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인포르메] 유럽도 코로나19 공포...‘마스크’방역엔 둔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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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인포르메] 유럽도 코로나19 공포...‘마스크’방역엔 둔감
  • 최지윤 스페인 마드리드 통신원
  • 승인 2020.03.08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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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이어 4번째 다발생 국가
마스크 수요 대비 10% 정도밖에 공급못해
시민들 "마스크 쓰면 확진자 같다"...보건위생에 둔감한 편
최지윤 마드리드 통신원
최지윤 마드리드 통신원

[오피니언뉴스=최지윤 마드리드 통신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럽은 코로나19에 대해 안일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주변 국가들까지 모두 확진자가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유럽에 확산되는 코로나19 감염

이탈리아는 현재까지 약 4천여 명의 확진자가 발견돼 유럽 국가 중 코로나19에 가장 큰 직격탄을 맞은 곳이다. 예정된 국민투표는 무기한 연기되고, 경기 침체를 걱정한 정부는 경제 복구를 위해 약 75억 유로를 투입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24시간 동안 154건의 감염 사례가 나타나 총 577명의 확진자가 발표됐다. 독일 역시 53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400건의 사례가 나타난 목요일에 비해 확연히 늘어난 숫자이다. 독일 대표 항공사 루프트한자는 전체 항공 노선의 최대 50%를 축소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예배(미사)를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마드리드 시민들. 사진=elmundo.es
예배(미사)를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마드리드 시민들. 사진=elmundo.es

스페인은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에 이어 코로나19 사례가 많이 나타난 국가다. 확진자 총 385명, 사망자 6명(3월 6일 기준)으로 집계되고 있다.

스페인에도 종교집단의 예배로 감염 확산 

지난 2일에는 마드리드 주의 토레혼, 레가네스 지역의 한 종교 집단에서 코로나19 양성 사례가 나타났다. 복음의 교회(Iglesia Evangelica)라는 이름의 이 종교 집단의 교주는 “이는 하나님의 질병이다. 교회에 나와서 기도해야 한다”며 예배를 강행했고, 그 결과 11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지난 6일(현지 시각)에는 600명의 군인과 근무자가 있는 토레혼 지역의 공군기지에서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나오면서 스페인 국방부는 보건부와 협력해 모든 권장 보안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마드리드의 한 요양원에 거주하는 99세의 여성이 사망했다. 검사 결과 사인이 코로나19였다는 것이 뒤늦게 확인됐다. 검사 결과, 요양원에 거주하는 11명의 노인과 요양보호사 1명이 코로나19 양성으로 판정됐다. 노인복지센터에서 확진자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마드리드시는 앞으로 한 달 동안 이 노인복지센터를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스페인 증권 거래소(IBEX 35)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최근 2주 동안 주가가 20%가 하락하며 시장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스페인 대기업 및 은행들은 재택근무를 시작하고, 마드리드가 아닌 다른 지점의 사무실로 일시적으로 이전하는 등 여러 대안을 실시하고 있다.

스페인 건강응급센터 책임자인 페르난도 시몬(Fernando Simón)은 “스페인의 감염자 중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감염자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인 마드리드시의 호세 루이스 마르티네즈(José Luis Martínez Almeida) 시장은 관광업 관련 회사들을 대상으로 감세 조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스크를 판매하는 스페인 약국의 모습. 사진=최지윤 통신원
마스크를 판매하는 스페인 약국의 모습. 사진=최지윤 통신원

마스크 사용에 둔감...보건당국 "손씻기" 홍보

통계에 따르면 스페인 약국에서는 작년 같은 시기에 비해 마스크 수요가 2만% 증가했다고 한다. 스페인 제약유통연맹 대변인은 매일 약 13만건이 요청됐으나 약 10%만 제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스크 수요 급증이라는 소식과는 대조적으로 정작 스페인에서 마스크를 사용하는 사람을 보기는 매우 어렵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대광장, 버스 터미널, 쇼핑몰, 기차역 등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에 가더라도 마스크를 쓴 사람을 보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

연일 마스크 대란과 마스크 가격 폭등에 대한 소식이 쏟아져 나오고 마스크를 안 쓰는 사람을 찾기 힘든 한국과 비교하면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모습에 큰 온도차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들이 스페인 현지 광장을 지나고 있는 모습. 사진=최지윤 통신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들이 스페인 현지 광장을 지나고 있는 모습. 사진=최지윤 통신원

스페인에서는 왜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는가? 마드리드 시민인 세르히오 고메즈 씨는 “EU(유럽연합)를 비롯한 스페인 정부, 마드리드 지자체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고 있으며, 코로나와 관련된 증상이 있는 경우에만 착용할 것이다. 그래서 마스크를 쓴 사람을 보게 되면 일단 두려울 것 같고, 증상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카스티야이레온(Castilla y leon) 지역의 살라망카와 바야돌리드의 대학교에서 각각 확진자가 한 명씩 나왔지만, 학교를 폐쇄하지 않고 수업을 지속하고 있으며, 학생들 사이의 경각심은 느끼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스페인 국민의 이런 태도에는 정부와 미디어의 영향이 크다. 스페인의 유명 일간지 엘문도(el mundo)는 미생물학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마스크는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라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스페인 일간지 에이비씨(abc) 역시 “코로나19에 대해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보건 당국은 전염은 기침이나 재채기로 생성되는 호흡기 분비물과의 접촉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한다. 위생을 위해 손 소독제와 비누를 사용하여 손을 자주 씻고, 기침이나 재채기와 같은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고 약 1m의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마스크 사용이 코로나19를 예방하는 데에 근거가 없다고 했다.

갈수록 커지는 코로나 감염 '두려움'

많은 전문가는 WHO의 지침을 언급하며 손 씻기의 중요성만을 강조하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증상이 있는 경우 각 지자체에서 안내한 번호로 전화를 하면 보건 당국에서 집으로 방문해 감염 여부를 확인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지침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지는 않아 보인다. 식당이나 카페에 가더라도 기침할 때 입을 손으로 막지 않는 사람들도 있고, 일반 감기인지 코로나19인지 모르는 상태로 있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 네티즌의 의견은 제각각이다. “코로나19는 독감이랑 유사한 것인데 너무 심각하게 생각한다”며 이 사태를 간과하는 경우가 있다. 또 어떤 네티즌은 “스페인에 거의 400명에 가까운 확진자가 있는데도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이탈리아와 교류가 많은 스페인은 멀지 않아 더 많은 확진자가 나올 것”이라며 걱정하기도 한다. 매시간 코로나19 관련 속보들이 쏟아져 나오는 스페인은 걱정을 감출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 최지윤 통신원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을 전공했고, 국외 한국어 교육 사업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세종학당(멕시코)’에서 근무했다. 현재 스페인 살라망카대학 한국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스페인어권 국가의 한국어 교육 전문가가 되기 위해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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