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트렌드] 다닥다닥 붙어사는 우리, '사회적 거리두기'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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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트렌드] 다닥다닥 붙어사는 우리, '사회적 거리두기' 성공할까
  • 김이나 컬쳐에디터
  • 승인 2020.03.0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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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의 분수령이 될 3월 첫째주 일주일간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하자
'사회적 거리두기'는 전염성 질환 확산을 멈추거나 늦추기 위한 '비의약적 조치'에 해당
바쁘게 사는 한국인들, 역동성은 잠시두고 내면에 충실한 일주일 보내는 건 어떨까
대한의사협회가 발표한 '3-1-1' 캠페인 포스터. 사진=의협
대한의사협회가 발표한 '3-1-1' 캠페인 포스터. 사진=의협

 

[오피니언뉴스=김이나 컬쳐에디터] "선배, 요즘 너무 우울해요. 코로나가 제 모든 루틴(습관)을 다 망가뜨리고 있는 것같아요."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후배가 툭 던진 짧은 카카오톡 문자는 우리나라에 닥친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 19) 감염증 사태가 정신적인 공황으로 끌어들이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메르스 사태 당시의 공포감보다 더 큰 공포감이 일상을 흔들고 있다.   

한국인처럼 사회적인 민족이 또 있을까. 작은 것 하나라도 나눠먹는 긍정적인 모습도 있고, 담너머 이웃집일에 끼어들고 '감내라 대추내라' 훈수 두는 것도 즐기는 민족이다. 좋게 말하면 너무 다정하고, 나쁘게 말하면 너무 남일에 개입하는 걸 즐기는 민족이다. 이런 한국인에게 타인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정말 참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에 내몰렸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낯선 공포에 대한 낯선 저항이다. 효과가 있을까. 좁은 공간에서 서로 부대끼며 지지고 볶고 살아가는 한국인들에게 억지로 '거리를 두기'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주말 국민들에게 “3월초까지가 이번 유행에 있어 중요한 시점인만큼 개인 위생 수칙 준수 및 이른바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를 실천하자”고 제안했다. 

앞서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8일 전국적인 코로나19 확산을 줄이기 위한 ‘3-1-1 캠페인’을 제안했다.  ‘3-1-1’란 3월(3), 첫 주(1), 일주일(1)동안 가급적 집에 머무르고 예정된 모임이나 행사 등은 취소하자는 것이다. 또 재택근무나 휴가를 실시해 일주일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해보자는 취지다. 온라인에서는 의협에서 발표한 권고문과 UCC(포스터)가 활발하게 공유됐다.

정부와 전문가들이 지난 주말과 3월 초까지를 중요 기점으로 삼는 이유는 3월1일이 대규모 코로나19 감염이 시작된 신천지 교단의 마지막 예배일인 2월 16일로부터 2주가 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3월 초가 지나면 신천지와 관련없는 지역사회 감염 여부가 진행 중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가장 쉬운 방법은 집에 머물며 접촉을 차단하는 것이다. 사진=유튜브 캡쳐
'사회적 거리두기'의 가장 쉬운 방법은 집에 머물며 접촉을 차단하는 것이다. 사진=유튜브 캡쳐

◆'사회적 거리두기'의 아픈 역사

역사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는 한센병 등 전염성 질환 발병시 확산 방지 수단으로 존재해왔다. 물리적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즉 환자들을 격리함으로써  급격한 확산을 방지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이 개발될 때까지 유지하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특히 기침 또는 재채기를 통해 감염되는 바이러스가 유행할 때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이다.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전염성 질병의 확산을 멈추거나 늦추기 위해 보건 당국이 취하는 '비의약적 조치'에 적용되는 용어로 궁극적 목표는 감염자와 비감염자의 접촉 가능성을 감소시켜 질병 전파를 막고 사망률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정부 차원의 넓은 의미의 '사회적 거리두기'로는 휴교 혹은 휴원 조지, 직장 폐쇄, 스포츠 행사나 예술 공연 취소, 대중교통의 제한적 운영, 그외 각종 레크리에이션 시설 폐쇄 등이 있으며 좁은 의미의 거리두기는 개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자발적인 거리두기다. 스스로 대중시설을 방문하지 않고 모임을 취소하며 사람들과의 접촉을 하지 않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권고되는 배경에는 현재 국내의 상황이 물리적 차단이나 봉쇄 같은 강제적인 거리두기가 가능하지도 않고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 차원의 발빠른 대처와 함께 범국민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29일 "3월 초까지가 코로나19 유행 (방지)에 있어 아주 중요한 시점"이라며 "일반 국민들은 개인위생수칙을 준수하고, 이른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달라"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달 29일 "3월 초까지가 코로나19 유행 (방지)에 있어 아주 중요한 시점"이라며 "일반 국민들은 개인위생수칙을 준수하고, 이른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달라"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메르스 사태때 '병원 문병 문화' 고치기로 했지만

2015년 중동 호흡기 증후군(메르스) 발생 당시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의 확산 속도가 유난히 빨랐던 것이 기억난다. 메르스는 특히 병원내 감염이 많았는데 많게는 6인이 함께 입원하는 형태의 입원실에 많은 사람들이 문병을 왔고, 특히 가족 구성원이 직접 간병을 하는 특이한 환경 탓이었다. 

그 후 한동안은 문병 문화나 간병 방법이 바뀌는가 싶었지만 여전히 그런 문화는 유지되고 있는듯 하다.

이번 코로나19는 메르스보다도 더 위험한 요소가 많다. 이른바 무증상 전염도 가능하다고 보고되는데 감염자가 자각 증상 없이 돌아다니다 타인이 감염될 수도 있는 질환이다.

눈이 와도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사람을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서는 역동적인 한국 사람들. 은퇴 후에도 불러주는 사람 없이 집에 머물러 있으면  왠지 그동안 인생을 잘 살지 못한 사람인 듯한 자괴감을 갖는다. 

큰 눈 오는 날엔 눈 오는 소리, 비 올땐 비오는 소릴 들으며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여유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역동성은 잠시 넣어두고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코로나-19 퇴치에 동참하는 시민이 되어보자. 따로따로 떨어져서 버티다보면, 타인에 대한 그리움이 커지게 마련이다.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이기고 난 후,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안은 채 다시 만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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