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모르는 마스크 범정부TF...제대로 '컨트롤 타워' 역할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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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모르는 마스크 범정부TF...제대로 '컨트롤 타워' 역할하려면
  • 유호영 기자
  • 승인 2020.03.06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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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 대국민 사과까지...수급현장 챙기는 부서 없어
차관급 부처인 식약처가 장관급 부처 지휘?
"범정부 TF, 당분간 독립조직으로 운영...방역물자 수급관리 전담시켜야"
지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하나로마트 서서울농협 사직점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하나로마트 서서울농협 사직점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유호영 기자] 정부가 '마스크 공급 안정화 대책'을 내놓으며 마스크 수급 정상화에 온힘을 쏟고 있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공급부족을 호소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일원화된 범정부대책 기구(범정부TF)를 세워 대처하고 있지만,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여전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국무회의를 통해 "마스크를 신속하고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불편을 국민들께 불편을 끼치고 있다"며 사과의 뜻을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책상이 아닌 현장을 찾아가야 한다"며 "마스크 공급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는 문제 해결을 할 수 없다"고 했다. 담당자들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할 것을 질타성 주문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강력한 지시가 내려져 긴급 수급계획을 세우고 시행했는데도, 정부의 대처가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속을 밝히지 말라고 부탁한 중앙부처 관계자는 "사견이지만 마스크 대란 사태를 사전에 예측하고 초기에 TF팀을 꾸릴때 각부처에서 독립된 TF로 구성했다면 효율적인 수급 방안이 나왔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아쉬워했다. 

◆범정부 TF 운용에 문제 없나

이 관계자의 말처럼, 범정부TF 운용에 뭔가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스크 수급관련 범정부TF에 참여하고 있는 각 부처의 업무 성격이 다르고, 서로 적절한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아 현장을 담당할 부처 관계자가 특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코로나 19 사태 초기 마스크 수급 안정을 위해 꾸려진 범정부 TF는 구조상 기획재정부가 주도하며 식품의약품안전처, 산업통상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관세청 등이 참여하고 있다. 

기재부는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점매석 등을 단속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마스크 생산, 공급, 유통에 대해서는 현장 전문성이 사실상 없는 조직이다.  

식약처 역시 마스크 인허가를 관리할 뿐, 유통 체계에 대해선 상시 관리하지 않는다. 더욱이 차관급인 식약처장이 장관급 부처들을 진두지휘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한 부분이다. 영(令)이 서지 않는다는 얘기다.

국세청은 더욱더 먼 조직이다. 국세청은 마스크 유통업체에 대한 세무조사를 압박하는 역할, 공정위는 끼워 팔기 등에 대한 조사만 할 수 밖에 없다. 검찰, 경찰도 마스크 관련 전담팀을 꾸리고 폭리 사례를 잡는 수사하는게 고작이다. 

마스크 생산현장을 찾아가는 역할, 그 현장에서 생기는 문제를 파악하고 보완책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곳은 사실상 없다는 얘기다. 범정부 조직에서 각자가 맡은 일이 이렇다보니 본질적인 문제점을 파악하고 종합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보다는 청와대 보고용 자료 정리만 하고 있다는 얘기다. 

◆부처간 엇박자도 빈발...뒤늦은 수출 통제

부처 간 조율이 원활하지 않다보니 엇박자도 나왔다. 지난달 초부터 식약처가 마스크를 확보하려고 노력하는 사이에 TF를 주도하고 있는 기재부는 마스크 수출 관리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 바람에 지난달 1일~20일 마스크 대중 수출액은 평소의 수백배 규모로 폭증했다. 1월 말부터 2월 중순까지 중국 지방정부로부터 무역 업무를 위탁받은 국내 대행사들, 그리고 보따리 상인들이 주도한 마스크 매집으로 상당한 물량이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 2월 26일이 되어서야 수출량을 국내 생산량의 10%로 제한하는 조치를 내놨지만 이미 일부 유통업자와 영세업체들이 마스크 물량을 빼돌린 뒤였다.

뿐만아니라 당시 범정부TF는 마스크 생산업체의 정확한 생산량과 물량추이도 확인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수급 예측과 달리 공급과 수요가 불일치했고 불안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사재기' 심리가 일었다.

코로나 19 사태가 미증유의 사태이긴 하나, 각 부처가 기본적인 자료를 공유하기만 했어도 발생하지 않았을 사태들이 벌어졌다는 비판이다. 

◆독립된 '컨트롤 타워' 있나  

마스크 수급과 유통 등 코로나19관련사태에 방역 물품의 수급상황을 다루는 '컨트롤 타워'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혼란이 지속됐다는 문제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중앙부처 관계자는 "초기에 정부차원의 범정부 TF팀을 꾸릴 때, 아예 독립된 TF로 구성했다면 효율적이고, 일사분란한 대처 방안이 나왔을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각 관련부처들의 업무성격이 다르고 역량이 한 곳에 집중되지 못하다 보니 여러 대책들이 줄지어 나왔음에도 효과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다"며 "부처마다 전문 인력을 차출해 부처별 별도보고가 필요없는 '독립된 TF'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아 상황을 총괄했다면 의사 결정 과정도 단순화됐을 것이고 업무 공유도 원활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뒤늦었지만, 지난 5일 기재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을 재차 내놓으며 마스크 생산·유통·분배 전과정을 정부가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계약주체를 조달청으로 일원화해 공적물량을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고 밝힌 대책은 어느 정도 마스크 시장의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아직까지 국민들의 마스크 수급 불안감이 큰 상황에서 범정부 TF가 조직을 재편해 현장 체크 중심의 효율적인 활동으로 옮겨가야 할 필요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 3일 대구시 수성구 노변동 대구스타디움 인근 도로변에서 119구급대원들이 코로나19 경증 확진자 이송을 끝낸 뒤 도시락으로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3일 대구시 수성구 노변동 대구스타디움 인근 도로변에서 119구급대원들이 코로나19 경증 확진자 이송을 끝낸 뒤 도시락으로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비상근무 '과로사' 빈발 우려도... 대책 필요해

한편, 6일 새벽 4시 경북대병원에선 입원 치료를 받던 경북 성주군 안전건설과 하천재난담당 공무원 A씨(47)가 숨졌다. A씨는 지난 2일 오전 성주군청 4층 화장실에서 쓰러졌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뇌출혈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결국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달 22, 23일과 29일, 이번달 1일 잇따라 휴일 비상근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에겐 특별한 기저질환이 없었고 코로나19 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  

대구와 가까운 성주에서는 6일 오전 10시까지 18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등 성주군 전체가 비상에 걸린 상태다. 

A씨는 재난대책상황본부의 정식 구성원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비상상황 근무 및 업무지원에 나서게 됐고 가중된 업무부담으로 비극적 죽음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A씨처럼 전국각지 현장의 공무원, 의사, 간호사들은 코로나19 확산사태 해결을 위해 본인의 소관이 아님에도 건강과 목숨까지 건 채 뛰고 있는 상황이다.

극한의 상황에서 코로나사태를 총괄하는 범정부 TF가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재차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을 빨리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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