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기준금리 역대최저 연 0.75%…‘가보지 않은 길’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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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기준금리 역대최저 연 0.75%…‘가보지 않은 길’ 들어섰다
  • 김솔이 기자
  • 승인 2020.03.1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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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한번에 0.50%p 인하
0%대 금리, 한국은행 설립 후 처음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반영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한국은행이 ‘0%대 기준금리’ 시대로 들어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에 들어서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향후 경제 충격과 금융시장 혼란이 예상을 뛰어넘을 경우 추가적인 대책이 나올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오후 임시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1.25%에서 연 0.75%로 0.5%포인트 내리는 ‘빅 컷(big cut)’을 결정했다. 금리가 0%대 영역에 도달한 건 한국은행 역사상 처음이다.

◆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심화”

무엇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예상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7일 열린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때까지만 해도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이달 4일과 10일 두 차례의 간부회의에서도 금리 조정에는 거리를 둔 바 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미국‧중동‧유럽 등을 중심으로 전세계로 번져나가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11일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을 선언하면서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가 기정사실화됐다. 그에 따른 파장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버금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데다, 공포심에 휩싸인 금융시장은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금통위는 의결문에서 “지난 통화정책방향 결정 이후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하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심화됐다”며 “그 영향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주가, 환율 등 주요 가격변수 변동성이 증대됐고 국제유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기준금리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확대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고 성장과 물가에 대한 파급영향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국내외 금융·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만큼 앞으로도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영하여 거시경제의 하방리스크와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통위는 또 이날 임시 회의에서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를 현재 연 0.50%~0.75%에서 연 0.25%로 내리기로 했다. 더불어 금융기관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지 않도록 환매조건부매매(RP) 대상증권에 은행채를 추가하기로 했다.

◆ 주요국 통화정책 공조 동참

이날 금통위 임시 회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으로서 임시 회의를 소집했다. 한국은행이 금통위 임시 회의를 통해 금리를 낮춘 건 2011년 9월 9·11 테러 직후와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두 차례뿐이다.

당초 한국은행은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 맞춰 17일이나 18일께 금통위 임시 회의를 열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연준이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일요일이었던 15일(현지시간) 정례회의를 사흘 앞당겨 긴급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한국은행이 빠르게 움직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연준에 앞서 주요국 중앙은행도 코로나19 확산세에 잇따라 기준금리 내리는 등 완화적 통화정책을 단행한 바 있다. 한국은행으로서도 통화정책 공조 차원에서 더 이상 금리 인하를 망설일 수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연준은 기준금리인 연방기금(FF)금리를 1.00%포인트 인하, 기존 연 1.00%~1.25%에서 연 0.00%~0.25%로 낮췄다. 지난 3일 임시 회의에서 금리를 연 1.50%~1.75%에서 연 1.00%~1.25%로 0.50%포인트 내린 이후 약 2주 만이다. 연준은 또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5000억달러 규모 국채와 2000억달러 규모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하기로 했다.  사실상 양적완화(QE) 프로그램을 다시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앞서 영국 중앙은행 영란은행(BOE) 통화정책위원회(MPC)는 지난 11일 특별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0.75%에서 연 0.25%로 0.5%포인트 내렸다. 캐나다 중앙은행(BOC)은 이달 들어서만 기준금리를 두 차례나 인하했다. 지난 4일 기준금리인 오버나이트 금리를 연 1.75%에서 연 1.25%로 0.50%포인트 내린 데 이어 9일 만인 13일 다시 한 번 금리를 연 1.25%에서 연 0.75%로 0.50%포인트 낮췄다.

호주 중앙은행(RBA) 또한 지난 3일 기준금리를 기존 연 0.75%에서 역대 최저 수준인 연 0.5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없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경우 지난 12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유동성 확보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일각에선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한국은행이 추가적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앞서 한국은행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채권을 사들이고 대출을 늘리는 등 28조원 규모 유동성 공급을 진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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