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전능한 배우자를 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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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전능한 배우자를 원하세요?
  • 김이나
  • 승인 2015.11.06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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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 없이 혼자 잘 할만큼 능력의 한계를 키우자

살다보면 내 힘으로는 안되는 것들이 많다. 그럴 때면 우린 절대자에게 의지하기도 하고 요행을 바라기도 한다. 최선을 다해도 안되는 일이 있다. 영화 “부르스 올마이티(Bruce Almighty, 2003)”를 보면 늘 현실에 불만이 있던 리포터 짐 캐리가 어느 날 전지전능한 힘을 갖게 되어 그 동안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한풀이 하듯 저질러 보는 장면이 나온다. 누구나 한번쯤은 상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그런 전지전능함을 배우자에게서 확인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지전능한 남편이 있다.

전업주부인 아내는 남편에게 생활비를 받아서 살림을 꾸린다. 하지만 은행 업무, 재테크, 집안대소사 등 골 아픈 일들은 남편이 다 알아서 한다. 그래서 그런지 걱정이 없고 시간이 많다. 은행 마감 시간이 몇 시인지도 잘 모르고 주민센터 가본지도 오래다. 인터넷 뱅킹과 전자민원으로 남편이 해결한다. 아이들 학원비도 남편이 낸다. 남편에게 어느 학원에 언제까지 학원비를 결제하라고 하면 끝이다. 주변 엄마들에게 점심을 사줘가며 알게 된 학원이다. 이런 게 엄마의 정보력이다. 대신 학원 입시설명회는 남편이 가기로 했다. 요즘은 아빠들이 가는 집이 많다.

 

전지전능한 아내가 있다.

아내는 일을 한다..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는 휴직을 했다가 재취업을 했다. 남편은 일찍 광역버스로 출근을 한다. 아내는 아이들을 챙겨서 학교앞에 내려주고 출근한다. 은행 업무는 간간히 인터넷 뱅킹, 모바일 뱅킹으로 처리한다. 자동차 검사일이 다가온다. 대행을 시키면 수수료가 든다. 미리 예약을 하고 가면 빨리 끝마칠 수 있다. 남편이 차를 타지 않으니 차 정비도 거의 아내가 한다. 자동차 보험도 여러 군데 비교해서 좋은 조건으로 가입했다. 중고차도 팔아봤다.

 

▲ unsplash

 

퇴근길에 마트에서 장을 봐서 부지런히 저녁을 준비해야 한다. 반려견 쵸코 예방주사 맞히라는 문자. 전화로 예약한다.

“내 얘긴데?”하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꽤 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필자도 어느 정도 후자 쪽이다. (최근엔 많이 내려 놓았다) 사실 필자는 내일 당장 이혼한다고 해도 혼자 살아갈 자신은 있다. 혼자 아이 둘을 데리고 잠시 살아 본 경험도 있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왠만한 건 필자가 다 맡아서 하는 편이다. 그러나 아직 경제적으로 자립할 능력은 없고, 결정적으로 이혼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하지만 부부 갈등으로 고민하는 분들 중에 아무리 힘들어도 이혼만은 절대 할 수 없다고 못 박는 아내들이 있다.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여성이 40대에 접어들면서 남성 호르몬이 증가하여 예전보다 터프해지고 괄괄해진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남편의 그늘에서 살아가는 아내들이 많다. 남편의 전지전능함이 안락함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남편도 마찬가지이다.

아내가 사골곰탕을 한 솥 끓여놓을 때는 그 다음날 여행을 떠난다는 걸 의미한다고 한다. 남편 혼자서는 끼니도 해결 못한다는 얘기다. 밥 세 끼 먹는 것도 이러니 다른 건 기대 할 수도 없다. 아이 학원 스케줄은 냉장고에 아내가 붙여놓은 포스트잇을 참조해야 한다. 반려견 쵸코의 사료가 떨어졌는데 어딨는지 보이지 않는다. 여행 간 아내에게 긴급 카톡을 보낸다. 아내가 없으면 올 스톱이다. 그게 당연하다. 아내는 전지전능하니까.

한 여자와 한 남자가 만나서 가정을 이루고 산다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다들 알면서도 막상 어떻게 가정을 이루고 살지에 대해선 아무런 준비 없이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말랑 말랑한 신혼 초부터 딱딱한 얘기는 하기 싫다. 고작 합의하는 것이 아이는 몇 명을 낳을 것인가이다. (요즘은 아이를 가질지 안 가질 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결국 하루 이틀, 한달 두달.... 십년 이십년이 지나도 그런 청사진 하나 없이 사는 부부가 많다.

계획이 없었으니 누가 할지도 정하지를 않았다. 그저 잘하는 사람이 하면 된다. 그리고 사회 통념상 규정된 성(性)의 역할에 따라 나누면 된다.

그러다 한 쪽이 포기하고 공명심(?)이 강한 다른 한 쪽이 다 떠맡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연유로 전지전능한 아내, 전지전능한 남편이 생겨 난다.

간혹 그런 아내,남편을 두었다고 의기양양해 하는 배우자들이 있다. 그러나 그게 자랑인가? 그만큼 자신이 의존적인 사람임을 고백하는 것 아닌가?

의도된 이별, 즉 이혼이 아니더라도 기혼자로서 혼자 살게 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혼자 사는게 두렵다고? 아무 것도 할 줄 몰라서?

 

늦지 않았다. 지금 부터라도 전지전능한 아내, 전지전능한 남편을 좀 쉬게 하자. 그들의 능력을 하나씩 뺏어오자. 선뜻 내어줄 수도, 내어주지 않을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는 자신의 전지전능함으로 배우자에게 계속 군림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전지전능한 히어로들이여. 군림하려 들지도 말고 과도한 책임감으로 피곤해 하지도 말라.

그리고 히어로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던 나약한 배우자들이여. 두려워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믿어라.

그리고 배우자 없이 혼자서도 잘 할 만큼 현재 나의 능력의 한계를 넓혀나가자.

결국 자신의 능력으로 살아가기 위해 전지전능함을 포기한 “부르스”처럼.

 

김이나 디보싱 상담센터 양재점/ 이혼플래너  ▲서울대학교 대학원졸(불문학) jasmin_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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