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중앙은행 '갈팡질팡'...'통화가치 급락, 금리 조절 한계'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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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국 중앙은행 '갈팡질팡'...'통화가치 급락, 금리 조절 한계' 직면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3.10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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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가치 방어 총력, 금리 인상 불사
경제충격 완화 위한 금리인하 쉽지 않아
멕시코·러시아·노르웨이 등 통화가치 급락 
멕시코 페소를 비롯해 러시아 루블화 등 산유국 통화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사진은 멕시코 화폐. 사진=연합뉴스
멕시코 페소를 비롯해 러시아 루블화 등 산유국 통화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사진은 멕시코 화폐.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와중에 유가 폭락까지 더해지면서 산유국 통화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러시아가 추가 감산에 반대하고 나선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 공식판매가격을 인하하고, 생산량을 되레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유가가 20% 이상 급락하자 산유국들의 통화 가치 역시 속수무책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산유국 중앙은행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자국 통화가치를 지원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할 수도, 코로나19 및 유가 폭락에 따른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멕시코 등 산유국 통화가치 '뚝' 

9일(현지시각)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 등 주요 원유 가격은 장중 한 때 30% 내외의 폭락세를 보였다. '추가 감산'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갈등이 사우디의 '증산'이라는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지면서 유가가 크게 하락했다. 

이 영향으로 산유국들의 통화 가치 역시 급전직하 했다. 이날 국제외환시장에서 러시아 통화 루블화의 달러대비 환율은 73.30루블을 기록했다. 달러 대비 루블화 환율은 2016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유로 대비 루블화 환율 역시 83.28루블로, 2016년 2월 이후 가장 높다. 

멕시코의 통화인 페소 역시 통화가치가 급락했다. 달러대비 페소화는 20.62페소를 기록, 전거래일 대비 4% 이상 올랐다. 유로 대비 페소화는 23.42페소를 기록했다. 

서유럽 최대 산유국인 노르웨이의 크로네는 달러대비 0.55크로네, 유로대비 10.85를 기록했다. 노르웨이 크로네 가치는 1985년 이후 달러대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통화 역시 좋지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달러 대비 인도네시아 루피아는 1만4257.80루피아를 기록하고 있다.

세드릭 체하브 피치솔루션 전략 담당자는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각국 중앙은행들은 자국 통화를 지원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할지, 아니면 성장을 위해 금리를 인하할지를 둘러싸고 '정책 딜레마'에 직면해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석유시장의 충격은 멕시코, 러시아 등 석유에 노출되어 있는 국가들의 통화와, 인도네시아 등 경상수지 및 재정수지 적자를 보이고 있는 신흥국 통화에 타격을 입혔다"고 분석했다. 

RBC캐피탈마켓의 글로벌 상품전략 책임자인 헬리마 크로프트는 "저유가가 장기화되면 대다수 산유국들의 재정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며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취약한 신흥국가에는 가혹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달러대비 러시아 루블 환율(단위: 루블, 왼쪽)과 달러대비 멕시코 페소 환율(단위: 페소, 오른쪽)
달러대비 러시아 루블 환율(단위: 루블, 왼쪽)과 달러대비 멕시코 페소 환율(단위: 페소, 오른쪽)

코로나19로 수요 급감은 석유업체들에겐 '위기'

일각에서는 유가 하락이 중국과 인도 등 석유 수입국들이 재고를 쌓아두게 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낮은 유가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미즈호 경제연구소 전략가인 비슈누 바라단은 "이번 유가 하락의 경우 수요 둔화에 따른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발생했다"면서 "유가하락은 전형적으로 주식시장에서는 안도감으로 이어지지만, 이번 상황에서는 이러한 과거사례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국제 에너지기구(‪IEA)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는 10년만에 처음으로 석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IEA는 올해 전세계 석유수요가 하루 평균 9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에는 올해 수요가 하루 평균 82만5000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올 들어선 2개월 만에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IEA의 파티흐 바이오롤 담당자는 "코로나19 위기는 석탄과 가스, 신재생에너지 등 광범위한 에너지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석유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특히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코로나19의 위기는 세계 석유 산업이 직면하고 있는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면서 "코로나19가 석유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일시적일 수 있지만, 세계 공급업체들이 직면한 장기적인 도전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석유와 가스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기업들은 더욱 그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는 "다음달 1일부터 현재 하루 원유 생산량인 970만배럴을 1000만배럴 이상으로 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한 소식통이 "사우디아라비아의 하루 생산량이 1100만배럴에 근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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