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 금리' 금융권 수익악화 비상...보험사 M&A도 급브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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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대 금리' 금융권 수익악화 비상...보험사 M&A도 급브레이크
  • 유호영 기자
  • 승인 2020.03.18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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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예대마진 축소 불가피...각 은행마다 2천억원대 순익 축소
보험사, 자산운용이익 비상...150조원 확정금리형 상품 '어쩌나'
푸르덴셜생명, KDB생명 M&A 작업 차질...인수가 하락 불가피
기준금리하락으로 예대마진 축소가 기정사실화 되면서 은행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유호영 기자] 사상 첫 '제로금리'시대가 열리면서 은행업계, 보험업계 등의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다. 초저금리로 인해 은행의 예대마진과 보험사의 운용자산이익률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은행업계는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간 차이)'축소에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하락하면 예금 및 대출금리가 동반해서 떨어진다. 

최근 은행간 경쟁 심화로 예금금리를 큰 폭으로 줄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출금리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커지게 되면 은행의 수익성은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기준금리가 0.5% 포인트 내려가면 은행은 예대마진을 포함한 순이자마진은 0.06%포인트 하락한다"며 "은행 수익구조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예대마진이 줄어들게 됨으로써 순이익이 약 2000억원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7년말 1.81%였던 시중은행의 예대마진율은 2018년말 1.67%, 지난해 말 1.62%까지 떨어졌다. 

대출금리는 감독당국의 간접적 압박으로 올리지 못했고 예금금리는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 비율) 규제와 오픈뱅킹에 따른 고객이탈 우려로 쉽사리 내리지 못한 결과였다.

은행업계는 이러한 수익악화가 제로금리시대에 들어서면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대출이자 인하가 눈에 띄지 않을 경우 가계 대출을 많이 받은 고객들의 불만이 커질수도 있다며, 눈치를 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기준금리인하로 인한 보험업계의 자산운용이익율 하락 등으로 경영악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보험업계 또한 기준금리 하락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보험사는 고객으로부터 납입받은 보험료를 채권 등에 투자해 경영수익을 올리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자산운용이익률 이 낮아져 수익률 악화 정도가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사실 기준금리 인하 전에도 보험사들의 경영상황은 좋지 않았다.

17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9년 보험회사 경영실적 자료에 따르면 국내 생명보험회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조1140억원으로 전년 4조325억원 대비 22.8%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손해보험회사 역시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2조2227억원인 것으로 나타나 2018년 3조2538억원 대비 31.7%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저성장, 저출산, 코로나19에 설상가상으로 금리인하까지 겹쳐 영업위축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채권으로 수익을 실현해야하는 보험사들이 낮은 금리로 인해 수익 지속가능성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보험협회 관계자는 "생명보험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은 지난해 11월말 3.5%로 역대 최저수준을 기록했다"며 "2016년 3%대로 이익률이 떨어진 이후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인데 이번 금리인하까지 겹쳐 업계의 위기감이 심각하다"고 밝혔다. 

뿐만아니라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대형 생보사들은 역마진도 걱정해야할 상황이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작년 6월말 기준 확정금리형 보험상품은 244조4000억원이며 60%가 넘는 수준인 149조8000억원이 5% 이상의 고금리 확정형 상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운용수익률이 3%대에서 머무르고 있는 상황에 비춰봤을때 심각한 역마진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초저금리 상황이 계속되면 생명보험사의 역마진은 확대될 수 밖에 없다"며 "기존의 고금리 확정형 상품에 더해 여타 금리확정형 상품의 계약 비중도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기에 금리 상승 없이는 마진 확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거시경제 환경의 변화로 순조롭게 진행되던 푸르덴셜생명 인수합병 과정에 난관이 생겼다. 사진제공=푸르덴셜생명
거시경제 환경의 변화로 순조롭게 진행되던 푸르덴셜생명 인수합병 과정에 난관이 생겼다. 사진제공=푸르덴셜생명

보험사 피인수합병 작업, 악영향 또는 진행중단 

보험업계의 손해 누적으로 인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보험사 인수합병(M&A)작업이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푸르덴셜 생명의 경우, 오는 19일 본입찰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M&A 인수 후보들은 막판 가격 조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후보들은 대부분 예비입찰에서 2조원 이상의 가격을 써냈지만 내부에선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주가하락, 금리 인하 등 거시경제 환경이 급변하면서 보험사 M&A에 회의적인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푸르덴셜생명은 지급여력비율(RBC)이 515%로 국내 보험사 중 유일하게 500%를 넘고 있다. 지급여력비율이 재무건전성의 지표인 만큼 해당 부분에서 다른 보험사에 비해 탁월하다고 평가받아 M&A 시장에서 관심을 받았다. 

IB업계 관계자는 "푸르덴셜생명의 재무건전성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현재 업황 악화에서도 유지할 지는 장담할 수 없다"며 "매도자가 제시한 3조원은 고사하고 본입찰이 진행된 후에 '추가 가격 협상'을 통해 인수가격이 더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 M&A의 '빅딜'로 평가받았던 푸르덴셜생명 인수과정에도 예상치 못한 암초가 생긴 만큼 최근 몇달간 활발하게 진행됐던 다른 보험사들의 M&A 또한 쉽사리 진행될 수 없을 거라는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사실 푸르덴셜생명 인수과정에서도 인수자들이 종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것과는 달리 현재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 상황에서 푸르덴셜생명을 제외하고는 매력적인 매물이 없는게 사실이다. 코로나 사태로 동종업계 주가순자산비율(PBR)을 활용한 시장가격을 산출하기도 어려워져 당분간 M&A시장은 시장상황을 관망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말 산업은행이 매각 방침을 천명했던 KDB생명은 예상했던 대로 매각작업이 지지부진하다.

당시에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무리하게 매각을 강행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매각 천명이후 M&A시장에서 소외됐던 KDB는 최근 들어 더욱더 관심권에서 멀어진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매각을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하던 초기에 월납 보험료가 월 55억원 수준이었는데, 최근에는 월 20억원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라며 "신규 보험계약이 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미래가치가 소진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IB업계 관계자는 "KDB생명의 경우 M&A 작업과 관련해 논의되고 있는게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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