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곤 칼럼] 정은경 그리고 콘트롤타워 체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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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 칼럼] 정은경 그리고 콘트롤타워 체크리스트
  • 윤태곤 정치분석가(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 승인 2020.03.12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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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트롤타워의 상징이 된 질병관리본부, 대중의 신뢰가 바탕
대중은 마음속 체크리스트 갖고 있어...정본부장 높은 점수 받아
모든 조직의 리더, '팔로워들의 체크리스트' 만족시켜야
윤태곤 정치분석가
윤태곤 정치분석가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루틴한 일정들이 있다. 매일매일의 것도 있고 주간단위의 것도 있다. 출퇴근이나 세끼 식사 등은 개인의 루틴이고, 직장에서는 오전 회의, 오후 보고 등이 있겠다. 공적으로는 주식시장 개폐장 같은 것도 있을 것이고 국가적으로는 국무회의 등이 루틴에 속한다.

'루틴' 정확히 지키는 질병관리본부

루틴은 지루하긴 하지만 없어선 안 되는 일정이다. 특히 공적, 국가적 루틴은 유지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코로나 국면에서 총선 연기론이 없지 않지만 “6.25 전쟁 때도 총선은 치렀다”는 반발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공적 루틴 가운데 요즘 모두가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있다. 바로 질병관리본부의 일일 브리핑이다. 이 브리핑에서 나오는 숫자에 모두가 일희일비한다. 모든 정부 기관이나 기업들, 개인들이 질본의 브리핑을 나침반으로 삼고 있다. 여기서 나오는 지침에 모두 쫑긋 귀를 세운다. 누구도 감히 토를 달 생각을 못한다.

여당은 당연하겠지만 야당도 마찬가지다. 언론들도 그렇다.

이 상황에 대한 콘트롤타워가 질병관리본부이기 때문에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과거 유사 사례에서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당국이 지금 질본 만큼의 권위를 갖진 못했던 것 같기도 하다.

질본의 권위는 어디서 나오는가

물론 현 시점에서 질본의 잘잘못을 평가하는 것은 이르다. 또한 질본의 의견이나 지침이 모든 행정기관이나 민간에서 그대로 구현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질본은 공공과 대중의 신뢰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콘트롤타워에게 신뢰는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신뢰가 높아지면 말값이 높아지고 말값이 높아지면 정책과 지침의 침투력이 높아진다. 물론 신뢰가 낮아지면 이 연결고리는 모두 거꾸로 작동한다.
 
기본적으로 신뢰는 역량의 '미러 이미지'다. 그런데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질본의 총책임자인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매우 탁월한 커뮤니케이터다. 정 본부장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지난 1월 20일부터 카메라 앞에 서고 있다. 질본의 브리핑은 곧 정은경이다. 정은경 자체가 현 상황의 루틴이다.

질병관리본부의 정은경 본부장. 국민들은 낙관과 비관도 담지 않은 그의 무표정 속에서 일희일비하지 않고 본질적 해결을 향해 나아가는 굳은 의지를 신뢰했다. 사진= 연합뉴스
질병관리본부의 정은경 본부장. 국민들은 낙관과 비관도 담지 않은 그의 무표정 속에서 일희일비하지 않고 본질적 해결을 향해 나아가는 굳은 의지를 신뢰했다. 사진= 연합뉴스

정은경 본부장이 탁월한 커뮤니케이터인 이유

정은경 본부장은 한 번도 섣부른 낙관론을 펼친 적이 없었다. 다른 곳에서 희망을 이야기할 때도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부정적 경우의 수와 최악의 시나리오를 설명했다. 반면 대구경북에서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국면에서도 표정은 변치 않았다.

위기 국면에서 사람들은 장밋빛 미래나 밝은 표정, 진중한 목소리에서 힘을 얻고 기대를 가지는 것이 아니다. IF가 덕지 덕지 붙은 긍정적 시나리오에 환호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비전문가와 대중들이 정은경 본부장의 구체적 전문성을 평가할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마음 속에 체크리스트를 갖고 있다. 그 체크리스트에는 ’상황을 장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가‘, ’부정적 경우에 대한 대비책을 제시하고 있는가‘, ’단기적 성과 대신 본질적 목표에 집중하고 있는가‘, ’작은 지표 변화나 여론에 일희일비하지 않는가‘, ’문제 자체가 아닌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는 느낌을 주는가‘ 같은 항목들이 들어있다.

정은경 본부장은 이 항목들에서 매우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런 체크리스트는 코로나19와 맞서는 질병관리본부장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정부 기관의 장, 기업 CEO, 프로야구 감독, 가정의 가장 등 위기 앞에서 구성원들을 리드해야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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