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發 재택근무 확산…만족도는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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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發 재택근무 확산…만족도는 '제각각'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3.16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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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툴·원격 근무 SW, 이용량 최대 25배 증가
중소기업 대상 무료 이용권 지원
업무 능률은 오르고 출근시간 줄어 만족
출근·재택 오가는 '하이브리드'형 근태도
오히려 업무 늘고 비대면 불편 호소도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권하는 기업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내 방으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많아지면서 비대면 근무 환경을 지원해주는 '협업툴' 이용이 급증하고 있다.

이같은 소프트웨어는 화상회의·메신저·파일공유 등을 통해 재택근무의 효율을 높여준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이 '워라밸'에도 다양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인다.

NHN의 '토스트 워크플레이스 두레이!'를 활용해 화상회의를 진행하는 A사의 실제 사례. 사진제공=NHN
NHN의 '토스트 워크플레이스 두레이!'를 활용해 화상회의를 진행하는 A사의 실제 사례. 사진제공=NHN

◆ 코로나19 시작과 함께 폭증한 원격 협업툴

16일 업계에 따르면 NHN의 클라우드 협업 플랫폼 '토스트 워크플레이스 두레이!'의 화상회의 접속율이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비해 25배나 늘었다. 특히 주요 기업들이 재택 근무를 처음 실시했던 지난달 26일부터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프로젝트, 메신저, 메일 기능의 접속 트래픽은 일평균 약 30%가 증가했다.

지난달 27일부터 '토스트 워크플레이스 두레이!는 무상지원을 결정했다. 이후 신규 가입자 수는 4배 이상 증가했고, 원격근무 환경을 마련하길 희망한 중소기업이 90% 이상을 차지했다. NHN은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될때까지 신규 가입 및 적용하는 모든 중소기업에게 인원 수 제한 없이 이 협업툴을 3개월동안 무료 제공할 예정이다.

네이버 자회사 웍스모바일의 '라인웍스' 메시지 이용량도 상당한 수준으로 늘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 사용량은 1월 대비 5배 이상 급증했다. 영상통화 사용량과 신규 가입 기업 수도 같은 기간 2배 늘었다. 특히 2월 말에는 다자간 영상통화, 화면 공유 등 기능 사용량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늘었다.

SK텔레콤의 'T그룹통화'의 사용량은 2월 말부터 기존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실제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을 비롯한 임원 100명은 지난달 말 'T그룹통화'로 원격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원격솔루션 기업 알서포트는 2500여 곳의 기업이 무료 재택근무 서비스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스타트업 토스랩은 협업툴인 '잔디'의 무상 지원 신청 기업이 150곳을 넘는다고 전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300인 이하 중소기업에 협업툴 '팀즈' 1년 무상 이용권을, 시스코코리아는 '웹엑스미팅'을 90일 무료 이용권을 제공한다.

한 회사라도 업무 부서의 특징에 따라 원격 프로그램을 다르게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한 게임회사 관계자는 "사업팀의 경우 대부분 구글 원격 프로그램으로 업무를 진행한다"면서 "그런데 게임 엔진 쪽은 구글 원격 프로그램으로 하기엔 느려서 엔비디아나 팀뷰어 유료 프로그램을 사용 중"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협업툴은 업무 효율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인다. 백창열 NHN 워크플레이스개발센터장은 "각 고객사별 프로젝트나 메신저 등의 접속 트래픽은 평소와 동일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상승해, 재택 근무에도 차질없이 업무 생산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워라밸에 영향?...모두에게 환영 받진 못하는 재택근무

이처럼 각종 원격 협업 소프트웨어가 재택근무의 능률은 올려주고 있지만 모두가 만족하는 건 아니다. '워라밸'에 끼치는 영향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국내 10대 그룹 중 한 곳에서 IT솔루션을 담당하는 A씨는 재택근무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 경기도 부천 집에서 서울 중구 을지로까지 출퇴근 하던 A씨는 "아침에 일어나 준비하고 지하철에서 보내는 시간을 합하면 2시간이 훌쩍 넘는데 그 시간을 5분으로 아낄 수 있다"며 "정신 차릴 시간만 있으면 된다. 그리고 화장을 안 해도 되는게 가장 편하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본업 외 다른 업무가 크게 줄어든 부분을 환영하기도 한다. WHO(세계보건기구)는 "협업 업무 부하의 증가는 극도의 피로감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멀티태스킹'이 생산성을 40%나 떨어뜨릴 수 있다"면서 이를 '직업 현상(Occupational Phenomenon)'이란 이름으로 인정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잡무 있는 '멀티태스킹'이 아니고 내 일만 하는 '싱글태스킹'으로 일하다보니까 본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실제 업무를 퇴근시간보다 훨씬 일찍 끝낼 수 있다"면서 "덕분에 여가도 늘어 확실히 워라밸이 크게 향상됐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하지만 모두가 A씨 같은 경우는 아니다. 사람에 따라 오히려 집안 환경이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데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분당에서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게임회사 개발자 B씨는 "집안일이 눈에 띄니 안 할 수 없다. 반려동물이 방해하기도 한다"면서 "생각보다 생산성이 안 나온다. 사무실과 집 중 어디가 나은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출퇴근과 재택을 오가는 '하이브리드'형 패턴도 있다. 판교에 위치한 게임회사의 해외사업팀장 C씨는 "일주일 중 이틀은 협업 때문에 출근하고 사흘은 재택으로 일한다"며 "협업하는 다른 부서가 재택으로는 불가능한 업무라서 같이 출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재택만 혹은 출퇴근만 하면 상당히 답답한데 그러다보니 이런 시스템이 훨씬 더 나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반면 재택 근무 때문에 업무 피로도가 오히려 더 극심하다는 호소도 있다. 이들은 출퇴근 시간 절약 외에는 장점이 전혀 없다고들 입을 모은다.

시중 은행의 오픈뱅킹 설계에 참여했던 D씨는 "기본적으로 은행권이 보수적이다보니 상사 눈에 뭔가 일하는 것이 보여야 하는 듯 하다"며 "심하면 10분 단위로 상사로부터 업무 체크 메시지가 계속 온다. 출근할 땐 없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무를 지시하는 팀장급 직원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국내 전자회사의 기술인사팀장 E씨는 "대면 지시면 다른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까지 동원하니까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데 메신저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그러다보니 더 자주, 더 세세하게 지시를 내릴 수 밖에 없다. 그건 나조차도 불편하다"고 털어놨다.

주말이 없어져버리는 경우까지 생겼다. 네트워크 유지보수 외주업체에서 일하는 F씨는 "예전에는 당직을 세워 주말에 돌아가며 일해도 업무가 감당이 되는 수준이었다"면서 "그런데 최근 재택근무 중 협업툴 사용량이 늘다보니 다 함께 달려들게 됐다. 물론 수당은 나오지만 몸이 고되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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