를 풀기로 했다. 이는 스페인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0%에 달하는 규모다. 

프랑스는 3000억유로(약 411조원) 규모의 은행 대출을 보증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세금 및 사회보장 기여금 납부를 연기하고, 융자 상환을 늦출 수 있도록 돕겠다는 조치도 내놨다. 앞서 독일은 5500억유로(약 754조원)에 달하는 긴급 대출을 제시한 바 있다. 

스웨덴은 16일 3000억 스웨덴크로나(약 38조원)에 달하는 재정지출 확대안을 내놨고, 스웨덴 중앙은행인 릭스방크 역시 같은 규모의 양적완화 정책을 내놨다. 지난주에도 릭스방크는 기업대출을 최대 5000억 스웨덴크로나(약 63조원)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기업들에게는 일부 세금의 납부 기한을 최대 1년간 연장하는 방안도 내놨다. 

유럽중앙은행(ECB)은 12일 시중은행에 1200유로(약 163조원) 규모의 자금을 공급키로 결정했다. 금리는 동결한 대신 기존 월 200억유로 수준의 순자산 매입에 이어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1200억유로를 추가적으로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관건은 이같은 정책이 실물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지 여부다. 코로나19로 인해 시민들이 외부활동을 완전히 멈추면서 실물경제의 타격이 가장 크게 우려되고 있다. 

마르첼 알렉산드로비치 제프리즈 이코노미스트는 가디언을 통해 "희망하는 것은 (유럽 각국의) 이러한 조치들이 실물 경제로 전달되는 것"이라며 정부와 가계, 기업의 차입비용을 낮추면서 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한다면, 최악의 전염병 사태에서 더 강력한 회복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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