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코로나19(COVID-19) 확산과 미국이 유럽으로부터 입국을 전격 금지한 충격파로 폭락장세를 이어갔다.

1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532.60 포인트(9.99%) 폭락한 2만 1200.62에 거래를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지난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최악의 하락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174.30포인트(6.36%) 추락한 2,567.08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489.99포인트(6.16%) 떨어진 7,462.06에 거래됐다.
 
개장 직후 S&P 500 지수가 7% 하락을 기록하며 뉴욕증시는 15분간 거래가 중단됐다. 지난 10일 이후 사흘 만에 서킷브레이커가 다시 발동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1일 밤 대국민 연설이 코로나 19로 인한 경기둔화 우려를 진정시키지 못하면서 폭락했다. 시장은 미국이 유럽발 입국 금지라는 초강경 조치를 꺼내든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각국 당국이 내놓을 부양책 규모도 주요 관심사로 부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일 발표한 성명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영국과 아일랜드를 제외한 유럽국가의 미국 입국을 30일간 금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에서 무역도 금지 대상이 된다고 잘못 발언한 이후 트위터를 통해 이 조치는 사람에게만 적용된다고 정정 했다.

유럽 대륙에서의 미국 입국을 제한하는 초강수가 나오면서 양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충격파에 대한 공포가 급부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적인 지원 조치도 일부 내놨지만 오히려 실망감이 우위를 차지했다. 중소기업청에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기업에 저금리 대출을 제공하도록 지시하면서 기금을 500억 달러 추가 증액하는 안도 의회에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로 부정적 영향을 받은 일부 개인과 사업체가 이자나 벌금 없이 세금 납부 유예를 통해 2000억 달러의 유동성을 추가로 제공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부양책 핵심으로 관심이 집중된 급여세 감면에 대해 "의회에 촉구했기 때문에 매우 강력하게 고려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급여세 감면에 대한 방안에 대해 정치권의 이견이 여전한 상황인 만큼 현실화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투자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부양 조치가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조치도 기대에 못 미쳤다. ECB는 기준금리인 레피(Refi) 금리를 0.0%, 예금금리를 마이너스(-) 0.5%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예금금리가 인하될 것이란 시장의 기대와 어긋났다.

ECB는 새로운 장기대출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양적완화(QE)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1200억 달러 추가 확대한다고 밝혔다. QE 확대 등 부양책에도 금리가 동결된 데 따른 시장의 실망감이 우위를 점한 양상이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인 혼란은 갈수록 심화하는 상황이다. 미국프로농구(NBA)는 코로나19 확진 선수가 발생하자 리그를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는 양호했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보험청구자수가 전주보다 4천 명 줄어든 21만 1000명(계절 조정치)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예상치 21만 9000 명보다 적었다.

노동부는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 대비 0.6%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 0.1% 하락을 밑돌았다.

뉴욕 증시 전문가들은 부양책 실망감이 시장 불안을 키울 것으로 내다봤다.

어니 테데스치 에버코어 ISI 정책담당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성명에서 부양책에 대한 중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지 않은데다 급여세 감면도 모호하게 의회에 요청할 것이라고만 말했다"면서 "다음 주 휴회를 여전히 계획하고 있는 의회로 이슈를 떠넘긴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증시는 코로나19 확산에 미국 입국금지 여파로 10% 이상 일제히 폭락했다. 유럽 증시 급락세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639.04 포인트(10.87%) 급락한 5.237.48로 거래를 마쳤다. 1987년 주식시장 붕괴 이래 하루 최악의 낙폭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1277.55 포인트(12.24%) 폭락한 9161.13,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565.99 포인트(12.28%) 급락한 4044.26으로 장을 마감했다.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은 이탈리아 FTSE MIB 지수는 3034.20 포인트(16.92%) 급락한 1만 4894.44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1998년 이 지수가 탄생한 이래 최악의 하루 낙폭이다.

국제유가는 이틀 연속 폭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4.5%(1.48달러) 하락한 31.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30.02달러까지 밀리면서 30달러 선을 위협받기도 했다.

WTI는 '유가 전쟁' 우려 속에 지난 9일 24.6% 곤두박질쳤다가 10일 10.4% 급반등했으나 11일에는 다시 4.0% 급락세로 돌아섰다.

국제금값도 급락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은 전날보다 온스당 3.2%(52달러) 내린 1590.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상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