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개國 입국제한에 우리 기업인 큰 불편...'팃 포 탯'으로 무너뜨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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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개國 입국제한에 우리 기업인 큰 불편...'팃 포 탯'으로 무너뜨려야
  • 유호영 기자
  • 승인 2020.03.0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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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들 피해는 물로 삼성, 현대차등 대기업도 불편 고조
해외 건설 수주, 수출계약 놓칠 위기에 기업들 "정부 대책" 요구
산자부 외교부 대응팀 마련하나 상대국가 미온적 태도 여전
"착한 한국인 증후군 버려야...'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으로 민간인 불편하게 해야"
세계 96개국이 한국인에 대한 자국 입국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어 우리 기업인들의 비지니스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 사진은 미 교통안전국(TSA) 홈페이지 캡쳐.
세계 96개국이 한국인에 대한 자국 입국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어 우리 기업인들의 비지니스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 사진은 미 교통안전국(TSA) 홈페이지 캡쳐.

[오피니언뉴스=유호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큰 폭으로 늘면서 한국에서 출발한 항공기 탑승객을 입국 제한하는 국가가 96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국가와 밀접한 사업협력관계에 있는 기업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대책 마련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5일 현재 한국인 입국절차를 강화한 국가는 96곳으로 이중 몽골, 싱가포르, 인도, 홍콩, 이스라엘 등 36개국은 한국발 여객 전체에 대해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또 일본, 필리핀, 피지, 몰디브 등 4개 국가는 대구·경북 일부 지역에서 온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 뉴질랜드, 대만, 러시아, 베트남 등 23개국은 ▲발열검사 실시 ▲연락처 확보 및 사진촬영 ▲14일간 자가격리 ▲유효한 사증 소유자 한정 입국 등의 조치를 통해 부분 입국 통제 절차를 강화한 상태다.  

14일간 자가격리를 권고 하거나 별도창구에서 입국심사, 보건당국의 인터뷰 등을 통해 해당 국가 도착 한국인들을 상대로 검역을 강화하고 권고 사항을 마련한 국가도 태국, 멕시코, 덴마크, 영국, 나이지리아 등 33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방역체계 미비한 나라들 많아...1개월이상 제한 가능성

주목할 부분은 코로나19가 유행할 경우 자체적 방역체계가 미비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 판단한 아세안 국가들이나 중동국가, 동유럽 개발도상국이 입국통제 절차에 대거 합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의 입국제한 조치는 대부분 1개월로 설정돼 있지만 상황에 따라 2~3개월까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자료제공=외교부
자료제공=외교부

우리 기업들 해외사업피해 현실화하는 상황    

이 때문에 종합상사업계, 해외건설 분야, 신기술 사업 분야, 중소기업 등 해외사업 의존도가 높은 업체들의 피해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해당 국가의 입국제한 또는 기업 자체적 판단이든 해외 출장이 중단되고 있는 사례는 속출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중국 후베이성 출장을 금지한데 이어 임직원 해외 출장을 잠정 제한했다. LG상사 역시 국내외 위험지역 출장을 금지시켰고 현지 주재원의 국내 입국 또는 해외 사업장 방문도 자제토록 권고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및 동남아 지역의 해외지사 주재원이 '코로나' 감염자 취급을 받으며 현지 거래업체들로부터 특별한 이유없이 방문을 거절받는 사례들이 보고 되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밝혔다. 

국내 본사와 떨어져 있는 해외건설 분야 또한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의 인프라 건설일정이 미뤄지긴 했지만 현 상황이 장기화되면 입국 제한 국가의 핵심 수주사업을 놓치는 등의 애로사항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베트남은 3000개가 넘는 한국기업이 상주하며 다양한 인프라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곳이다. 지난달 29일 무사증 입국이 임시 중단되고 유효 사증을 소지하고 입국 하더라도 지정시설에서 격리키로 한 베트남 당국의 조치 때문에 베트남 주재 한국업체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라크 또한 지난달 15일부터 한국인의 자국 입국을 금지하고 나섰다. 현재 이라크에서는 한화건설이 인구 60만 규모의 신도시를 짓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이라크 재선 사업에 참여하며 이라크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들 기업조차 이번 통제조치를 통해 향후사업진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현대자동차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와 수소에너지 사업 협력을 위해 지난달 임원을 출장 보냈지만 사우디 공항에서 입국을 거부해 되돌아왔다고 밝혔다. 중동지역에서 활발하게 진행돼 왔던 신기술 분야 협력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중소기업의 피해규모는 더 클 것으로 파악된다. 

매출액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서 올리는 중소기업들은 참가 계획이던 해외 전시회를 잇따라 포기하고 있다. 참가 취소에 따른 전시회 참가비와 부스 설치비용 등의 손해를 고스란히 업체가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해외 기업이나 바이어들의 방한 일정도 취소되며 중소기업 수출물품의 검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이로인해 제품 선적이 연기되고 수출 절차가 진행되지 않아 중소기업들이 계약 대금을 제때에 받지 못하는 사례들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트라는 지난 3일 산업통상자원부 요청에 따라 129개 전세계 무역관에 한국 기업들의 주재국 입국에 따른 애로 사항이 발생한 경우 사례 파악 후 본사 보고 하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입국 통제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국내 기업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나섰지만 대응책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진제공=각 부처
사진제공=각 부처

해외 국가들의 한국인 입국통제가 확대되면서 피해규모가 가시화되자 코트라 뿐 아니라 정부관계부처는 어떻게든 활로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땅치 않아 실효성 높은 대책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산업부통상자원부는 '코로나19 산업·무역 비상대응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대응키로 했다. 산업부는 ▲감염병 대응 TF 지원, 비상대책 총괄하는 '총괄반' ▲기업 업무지속계획 가동 준비, 업종별 애로사항 접수하는 '기업상황점검반'  ▲해외진출기업 애로사항 접수·해소, 대중 무역금융·마케팅 지원하는 '실물경제점검반' ▲중국 정부·지방정부 동향 살피는 '대외협력반'으로 나눠 대응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해외 정부를 상대로 입국제한 자제 요청을 하고 있다. 외교부는 주한 외교단을 상대로 ▲우리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진정을 위해 취한 조치 내용과 해당 조치를 취한 배경 ▲우리나라가 효과적이고 강력한 방역체계를 갖추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조기수습 의지를 갖고 있다는 내용을 전했다. 

외교부는 전날인 4일 오후 에릭 테오 주한 싱가포르 대사를 초치해 입국 금지조치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하고 철회를 요청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지난 3일 인도ㆍ이라크 외교 장관과 통화하며 조치 철회를 요구했고 인도네시아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선 입국통제를 고려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했다. 각국 외교 장관과 통화하며 유감을 표명하고 추가적 입국통제 조치를 자제 요청에 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장관은 이날 오전 "각국이 한국에 대한 협력의사는 여전하지만 자국내 방역시스템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취한 조치라는 설명을 계속해서 하는 상황"이라며 "해외 국가들이 한국발 입국 금지 제한조치를 많이 취했지만 국내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 이러한 조치들도 차차 풀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해당국가 기업인 한국입국 제한하는 '티 포 탯' 전략 구사해야

하지만 이같은 '정부간 대화'를 통해 해결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게 국제협상 전문가의 생각이다.

박상기 BNE국제협상컨설팅 대표는 "복잡하게 생각할 것없이, 팃포탯(Tit for Tat·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에 입각해 우리도 똑같은 조치를 하면 된다"면서 "많은 국가간 신경전에서 이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게 증명됐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우리 정부와 해당 정부간 옥신각신할 이유가 없다"며 "우리 외교부는 해당국의 입국제한 조치를 이해한다고 하고, '우리가 위험하다고 하니 당신 국민들이 우리나라에 입국하는 것도 제한하겠다'는 태도를 취해 해당국가 기업인들이나 국민들이 불편해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교역국과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교역국에 대해 이원적인 대응을 할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우리측에 100명이 불편하고, 해당국가 기업인 10명이 불편해서 우리가 더 불리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 10명중에 매우 중요한 인사가 포함되거나 사업상 긴급한 입국자인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면서 "결국 해당국가 기업인들을 불편하게 해서 그 기업인이 자국 정부에게 클레임을 걸도록 하면 된다"고 방법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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