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인하 영향, 한은 금리 내리고 증시 오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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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 인하 영향, 한은 금리 내리고 증시 오르나
  • 김솔이 기자
  • 승인 2020.03.04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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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銀, 다음달 기준금리 인하 유력
주요국 중앙은행 정책 공조 차원
국내증시 상승…원‧달러 환율 하락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큰 폭인 0.5% 포인트 인하하면서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생겼다는 평가가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그래픽= 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면서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받고 있다. 시장에선 중국‧미국에 이어 주요국 경기 부양책이 잇따라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추측이 우세하다.

국내증시는 위험자산 선호심리 회복에 힘입어 반등세가 이어졌다. 연준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달러는 약세로 전환됐고 원‧달러 환율이 하락했다.

연준은 3일(현지시간) 오전 10시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를 기존 연 1.50~1.75%에서 연 1.00~1.25%로 0.5%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거치지 않고 연준이 금리를 내린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이번 연준의 결정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팬데믹(대유행)’ 양상을 보이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이 제기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코로나19가 중국 외 지역으로 급속히 확산하면서 제조업 공급망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진 바 있다. 그간 미국 경제에 대해 ‘지속적인 확장’ 판단을 내렸던 연준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본 셈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준금리 인하 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불확실하다”며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통화정책 기조를 완화했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의 영향력이 아직 경제지표에서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면서 선제적 차원의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다만 양적완화(QE) 재개 가능성에 대해선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 한국은행, 다음달 금통위서 기준금리 인하할 듯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린 후 국내 금융시장에선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가능성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달 27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현 수준인 연 1.25%로 동결한 바 있다.

당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현 상황에선 자영업자·기업에 대한 선별적이고 미시적인 지원 대책이 더 효과적”이라며 금리 인하에 거리를 뒀다. 임시 금통위 개최 여부와 관련해서도 “현재 임시 금통위까지 염두에 두거나 거론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연준보다 먼저 완화적 통화정책 의지를 밝혀온 일본·유로존 등 주요국과도 다른 판단이었다.

이 가운데 연준이 먼저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한국은행 역시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연준처럼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긴급 대응에 나설 수도 있다. 특히 기축통화국이 아닌 국가로서 ‘실효하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으나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낮아진 만큼 한국은행으로서도 통화정책 여력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4일 오전 열린 긴급 간부회의와 관련 "미국의 정책금리와 국내 기준금리가 비슷한 수준으로 낮아진 만큼 향후 통화정책을 운영할 때 정책여건의 변화를 적절히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에 앞서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호주 중앙은행(RBA) 등 주요국 중앙은행도 완화적 통화정책을 속속 시행하고 있다. 이 역시 한국은행이 움직일 유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간 시장에선 한국은행이 이들 중앙은행의 대응을 따라갈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호주 중앙은행이 지난 3일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연 0.5%로 인하했다. 일본은행 역시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가 직접 금융시장 안정을 강조하는 한편 환매조건부채권(RP·레포) 시장을 통한 5000억엔 규모 국채 매입과 상장지수펀드(ETF) 매입을 실시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의 경우 각 정부의 재정정책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기업 지원 차원에서 유동성 공급 정책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리면서 경기 부양을 위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정책 공조는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로 한국은행은 한 차례 금리 인하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간 공조가 확인되면서 다음으로 코로나19에 취약한 점을 고려하면 한국은행의 다음달 금리 인하는 기정사실화됐다”고 설명했다.

◆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 거론

시장에선 연준이 올 상반기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된다. 파월 의장은 “적절히 행동하고 정책 도구를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향후 경제지표로 코로나19 영향력이 확인될 경우 연준의 추가 대응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연준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서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여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금융시장에서도 연준의 추가적인 움직임을 요구하고 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반영해 온 주식시장은 3일 안정을 찾기는커녕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0.5%포인트 금리 인하만으로는 코로나19 충격을 상쇄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금융시장 불안을 우려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또한 0.5%포인트 인하 소식에 오히려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며 압박을 계속했다.

빠르면 오는 17·18일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전망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얼라이언스 번스타인의 에릭 위노그라드 연구원은 이같이 밝히며 “연준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금융시장 반응이 경제적 파장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어 이를 막으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국내 금융시장, 글로벌 경기 부양 효과 반영

국내증시에선 글로벌 경기 부양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전망이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완화 기조가 코로나19로부터 경기를 방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5.18포인트(2.24%)나 뛴 2059.33에 마감했다. 지수는 전날보다 8.34포인트(0.41%) 내린 2005.81로 출발했으나 점차 상승폭을 키워나갔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8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전환, 1523억원어치 주식을 담았다. 앞서 외국인은 지난 3일까지 7거래일 연속 ‘팔자’ 기조를 유지한 바 있다. 이 기간 순매도 규모만 4조6000억원에 달했다. 

특히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 원‧달러 환율이 하락 전환한 점도 국내증시 외국인 수급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7.4원 내린 1187.8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달러 약세를 반영하면서 하락 흐름을 이어갔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불안은 글로벌 주요국들의 정책대응력 강화로 이어졌다"며 "글로벌 유동성 및 정책동력 강화에 2분기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에 우호적인 펀더멘털 환경을 감안할 때 2분기부터는 국내증시 상승추세가 재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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