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세자르영화제, '폴란스키'로 얼룩...'기생충'은 외국영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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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세자르영화제, '폴란스키'로 얼룩...'기생충'은 외국영화상
  • 김이나 컬쳐에디터
  • 승인 2020.02.29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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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상 라주 리 감독의 '레미제라블', 감독상 '장교와 스파이'의 로만 폴란스키
성범죄 이력 폴란스키 수상에 프랑스 영화인 지식인들 반발
' 기생충',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이어 프랑스 양대 영화상 석권

[오피니언뉴스=김이나 컬쳐에디터]  프랑스 최고 권위의 영화제인 프랑스 세자르 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프랑스영화예술아카데미는 28일(현지시간) 파리 시내 살 플레옐 극장에서 열린 제45회 세자르상 시상식에서 봉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외국어영화상에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한 달 전 '기생충'은 세자르의 외국어영화상 후보작에 지명됐다.

영화 '기생충'은 지난해 국제영화상인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바 있는다. 이번에 받게 된 프랑스 국내 영화제인 세자르 영화상은 1976년부터 매년 전년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프랑스내에서 개봉된 영화들을 대상으로 22개 부문에 걸쳐 시상하는 프랑스 영화 최대 축제다. 
 
약 3000명의 프랑스 영화예술 아카데미 위원들이 투표로 선정하는 이 상은 '프랑스의 오스카'로 불린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3년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이 외국어영화상에 처음 노미네이트 됐었다.

올해 세자르 영화제에서 '기생충'은 쿠엔틴 타란티노(미국)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페드로 알모도바르(스페인)의 '페인 앤 글로리', 토드 필립스(미국)의 '조커', 마르코 벨로치오(이탈리아)의 '배신자' 등 다른 6개 작품과 경합을 벌였다.

제 45회 프랑스 세자르 영화제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 사진= 연합뉴스 자료
제 45회 프랑스 세자르 영화제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 사진= 연합뉴스 자료

하지만 '기생충'의 수상이 유력하다는 평가는 한달전 후보로 지명될 당시 곧바로 제기됐다.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차지한데 이어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이 아닌 외국에서, 특히 프랑스를 제치고 제 92회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거머쥐며 프랑스를 충격에 빠트렸기 때문.  

결국 이번 수상으로 프랑스 양대 영화축제의 최고상과 외국어영화상을 아시아감독 작품이 2년 연속으로 석권하는 기록을 남겼다.

지난해 제44회 세자르 외국어영화상은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만비키 가족'이 수상했는데 이 작품은 그 전해인 2018년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한편 이번 시상식에서 세자르상의 작품상은 라주 리 감독의 '레미제라블'이, 감독상은 '장교와 스파이'를 연출한 로만 폴란스키에게 돌아갔다.

라주 리 감독의 장편 데뷔작 '레미제라블'은 파리 근교 도시를 배경으로 폭력에 노출되면서 더 큰 폭력의 세계로 빠져드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작년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데 이어 이번에 세자르의 최고상까지 석권했다.

라주 리 감독은 국내 영화팬들에게도 익숙한 인물이다. 지난해 제 24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시네마' 섹션에 자신의 자전적 영화인 '레미제라블'을 들고 부산을 방문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프랑스에서는 분노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싸운다. 홍콩에서도 마찬기자다. 시람들이 길에 나와서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며 이 영화의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제45회 프랑스 세자르 영화젱서 감독상 수상자로 선정된 로만 폴란스키 감독. '성범죄' 이력에도 수상자로 선정됨으로써 프랑스 최고의 영화제인 세자르 영화제의 권위가 흔들리게 됐다. 사진= 연합뉴스
제45회 프랑스 세자르 영화젱서 감독상 수상자로 선정된 로만 폴란스키 감독. '성범죄' 이력에도 수상자로 선정됨으로써 프랑스 최고의 영화제인 세자르 영화제의 권위가 흔들리게 됐다. 사진= 연합뉴스

폴란스키 감독의 '장교와 스파이'는 19세기 후반의 프랑스를 휩쓸었던 드레퓌스 사건을 다룬 역사물로, 폴란스키는 성범죄 전력을 둘러싼 논란 속에 시상식에 불참했다. 

특히 시상식에서 소동이 벌어졌다. 폴란스키의 수상이 발표되는 순간 프랑스 배우 아델 하에넬 등 다수의 영화인들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등 반발했다. 또 폴란스키 수상을 반대하는 시위대가 시상식장 진입을 시도, 이를 막으려는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폴란스키는 성범죄로 인해 미국 아카데미에서도 제명됐는데,  프랑스는 자국 영화인이라는 이유로 그를 감싸왔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인물. 한달 전 폴란스키 감독의 작품이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등 총 12개 부문 최다후보에 오르자, 시민단체 등 각계가 영화제 행사주관측을 비난했다. 

폴란스키 감독의 성범죄 논란은 지난해 11월 사진작가 발랑틴 미니에가 일간 르 파리지앵과의 인터뷰에서 "10대때 폴란스키 감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프랑스 예술인과 지식인들이 무조건 폴란스키를 옹호해 왔다"고 폭로하면서 본격화됐다. 오래 전인 1977년 그는 미국 LA에서 미성년자와 성관계 혐의로 기소돼 유죄 인정됐고, 스위스에서도 또다른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바 있다. 

이에 프랑스 정부의 마를렌 시아파 양성평등 담담 장관은 "프랑스 영화계는 여성과 성폭력을 고발한 희생자를 무시하고 있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지난 13일 세자르상을 주관하는 프랑스 영화기술아카데미의 영화진흥위원회(APC) 소속 21명의 위원진이 사임하기에 이르렀지만. 폴란스키 감독상 수상을 막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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