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is] "워런, 큰 꿈을 가져줘서 고마워. 그렇게 싸워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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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워런, 큰 꿈을 가져줘서 고마워. 그렇게 싸워줘서 고마워"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3.06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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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가디언지 "미국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대통령 후보"
금융위기 당시 대마불사 신화 깨려 애쓰면서 정치계 스타로 우뚝
뉴욕타임스, 현실적인 진보 후보 강조하며 워런 공개 지지도
워런이 제시한 새로운 세계, 많은 이들에게 또다른 꿈이 될 것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5일(현지시각) 매사추세츠 자택 앞에서 경선 중도 포기를 선언했다. 사진=연합뉴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5일(현지시각) 매사추세츠 자택 앞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중도 포기를 선언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결국 경선 레이스를 포기했다.

지난 3일(현지시각) 슈퍼화요일에서의 부진한 결과는 워런 의원에게 '중도하차' 결심을 하게 만든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워런 의원은 슈퍼화요일의 14개주 중에서 적어도 8개주에서 2위 안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으나, 그 어느 곳에서도 2위 안에 들지 못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그녀의 지역구인 매사추세츠주에서도 3위로 밀려났다는 점이다. 

예상치 못한 아픈 결과에 워런 의원은 경선 레이스를 중도 포기했지만, 경선 과정에서 그녀가 남긴 발자취 역시 상당히 크다.

워런 의원이 내놓은 정책은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고, 워런 의원이 제시한 새로운 세계는 많은 이들에게 또다른 꿈이 되었다. 

금융위기 당시 대마불사 신화 깨려 애쓰다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은 17세의 어린 나이로 조지 워싱턴 대학에 입학했으나, 결혼 및 출산으로 학교를 중퇴하고 휴스턴으로 이동, 휴스턴 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졸업 후 하버드대학교 로스쿨에서 파산법 강의를 하기도 했던 워런 의원은 법정에서 파산 신청을 하는 이들을 직접 만나보며 각종 제도의 불합리성을 깨달았다.

당시 은행들은 어려운 이들에게 계속 대출을 해주면서 높은 수수료를 챙겼고, 파산이 쉽지 않도록 파산법을 바꾸려고 시도하기에 이르렀다. 

워런은 후에 '싸울 용기' 등 자서전을 통해 "은행들이 원했던 개정 파산법 조항은 과도하게 복잡하고 그들에게 유리했다"며 "대중들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복잡해서 은행 업계의 진짜 의도를 감출 수 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워런 의원의 말대로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이 함정에 빠지기도 했다. 워런 의원은 자서전에서 "미 재무부와 뉴욕준비은행은 월가의 은행들이 수조 달러의 대출을 순식간에 결정해주지만, 대출금 때문에 집을 잃을 위기에 있는 시민들의 구제책에는 아무 관심을 안보인다"며 맹비난하기도 했다.

금융위기 당시 그녀는 불합리한 제도의 개선은 물론 금융권 대마불사의 신화를 깨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했고 이 때부터 워런 의원의 존재감도 정치계에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금융감독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워런 의원은 미 재무부 특별 자문기구에서 활동하게 된다. 이어 2010년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 국장으로 임명됐다. 당시 금융권의 반대로 국장으로 임명된지 한달이 채 안된 시점에서 퇴임을 하게 됐지만, 정치계에서는 떠오르는 스타로 이름을 날렸다.

이후 2013년 매사추세츠 상원의원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TV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TV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급진적이지 않고 현실적인' 정책 내놓아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진보성향의 후보로 평가된다.

일부 언론은 워런 의원에 대해 '바이든과 샌더스의 중간'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워런 의원은 스스로에 대해 '뼛속까지 자본주의자(capitalist to the bones)'라고 칭한 적도 있다.

워런 의원이 내놓는 정책은 기본적으로 진보 성향을 보이고 있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 타협을 했다. 그래서 바이든과 샌더스의 중간이라는 평가를 얻으며, 일각으로부터 '모호하다'는 평가도 듣기도 했다.  

실제로 그녀가 내놓았던 정책을 들여다보면 샌더스 의원과는 분명한 차이점을 보인다. 대표적인 예로, 샌더스 의원과 워런 의원은 '모두를 위한 의료보험(medicare for all)' 정책을 주장하지만, 샌더스 의원은 세금인상을 통해 이를 실현하겠다고 하는 반면 워런 의원은 세금 인상 없이 단계적으로 실행해 나가겠다고 말한다. 

CNN은 "샌더스와 바이든 사이에서 민간 의료보험 문제의 중간 지점을 찾으려고 애쓴 워런 의원은 결국 온건한 후보자와, 진보적인 후보자,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모호하다'는 비판도 있지만 '급진적이지 않고 오히려 현실적'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월 사설을 통해 워런 의원과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에 대해 '급진적이지 않고 현실적'이라고 평가하며 공개 지지를 표명했다. 

NYT는 "트럼프 시대의 미국은 백인우월주의와 일방주의, 부패, 문화전쟁 등으로 탈선했기 때문에 다시 합리적 국가로 돌아오려면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면서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 실현 가능한 진보를 대선주자로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워런 의원에 대해서는 "부의 집중화에 반대해 미국인들에게 경제 시스템이 어떻게 조작되는지를 우아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반독점 법안 등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경제 문제를 개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또 "워런 의원이 주장하는 사회보장제도 확대 등의 정책은 실제로 통과될 가능성은 적지만 훌륭한 정책"이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외교정책이나 환경정책 역시 적절하다"고 평하기도 했다.  

실제로 워런 의원이 내놓은 정책은 법안으로 통과되지는 않았지만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한 예로, 워런 의원은 상원의원이 된 이후 학생들이 대형은행과 같은 금리로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법안을 내놓은 바 있다. 법안은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았지만, 향후 10년동안 학생들의 학자금 부담을 150억 달러 가량 줄여줄 수 있었다.

지난해 워런 의원은 거대 IT 기업에 대해서도 '대마불사 신화를 깨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등 거대 IT 기업들이 혁신을 방해하고 소규모 기업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것이다. 

워런 의원은 이같은 공약을 소개하면서 "대형 IT기업들이 너무나 큰 힘을 가지고 있고, 이들로 인해 경쟁이 없어지고 있다"며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경쟁을 장려하기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이 공약은 비현실적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신규 혁신 업체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데 일조했다. 

"경선 포기"에 미국 곳곳에서 아쉬움 표출

워런 의원이 경선 레이스에서 중도 포기한 데 대해 아쉬움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워런 의원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불합리한 결과를 얻었다며,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민주당)은 여성 대통령 후보자가 사퇴한 것을 두고 "이것은 유리천장이 아니다. 대리석 천장이다"라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ABC뉴스 역시 "워런 의원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직면했던 문제들에 똑같이 마주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 언론은 "미국인들은 여성 대통령을 선출할 준비가 됐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남성들이 승리를 차지한다"며 "워런 의원이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다른 어떤 여성이 할 수 있겠는가"라고 언급했다. 

CNN은 "워런 의원이 여성이라는 점이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지만, 영향이 없었다고도 볼 수 없다"고 전했다.

다만 워런 의원이 일궈낸 성과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가디언은 워런 의원에 대해 "아마도 미국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민주당 대통령 후보 중 한명이었다"며 "보편적인 보육, 중대한 사회보장제도의 확대, 그린경제 구축을 둘러싼 그녀의 계획은 수많은 국민들의 삶을 확실히 향상시켰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치 일간지 폴리티코는 "워런 의원이 경선 중도 하차를 선언할 때 캠프 매니저인 로저 라우가 울먹이며 "큰 꿈을 가져줘서 고마워", "그렇게 싸워줘서 고마워"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 민주당 경선 대의원 확보 현황. 사진=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경선 대의원 확보 현황.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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