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맛과 향 좌우하는 성분, 다 자란 찻잎 보다 싹과 어린잎에 많아
아무리 좋은 차라도 잘못 우리면 맛없는 차 된다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차는 찻잎 즉 차나무의 잎으로 만든다고 해도 되지만 굳이 필자가 차나무의 싹과 잎으로 만든다고 표현하는 이유가 있다. 차를 만들 때 싹이 포함되었느냐 되지 않았느냐 여부가 차의 맛과 향 즉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비싼 차, 싹과 어린 잎이 많은 이유
대부분의 상품이 그렇지만 같은 종류에도 비싼 것이 있고 저렴한 것이 있다. 그렇다면 차는 어떤 것이 비싼 것이고 어떤 것이 저렴한 것인가. 물론 맛과 향이 좋은 것이 비싼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것이 저렴한 것이다. 하지만 맛과 향이 좋다 나쁘다는 것은 다소 주관적인 것이다.
객관적으로 볼 때 완성된 차에 싹과 어린 잎이 많이 들어 있느냐 여부가 가격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대부분은 싹과 어린잎이 많이 들어있을 때 맛과 향이 더 좋기도 하다. 사실 싹이 많이 들어있다는 표현에는 당연히 어린잎도 많이 들어 있을 수 밖에 없다. 싹을 채엽 했다는 말은 동시에 채엽한 2번, 3번 잎이 어린 것일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왜 싹과 어린잎이 많이 들어있는 차(홍차든, 녹차든)가 더 맛과 향이 좋은가.
우리가 마시는 차는 찻잎을 우린 것이다. 펄펄 끓인 뜨거운 물 속에 찻잎을 넣으면 찻잎 속에 들어있는 성분들이 물속으로 추출되어 나온다. 짙은 수색의 홍차 같은 경우는 찻잎 속에서 무엇인가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렇게 찻잎 속 성분들이 추출되어 나온 물이 우린 차이고 이 차의 맛과 향을 좌우하는 것은 추출되어 나온 성분들이다. 즉 맛있는 차가 되려면 우선 찻잎 속에 맛과 향이 좋은 성분들이 들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차의 맛과 향을 좌우하는 주요 성분들은 카페인, 폴리페놀(카데킨), 아미노산(테아닌), 당분 같은 것들이다. 이 성분들이 많이 들어 있고 또 잘 균형 잡혀야만 맛과 향이 좋은 차가 된다.
막연한 상식과는 달리 다 자란 찻잎 보다는 싹과 어린잎에 이 성분들이 가장 많이 들어 있다. 따라서 싹과 어린잎이 많이 포함된 차(녹차든, 홍차든)가 대체로 맛과 향이 더 좋고, 가격 또한 비싼 것이다.
여름 한철 농축된 에너지, 다음해 이른봄에 싹으로 올라와
그 중에서도 특히 이른 봄의 싹과 어린잎으로 만든 차를 더 귀하게 여기는 것은 같은 싹과 어린잎이라도 다른 계절보다 이른 봄의 싹과 어린잎일수록 더 순도(?) 높은 성분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 봄에 피는 하얀 목련꽃의 우아함은 누구나 좋아한다. 그러면 나무가 꽃을 피우는 것도 에너지가 필요할 텐데, 이른 봄 아직 잎도 나지 않은 마른가지에서 이 하얀 목련꽃을 피어나게 하는 에너지는 언제 만들어진 것일까? 작년 여름에 만들어진 것이다. 여름의 뜨거운 햇살아래 목련나무 잎들은 열심히 광합성을 해서 그 에너지를 뿌리로 내려 보낸다.
서정주시인의 유명한 시 <푸르른 날>에 보면
“저기 저기 저, 가을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라는 구절이 있다.
이렇게 여름 내내 광합성을 하느라 지친 나뭇잎은 가을이 되면 떨어지고 이 잎들이 만든 에너지는 뿌리에서 겨울을 보내는 것이다. 그리고는 이른 봄 뿌리에서 겨울을 난 순도 높은 에너지가 꽃을 피워내는 것이다. 차나무도 마찬가지다.
이른 봄 새롭게 올라오는 싹은 긴 겨울을 뿌리에서 보내면서 농축된 성분을 에너지로 해서 올라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른 봄의 처음 올라오는 싹과 어린잎으로 만든 차가(녹차든 홍차든) 맛과 향이 더 풍부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마시는 것은 이 찻잎의 성분들을 물속에서 추출한 것 즉 우린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좋은 차라도 잘못 우리면 맛없는 차가 된다. 그래서 잘 우리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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