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逆오일쇼크]① 산유국 '감산은 싫다'..유가 어디까지 떨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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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逆오일쇼크]① 산유국 '감산은 싫다'..유가 어디까지 떨어지나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3.09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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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추가 감산 반대에 사우디 증산 결정
코스피, 4% 폭락 등 전세계 금융시장 휘청
골드만삭스는 유가 배럴당 20달러 전망도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수출가격 인하 및 생산량 증산을 결정해 글로벌 금융시장이 휘청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수출가격 인하 및 생산량 증산을 결정해 글로벌 금융시장이 휘청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석유 생산을 둘러싸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석유 전쟁이 다시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석유 수요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추가 감산에 대한 논의에서 러시아의 반대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자,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되레 원유 수출가격을 대폭 낮추고 내달부터 산유량을 늘리기로 한 것이다. 

수요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공급을 늘리는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이 연출되면서 국제유가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국제 야간시장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무려 25% 급락했고, 미 증시 선물은 4% 이상 급락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 또한 4%가 넘는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석유를 둘러싼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갈등으로 인해 유가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국제유가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의 경우 향후 몇주간 배럴당 20달러 부근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열어뒀다. 

사우디·러시아 갈등 "2014년 치킨게임 연상"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으로 구성된 OPEC+는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빈에서 추가 감산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원유 수요 감소로 인해 OPEC 회원국은 하루 100만배럴, 비OPEC 회원국은 하루 50만배럴 추가 감산안이 논의됐으나, 러시아 측의 반대로 합의가 무산됐다.

러시아 측은 지속적으로 감산할 경우 오히려 미 셰일기업들에게만 이득이 돌아갈 것이라는 주장을 내세우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산 합의가 무산되자 사우디아라비아는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였다.

원유 수출 가격을 크게 낮추고, 4월부터는 현재 하루 970만배럴에서 1000만배럴 이상으로 생산량을 되레 늘리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이같은 결정은 '충격 요법'을 통해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다시 끌어오겠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러시아를 움직이지 못한다 하더라도, 가격을 크게 낮춰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계기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사우디 측의 전략을 두고 2014년과 같은 양상을 보인다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은 2010년대 들어서면서 대대적인 셰일가스 및 셰일유 생산에 나섰다. 당시 셰일가스 및 셰일유의 배럴당 생산비는 평균 60달러 수준. 당시 유가 수준은 배럴당 100달러로 높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셰일가스 및 셰일유의 생산이 본격화될 수 있었던 것이다.

미국 셰일업계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는 유가를 떨어뜨리는 전략을 택했다. 유가를 떨어뜨리면 생산비가 높은 셰일가스 및 셰일유의 채산성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원유 생산비는 배럴당 30달러 수준으로 셰일가스 및 셰일유 대비 절반 수준이었기 때문에 셰일 업계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이다.

실제로 당시 유가 급락으로 인해 미국의 적지 않은 셰일업체가 파산을 했으나, 사우디를 비롯한 산유국들 역시 유가 하락에 따른 피해가 불가피했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재정을 악화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현 상황 역시 2014년 '치킨게임'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이에 따른 충격은 오히려 더 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싱가포르국립대 중동연구소의 틸락 도시 교수는 "시장의 충격은 2014년 당시보다 더 심할 수 있다"며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수요 충격을 감안하면 유가는 배럴당 30달러 혹은 20달러까지 테스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가, 배럴당 20달러까지 하락 가능

실제로 전문가들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석유 전쟁이 지속된다면 유가의 하락은 피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급이 늘어난다면 유가의 폭락은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래피던 에너지 그룹의 밥 맥널리는 "공급 급증과 수요 붕괴가 동시에 일어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1930년대 초 이후 가장 조악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격 폭락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는 브렌트유에 대해 "2~3분기 가격 전망을 배럴당 30달러로 낮췄다"면서 "향후 몇주 동안은 배럴당 20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랍에미리트(UAE) 석유회사인 크레센트페트롤리엄의 바드르 자파르 최고경영자(CEO)는 "진정한 가격 경쟁이 이어질 경우 석유시장에는 많은 고통이 따를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은 경제적 충격, 지정학적 충격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사우디와 러시아의 동맹관계 단절은 일시적인 것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들 관계가 회복되지 못할 경우 전문가들은 적어도 5년 내에 유가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다고 분석한다"고 보도했다. 

런던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브랜트유 흐름.
런던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브랜트유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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