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 줌마의 종횡무진] 이집트에서 코로나를 대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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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 줌마의 종횡무진] 이집트에서 코로나를 대하는 법
  • 차가진 카이로 통신원
  • 승인 2020.03.04 12:21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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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투명하게 정보공개하는 정부와 듬직한 의료진 그리워"
차가진 카이로 통신원
차가진 카이로 통신원

[오피니언뉴스=차가진 카이로 통신원] 전염병이 돌자 발효식품인 김치와 고추장이 백신이 됐다는 한국의 '국뽕' 스토리처럼 이집트에도 고유의 향신료와 양파, 마늘 등을 주제로 한 국뽕 백신 스토리가 있다. 여전히 이집트 친구들은 자신들의 면역체계가 강해서 전염병에도 끄덕 없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곤 한다. 

그래서일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국을 흔들고 있는 가운데, 아직까지 이집트 사회는 비교적 평안한(?)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조금은 긴장을 해주면 좋으련만, 원래도 마스크를 착용하면 이상하게 여기는 문화가 있다.

마스크 쓰기 눈치 보여

매연과 모래먼지에 황사 마스크를 끼고 나가도 동물원 원숭이 취급당하기 일쑤였기 때문에, 하물며 이 시국에 마스크를 낀다는 것은 더욱 쉽지 않다. 그래도 대중 밀집 장소에 나가야 할 경우에는 용기를 내 마스크를 끼고 가는데, 마스크 착용자는 동양인뿐이라는 것을 서로 조심스런 눈으로 확인하고 돌아오게 된다. 마스크는 착용해야겠고 오해의 눈은 받기 싫다보니, 눈을 제외하고 얼굴 전체를 덮는 ‘니캅’을 구매해보기도 했는데 이 역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저 95%가 사막인 이곳의 기후가 바이러스를 억제해주고 있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 속에 “이집트는 코로나 청정지대”라고 믿으려 노력하지만, ‘미확인 지대’일 것이라는 의구심을 마음에서 떨쳐버리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국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할라 자예드 이집트 보건부 장관. 사진=신화/연합뉴스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국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할라 자예드 이집트 보건부 장관. 사진=신화/연합뉴스

긴장하는 이집트

아니나 다를까, 최근 이집트 관광 후 귀국한 프랑스인과 캐나다인이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사실이 알려졌다. 뒤이어 1일에는 이집트 보건부가 이집트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미 코로나19가 조용히 우리 곁에 와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현실로 확인될 순간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다. 덩달아, 아직 거의 착용하지 않지만, 시중의 마스크 가격이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했다.

왜 이집트 사람들이 옛날에 태양신을 숭배했는지 크게 이해가 되고 있는 순간이다. 나 역시도 사막의 뜨거운 태양과 더위를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으니.

코로나19가 아프리카 국가들로 퍼질 경우, 그 결과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는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장 조차 “아프리카의 열악한 의료체계와 감시시스템 탓에 이미 더 많은 감염자가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고, 빌 게이츠 역시 "아프리카에 퍼질 경우 중국보다 더 극적인 상황이 될 것"이라며 큰 우려를 표시했다고 한다. 지난 2년간 이집트에서 생활해 본 필자는 이들의 말에 적극 공감한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하늘을 날고 인간과 로봇이 대결하는 영화 속 2020년과 달리, 이집트는 여전히 흑백 영화에서 본 듯한 오래된 자동차와 당나귀, 마이바흐(벤츠 최고급 모델)가 혼재해 있는 곳이다. 전 국민의 20%(2000여만명)가 카이로에 밀집해 살고 있고 문맹률이 50%에 육박하며 1인당 GDP가 2018년 기준으로 2550달러에 불과하다.

최근 한 지인이 경찰서에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서류 작성 후 복사를 해야 하는데 복사기가 없어서 한 직원이 이를 그대로 옮겨 적었다는 경험을 들려준 적이 있다. 일선 경찰서(또는 파출소)까지 복사기 지급이 안됐거나, 됐어도 제때 수리가 안 되는 상황이라는 반증이다.

이집트 카이로 국제공항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비행기 탑승자들의 체온을 재고 있는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이집트 카이로 국제공항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비행기 탑승자들의 체온을 재고 있는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낙후된 의료시설 불안

의료시설 또한 한국에 비해 비교적 낙후돼 있고 위생시설과 위생관념이 높지 않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공공시설에는 살균제 성분이 가득할 것으로 추정되는 세제들을 어마어마하게 사용한다. 아마도 상당수 청소부들이 살균제로 인한 질병에 시달릴 것으로 판단되지만, 이들은 그게 몸에 얼마나 해로운지 잘 모른다. TV 광고에서도 아가를 위해 살균제가 들어간 물티슈로 식탁을 닦고 아이 물품을 닦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는 가습기 살균제 파동을 통해 그 심각성을 이미 학습했지만, 여기선 아직 설명을 해도 고개를 갸웃 거릴 뿐이다.

거리의 청소부는 쓰레받기가 없어서 상자를 뜯어 사용한다. 의사 월급도 40만~50만원 수준에 불과하니, 아파도 병원에서 아플 수 없는 자들이 많다는 의미다. 이집트 내 코로나19 공식 검진기관도 카이로에 두 곳인데, 누가 얼마나 방문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관광업이 주요 산업인 이집트 특성상 수많은 외국인들의 왕래도 불가피하다. 이집트 정부가 초기엔 중국행 항공기 운항을 잠시 중단했지만 곧 재개했다. 공항 이용객들은 문진표와 비접촉 체온계 검사만 통과하면 되는데, 여전히 마스크 미착용자 투성이다.

그런데도 이곳은 코로나19 감염자가 불과 얼마 전까지 ‘0’이었다. 지난달 14일엔 이집트에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발표됐는데, 5일 만에 결과가 번복됐다. 여러 번 검사해보니 감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집계 상으론 여전히 이 환자가 첫 번째 확진자다.) 이집트 여행 직후 코로나가 발병됐다는 외국인도 늘고 있지만, 이집트에는 확진자가 여전히 ‘0’이었다. 지난 1일 또다시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정부는 ‘자국민’이 아니라 얼마전 입국한 외국인이라는 데에 방점을 두고 있는 듯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대단위 방역과 격리, 역학조사를 수행할 여유가 없고 카이로를 제외한 사막 어딘가의 지역엔 누가 얼마나 어떻게 살고 있는지 찾고 이동하기조차 쉽지 않을 것임을 생각해보면, 나 역시도 그냥 질끈 눈을 감게 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외국인간에는 여러 채널을 통해 코로나에 관한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다. 이집트에 코로나 확진자가 있지만 진단 시약은 물론 치료할 병원시설 조차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는다는 설부터, 코로나 발병 인정시 사우디 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등으로 입국이 안 될 것이기 때문에 발표하지 않는다는 설까지. .

이집트의 상황으로 유추해 보건데, 다른 아프리카의 국가도 상황은 다르지 않을 듯하다. 그래서 쓸 수 있는 카드가 한정돼 있는 이들 국가가 왜 서둘러 중국을, 한국을, 일본을 입국금지 조치로 대응하는지 이해가 가기도 한다.

서로를 다독이며 위기 극복을 응원하는 이집트 주재 한인들
 
사실 지난 14일 이집트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알려지면서 한인들 역시 동요했다. 1월에 중국 우한에서 카이로로 입국했던 중국 여성이 약 2주간 일하다가 다시 귀국했는데, 이 여성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역학조사 실시 결과, 카이로에서 손꼽이는 대규모 쇼핑몰에 근무하는 중국인 매니저가 코로나19 양성 보균자로 확인됐다는 것이었다. 이 중국인은 카이로에서 5시간 거리에 있는 마르사마트루 병원에 격리됐다. (이 확진자가 차후에 음성으로 밝혀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한인회 단톡방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에 따른 동양인 인종차별 확대 ▶원거리 병원 격리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각종 고충 사항 등에 대한 우려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한인 환자 발생시 대처요령, 특히 아이들에 대한 문의도 이어졌다. 그러나 언론이 잘 통제돼 있고, 업무 처리가 더딘 이집트 특성 덕에 대사관에서도 알려진 몇 가지 사실(격리병원 강제 이동 등) 외에 이렇다 할 답변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한국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필자는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이탈리아, 이란, 한국, 일본, 중국 5개국을 방문한 이력이 있는지 알려달라는 이메일을 받았다. 매일 얼굴 보고 인사하며 웃고 지나가던 이웃집 아이들조차, 집을 방문하는 한인들을 향해 “코로나, 코로나~”라고 손가락질 해대기 시작했다.

동양인이 지나가면 모세가 홍해를 가르듯 길이 열리고, 등을 돌리며 아이들을 뒤로 숨기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생기기 시작했다. 모래폭풍(캄신) 시즌이 다가오면서 감기, 특히 목감기와 인후염 등의 호흡기 질병이 창궐하는 시기가 됐지만, 이상한 오해를 살까봐 지레 겁먹어 기침도 맘 놓고 못하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 서로 경험담을 주고 받고 소통하며 서로를 다독이고 응원을 보내는 것으로 지금의 시간을 이겨내 나가고 있다.

해외에 살다보면, 모두가 애국자가 된다고들 한다. 욕 먹더라도 투명한 정보공개로 감염확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정부와 아프더라도 나를 버리지 않고 치료해 줄 듬직한 의료진이 있다고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이 얼마나 그리운지 모르겠다.

● 차가진 카이로 통신원은 기자, 국회의원 비서관, 더불어민주당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다 지금은 이집트에 잠시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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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유 2020-03-05 12:18:21
대한민국 국민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오성현 2020-03-05 12:15:03
오호랏!! 이집트의 상황은 그렇군요!!

맹구 2020-03-04 17:21:16
그렇군요. 해외에서의 생활이 국내보다 나을 것도 없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