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희의 컬쳐 인사이트] ‘국립’ 발레단원의 일탈, 그 대가는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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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희의 컬쳐 인사이트] ‘국립’ 발레단원의 일탈, 그 대가는 쓰다
  • 권상희 문화평론가
  • 승인 2020.03.17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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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뉴스=권상희 문화평론가] 곧 봄이 올 거라는 즐거운 기대감으로 꽃샘추위를 보내던 날들이 분명 있었건만, 간만에 들숨 날숨 맘껏 호흡하기 좋은 쾌청한 날씨에도 계절을 온전히 느낄 수가 없다.

결코 벗을 수 없는 생필품이 돼버린 마스크. 약국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이 희망고문 같은 날, 오늘따라 유난히도 파란하늘에 원망 가득한 시선을 보낸다. 불편함이 거듭 돼도 익숙하지 않은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시시각각 쏟아지는 뉴스들, 온 세상이 코로나19 지뢰밭이 된 듯하다. 잘못 밟으면 터질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에 모든 일상이 멈춰버린 것 같은 시간. 그래도 이 힘든 시기를 굳건히 버텨주는 훌륭한 의료진들과 많은 이들이 보여주는 선한 영향력에 가슴 뭉클한 감동 한아름 안고 오늘을 살아낸다. 

그 누구라도 자유를 봉인해야만 하는 시기, 그러나 마음대로 봉인해제 하고 만끽한 자유는 대중의 엄중한 경고로 돌아왔다. 

◆ ‘도덕적 불감증’에 대한 대중의 성난 목소리

젊은 청춘의 럽스타그램을 비난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나대한이 연인과 함께 일본 여행을 다녀온 타이밍이 문제였다. 2월 중순 대구에서 ‘백조의 호수’ 공연을 마치고 국립발레단 단원들 모두는 24일부터 일주일 간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사이 그는 ‘여행’을 택했다. 

자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하고 단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국립발레단이 자체적으로 취한 조치를 휴가로 보낸 셈이다. 그것도 모자라 버젓이 그의 SNS에는 행복 가득한 여행사진들이 전시됐고, 맘대로 격리해제하고 간 여행은 대중의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일본 입국 시 거짓으로 서류를 기재했다는 의혹도 불거진 상태다. 

그 시기 폭증한 환자들로 대구는 전쟁터로 변했고, 규칙을 위반한 나대한의 ‘일탈’은 많은 이들의 아픔에 대한 공감능력의 상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에게 대중이 화가 난건 위중한 상황을 대하는 공동체 의식의 부재, 바로 그것이다. 타인의 아픔에 기꺼이 아파하는 것, 그리고 그것에 동참하는 것이 이 때, 반드시 필요한 시민의식이다. 

국립발레단은 발레단원 나대한의 일탈 행위가 알려진 이후 강수진 예술감독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 '나랏밥 먹는' 아티스트, 그 자체로 축복

그는 이번 일탈 행위로 국립발레단 사상 최초로 ‘해고’ 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본인의 행복을 전시한 대가치고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무거운 징계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흔히 말하는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조직에 속한 아티스트의 의무 위반 행위가 가져온 파장은 실로 큰 것이었다.

강수진 예술감독 부임 후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하고 있던 국립발레단의 위상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 나대한과 함께 자체 격리시기에 학원 특강을 해서 물의를 빚었던 수석 무용수 이재우, 솔리스트 김희현 역시 정직1개월, 3개월이라는 중징계가 내려졌다. 

‘국립’단체에 소속 된 아티스트라면 실력만큼이나 인성도 중요한 덕목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대중의 요구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징계는 국립발레단이 대중의 엄중한 목소리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쇄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공연계는 무기한 휴업 상태에 접어들었고, 많은 아티스트들은 언제 끝날지 모를 이 위기 상황에서 생활고에 직면해 있다. 막막함이 주는 불안함은 공포다. 무대가 아닌 길 위에 내몰린 예술가들은 이 모든 것이 두렵기만 하다. 

이 시기, 나랏밥 먹는 아티스트는 그 자체로 축복이다. 경제적으로 꽤 안정된 상황에서 코로나19 시국을 지날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함은 커녕 도리어 ‘도덕적 불감증’을 불러온 것은 아닐까. 

‘감사’를 잊고 의무를 위반한 '멋대로의 자유’, 그 대가는 쓰다. 

 

●권상희는 영화와 트렌드, 미디어 등 문화 전반의 흐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글을 통해 특유의 통찰력을 발휘하며 세상과 소통하길 바라는 문화평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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