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 코로나19가 가져올 경제 충격 이상의 변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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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칼럼] 코로나19가 가져올 경제 충격 이상의 변화들
  •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 승인 2020.03.08 09: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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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다. 중국 내 확진자 수 증가 속도의 안정이 그나마 다행스럽지만, 한국, 일본,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에 이어 다수의 선진국까지 확진자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등장하고 있다.

당연히 금융시장도, 경제도 큰 충격을 받고 있다. 그나마초기 큰 충격을 받았던 중국 주가는 확진자 수 증가 속도의 둔화와 대규모 경기 부양 정책의 힘으로 다시 올랐지만, 많은 국가에서 10% 이상의 증시 하락이 나타나고 있다. 

가늠이 안되는 코로나 19의 경제적 충격

경제적인 충격은 아직 정확히 가늠하기 어려운 정도다. 초기에는 중국 내 소비가 위축되고 공장 가동이 멈췄을 때 나타날 충격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이제는 각국의 소비가 모두 줄고, 공장이 문을 닫고, 이동이 급감할 가능성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의료시스템이 선진적인 국가에서도 확산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어떤 이유에서든 중국에 이어 확진자 수가 두번째로 많은 국가가 되면서 100개를 넘는 국가로부터 입국 금지나 제한 조치를 받고 있다. 사람과 물건의 이동이 제한되면서 내수, 수출 모두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온라인 쇼핑이나 생필품에 대한 소비 증가가 나타나고 있지만, 이것은 오프라인 소비를 대체하는 것일 뿐 전체적인 소비는 줄어들 수 밖에 없고, 글로벌 수요의 감소는 우리 수출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내에서 부랴부랴 11.7조원의 추경이 마련되고 그 이상의 집중적인 경기 부양책이 사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상황이 이렇다면 민간 부문의 성장률은 당초 전망에 비해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적어도 1분기에는 일시적 역성장이 불가피해 보이고, 추경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IB를 위시한 국내외 전망 기관들의 시각대로올해 전체 성장률은 크게 떨어질 것이다. 추경이 마련됐지만, 미국처럼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포함한 과감한 정책들로 이 시기를 현명하게 극복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보며, 주가나 경제성장률의 하향 조정보다 더 중요한, 그래서 우리들이 꼭 주목해야 할 변화들이 나타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특히 주가나 경제는 대규모의 정책 자금이 투입되고, 계절의 바뀜과 더불어 바이러스가 수그러들고, 해당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 발견되면서 다시 나아지겠지만, 이번 사태가 몰고 온 심리적 충격은 다양한 분야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과거와 달리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이미 그러한 심리적인 충격을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개되어 왔다. 흑사병이나 스페인독감이 유행하던 시기에는 심리적 충격에도 불구하고 삶을 영위하기 위해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위험을 피하기 위한 방법도 마련되어 더욱 더 빠른 변화를 촉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코로사 19사태로 대부분의 상권이 얼어붙었다. 사진은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휴무에 들어간 부산 구포 5일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가장 큰 변화는 대면 접촉의 위축

조금 거칠게 보면 가장 큰 변화는 결국 대면 접촉의 위축 현상으로부터 파생될 것이다. 이미 인터넷과 기술의 발전에 따라 오프라인 만남이 SNS를 통한 교류로 대체되고 있었는데, 그러한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더 중요한 변화는 고용과 소비에서 진행될 것이다. 이번 사태가 진전되며 나타난 큰 변화 중 하나는 재택근무가 빠르게 시도되었다는 점이다. 일부 기업은 전체 직원의 재택근무를 채택하기도 했지만, 회사와 집에서 번갈아 가며 일하는 부분적 재택근무를 시도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재택근무는 당연히 클라우드 컴퓨팅 등 새로운 기술의 적용을 확산시킬 것이다. 그리고 재택근무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각종 방안들이 연구, 개발될 것이다.

소비 행태는 말할 것도 없다. 이미 전체 소비에서 빠른 속도로 비중을 높여 왔던 온라인 쇼핑은 이번 사태 직후 더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소비 등 대외 활동에 있어 로봇과 자율주행 등 사람이 아닌 기계하고만 접촉을 선호하게 되는 현상도 나타날 것이다. 오프라인 쇼핑을 하는 경우에도 무인 점포나 캐셔가 로봇인 쇼핑센터를 선호하게 될 것이다. 온라인 쇼핑의 물류 역시 자동화되고 자율주행 차량 또는 드론 등을 이용하게 될 것이다. 

관련해 최근 타다 금지법의 국회 통과로 여러 논란이 있지만, 이제는 타다, 택시 논란이 문제가 아니라 기사 자체가 없는 개별적 이동 수단을 이용하려는 욕구가 강해질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금융권의 대면 영업 역시 빠르게 쇠퇴하고, 온라인 금융으로 대체될 것이다.

오프라인 만남, 오프라인 쇼핑에서 절약된 시간들이 온라인을 통한 교류를 통해 대체되면서 게임, 특히 얼마 전 ‘레디플레이어원’ 이라는 영화가 보여줬던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 기술의 적용이 빠르게 앞당겨질 수도 있다.

PC방 등 다양한 오프라인 놀이 문화도 줄어들면서 이런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 반대로 사람이 많지 않은 지역으로의 여행, 등산이나 혼자 할 수 있는 운동이 각광을 받을 수도 있다. 건강과 면역력에 대해 관심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건강과 관련해서는 관심의 증대 이상으로 의료 체계의 변화가 예상된다. 빠른 진단, 백신 개발 등은 당연한 일이고, 대면 접촉의 위축과 건강에 대한 민감도 증가 등은 원격 진료를 앞당길 수 있는 요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다양한 이유로 원격 진료가 활성화되고 있지 못한데, 의사 역시 대면 노출도를 줄이려는 상황이 되면 변화가 빨라질 수 있다. 특히 5G, 또는 그 이상의 통신망이 갖춰지면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원격 진료가 가능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병원의 모습도 차별화될 것이다.

디지털 화폐의 활성화 계기 될 수도

디지털 화폐가 활성화될 가능성도 커진다. 디지털 화폐는 편의성과 저비용, 나아가 거래 안전성이라는 장점을 갖지만, 각국의 법화 시스템에 위협이 되고 있어 도입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중국이 나서서 정부 주도의 디지털 화폐를 개발하고 확산시키려 하고 있지만, 이렇게 되면 거래의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대두된다. 금융거래는 이미 중앙정부에 의해 관찰되고 있지만, 실물거래가 관찰된다는 것은 또 다른 얘기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현금, 카드 등의 거래가 꺼려지는 환경은 반대로 사용자의 디지털 화폐 사용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환경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는 디지털 화폐에 대한 재평가 계기가 될 지 모른다. 사진=연합뉴스

더 길게 보면 집에서의 생활이 중심이 되며 스마트 홈에 대한 수요가 늘고, 도시의 탈집중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즉, 이미 높아지고 있는 스마트시티에 대한 관심이 더 빠르게 커질 수 있다.

즉, 집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근무를 하고, 이동시에는 기사가 없는 자율주행 공유차량을 이용하며, 집에서 원격진료를 받고, 물건은 온라인으로 주문해 드론 등을 통해 받는 모습을 그려나갈 수 있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AI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결국 한편으로는 파괴를 불러 일으킨다는 점이다. 과거의 대부분 과학기술 혁명이 한편으로 새로운 삶의 모습과 일자리를 만들어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 산업의 몰락과 실업을 불러일으킨 것처럼, 이번에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과거에는 기계가 사람의 다리, 손, 일부 감각만을 대체했다면, 이제는 기계가 사람의 뇌까지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변화가 예상된다. 기계가 사람의 정신과 육체가 모두 완벽하게 대체될 수 있다면, 극단적으로 볼 때 지금 사람이 하고 있는 대부분의 노동은 대체가 가능하다. 

지난 20년간 몇 차례에 걸쳐 나타났던 전염병 확산을 놓고 너무 거창한 변화를 얘기한다고도 할 수 있겠다. 실제로 앞서 얘기한 모든 변화가 전염병 확산 때문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이전부터도 변화는 진행되고 있었다. 또한 이런 식의 변화는 속성상 상당한 장기에 걸쳐 일어나기 때문에, 당장 올해 내년에 나타나진 않을 가능성이 크다. 

'변화의 속도'가 달라진다

하지만 전염병 확산이 반복되고 이번처럼 큰 공포로 번지면서 나타나는 심리적 충격은 변화의 속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거에도 대규모 질병의 창궐은 사회, 문화, 경제, 정치 등 각 방면에 큰 영향을 미쳤고, 한번 나타난 변화의 물결은 더 빨라지고 방향도 되돌려지지 않았다. 그 변화가 위생시설의 개선과 같은 사람에게 이익을 주는 방향이었던 경우 더욱 그렇다.

지금 얘기했던 많은 변화도, 모든 사람이 원하는 것은 아닐 수 있지만, 누릴 수 있는 많은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보면 이번 사태 이후 변화 역시 빨라지고 지속될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이제는 변화가 불러 일으킬 파괴적 속성을 얼마나 완화시킬 것인가가 중요하다. 재교육, 기본소득, R&D, 스타트업 육성 등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는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우울한 시기이고 많은 활동들이 정지해 있지만, 그래서 단기적인 경제 충격을 줄이는 방안을 고민하는 게 당장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이런 시기에 오히려 이후에 나타날 변화를 가늠해 보고 대응의 문제를 고민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 최석원 센터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화증권 등에서 채권분석, 경제분석 파트장을 역임했으며 과거 수차례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한화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후 메리츠화재에서 직접 자산운용을 맡기도 했다. 2016년부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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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자 2020-03-19 00:31:34
위기가 기회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