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방탄소년단'의 경제적 효과, 제대로 된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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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방탄소년단'의 경제적 효과, 제대로 된 연구가 필요하다
  • 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 승인 2020.03.0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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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 코로나19 사태가 여간 심상치 않다. 역병은 국가의 인프라를 파괴하는 건 아니지만 사회 전반적인 침체와 노동력, 정신력의 약화를 함께 불러오기에 전염병 창궐은 늘 경제적 성장에 부정적 직격탄을 미친다.

예컨대, OECD는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0%로 하향 조정하며 중국 못지 않게 국내 경제의 피해가 크다는 점을 언급했다. 

코로나19가 전반적으로 국내 경제의 침체와 하락세를 초래하는 가운데 글로벌 음악계 최전선에서 대한민국의 음악을 홍보하고 있는 방탄소년단(이하 BTS)의 존재는 이런 면에서 더욱 주목할 가치가 있다.

BTS 열풍의 초창기인 2018년 현대경제연구원은 자체적으로 BTS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 이들이 연 평균 5조 5600억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한다고 강조했다. 좀 더 자세히 내용을 살펴보면 BTS의 생산유발 효과는 연 평균 4조 1400억원, 관련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연 평균 1조 4200억원 규모다.

정부가 코로나19 재난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경기 악화에 따른 세수 결손 보전, 방역체계 보강 등으로 11조 7000억의 슈퍼 추경을 집행한 점을 감안하면 BTS의 경제적 효과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짐작할 수 있다. 

BTS의 수출·관광 효과, 안티 코리아 확산을 차단하다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인 방문을 원천 차단하는 국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고 한국 방문 자체를 자제시키는 국가 역시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온라인 공간에서는 'BTS의 나라인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전 세계 팬들의 메시지가 줄을 잇는다. BTS 덕분에 ‘안티 코리아’ 열풍이 그나마 차단되고 있다는 음악업계 전문가들의 평이 이어지는 이유이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과 시사저널이 지난 2월 보도한 내용에 의하면 BTS는 연 평균 80만명에 육박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국내로 유치하는 관광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 10명 중 1명은 단순히 BTS를 보기 위해 찾아오는 셈이다. 팝의 전성기 시절 마이클 잭슨, 비틀즈를 보기 위해 미국과 영국을 방문했던 관광객 비율과 거의 대등한 수준이다. 

지난 2월 시사저널은 ‘BTS 혁명’ 특집호를 발간한 바 있다. 국내 저명 시사주간지가 대중문화 인물을 초점으로 아예 특집 호를 구성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BTS가 빌보드 차트를 장악한 것 외에 수출·관광 등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안티 코리아' 바람을 잠재우는 데 BTS가 최선의 역할을 하고 있기에 이를 감안한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2년간 BTS 관련 수출은 의류, 화장품, 한식 등의 분야를 통틀어 22억 달러를 돌파했다. 국내 전체 소비재 수출액의 2%에 다다르는 실적을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의 개발 없이 BTS라는 브랜드만으로 일궈낸 성과다. 국내 대표적 관광지로 손꼽히는 지역의 연간 매출액을 모두 합산한다고 해도 BTS라는 아티스트가 일궈낸 관광 효과, 수출 효과에는 미치지 못한다. 

일본 오리콤차트 1위에 오르면 세계 5대 음악시장을 석권한 방탄소년단. 사진=연합뉴스

BTS 파급효과에 대한 정밀한 연구가 필요한 이유  

편주현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정량적 연구방법을 통해 지난해 진행된 BTS의 서울 공연이 국내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를 정밀 분석한 결과, 9230억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창출했다고 연구 논문에서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경제적 효과 외에 외국인의 한국어 학습자 증가 추이, 한국에 대한 호감도 상승 지수까지 포함하면 이들의 공연 효과를 단순히 드러난 숫자로만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최근 만난 미국의 경영대학 교수 역시 필자에게 한국의 제조업 및 산업 경쟁력은 모든 분야에서 중국에 밀린지 오래며 반도체도 곧 추격당할 것이라고 알려줬다. 다만 BTS라는 글로벌 아이콘의 존재는 중국 입장에서 추격하거나 압도하기가 어려워 아예 전면 차단하고 있다며,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반도체가 아니라 BTS를 중심으로 한 한국의 문화콘텐츠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BTS와 관련된 국내 논문은 고작 30편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주제 역시 BTS의 글로벌 팬덤 확산에 있을 뿐 실제로 팬덤 효과가 어떻게 수출·관광, 국가 브랜드 인지도로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정밀한 연구를 진행한 경우는 단 한 편도 없다. 지금이라도 BTS의 파급효과를 정확히 고찰, 경제적 승수효과 또는 국격 제고로 전환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BTS가 문화계에서 가장 파급력이 크다는 점은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 팝 전문가들도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문화콘텐츠학계에서 BTS의 파급효과를 제대로 연구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늘 안타까운 부분이다. 학계 차원의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BTS의 문화 혁신을 조명해야 이들이 미치는 기여도를 정확히 분석하고 그 파급효과를 선순환시킬 수 있을 것이다. 

 

●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으며 동국대에서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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