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제2의 코로나 전쟁터 될라...이란보다 심각한 국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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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제2의 코로나 전쟁터 될라...이란보다 심각한 국가 많다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2.2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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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코로나 확산에 '중동, 제2의 코로나 전쟁터' 될라
대부분 국가, 이란보다 크게 열악...일부 국가들은 국경 폐쇄 및 항공편 중단
중동지역 취약한 의료시스템 탓에 확산시 피해 눈덩이 불가피
이란 테헤란에서 마스크를 쓴 한 여성이 버스에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란 테헤란에서 마스크를 쓴 한 여성이 버스에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가 전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중동 국가들 역시 두려움에 떨고 있다. 

중동 안팎의 언론에서는 "중동 국가들이 코로나19의 제 2의 전쟁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동 국가의 경우 의료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 않은 국가가 많아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확산될 경우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눈덩이처럼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라크를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확진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는 이란과 접한 국경을 폐쇄하고 있으며, 요르단과 카타르 등 일부 국가는 중국 및 한국 등에 대해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 역시 의료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있지 않은 탓에 자국 내 확산을 전면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현재 이란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 수 및 사망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를 비롯해 바레인, 레바논, 오만 등의 중동 국가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 수출이 경제의 대부분을 지탱하고 있는 국가들은 유가 하락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입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확산될 경우 시민들이 느끼는 혼란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란, 의료기술 발달했지만 의약품 부족 우려

이란 보건부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각) 기준 이란 내 총 확진자 수는 139명, 사망자 수는 19명이다. 중국을 제외하면 사망자가 가장 많은 국가다. 

이란은 중동 국가들 중에서는 의료기술이 발달한 편에 속한다. 이라크 등 다른 이웃 국가에서 치료를 목적으로 이란으로 건너가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이란은 전염병 발병을 통제한 경험도 있다. 과거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10년 동안 소아마비를 퇴치했고, 지난해에는 B형 독감으로 1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나 확산을 막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동 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의료 기술이 발달한 이란이지만, 최근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여기에는 미국과의 틀어진 관계도 한 몫하고 있다. 

FT는 "최근 이란은 미국의 경제 제재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란인들은 이로 인한 필수적인 의약품 부족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 제약회사들이 이란에 의약품을 공급하고 있지만, 이란 내 확진자수가 급증하면서 시민들 사이에 불안감이 증폭, 기초 약품과 마스크, 세정제 등을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아랍권 언론 알자지라는 "중동 국가와 북아프리카 정부가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면서도 "전쟁, 의료 시스템 약화로 인해 일부 국가들의 전염병 대처 능력에 대해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료: 존스홉킨스대학CSSE, FT
중동지역을 나타내는 지도. 동그라미 안 숫자는 26일 현재 확진자수다. 자료: 존스홉킨스대학CSSE, FT

가장 위험한 국가는 이라크

현재 중동 국가들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국가는 총 9개 국가다. 이 중 레바논, 쿠웨이트, 바레인, 이라크, 오만 등 5개국은 첫 확진자가 이란에서 온 여행자들과 관계가 있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랍에미리트 역시 가장 최근의 확진자가 이란 관광객과 그의 부인이라고 보고했다. 

이란 내에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가 이웃 중동 국가들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FT는 중동 국가 중 가장 위험한 국가로 이라크를 꼽았다. 이라크의 경우 이란과 1500km에 이르는 국경을 공유하고 있는데, 이 국경을 통해 연간 120억달러 규모의 물자와 인력이 꾸준히 왕래를 하고 있다.

이란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수가 급증한 지난 주말 이후부터 일부 국경이 폐쇄됐으나, 이미 이라크 내 5명이 코로나19 확진자로 분류됐다. 

이라크 보건 당국 관계자는 "수십년간의 제재와 불안정한 정세 등으로 인해 이라크 병원들은 자원과 인력이 부족하다"며 "이라크에서 전염병이 확산되는 것은 파괴적인 일"이라고 우려했다. 

사이프 배드르 이라크 보건부 대변인 역시 "솔직히 이라크의 의료 시스템에는 문제가 있다"며 "그래서 우리는 예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언급했다. 

알자지라는 이라크를 비롯해 시리아, 예멘, 리비아 등 분쟁으로 인해 의료 시스템이 심각하게 무너진 국가들이 가장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 언론은 "복잡한 비상 사태를 겪고 있는 이 국가들은 걸프만에 있는 다른 중동 국가들에 비해 의료 시스템이 취약하고 인프라가 취약하다"며 "전염병에 대한 대응이 매우 약하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시리아, 예멘, 리비아의 경우 일부 연구실을 갖추고 있긴 하지만, 이 국가들로 코로나19가 확산된다면 우리는 분명히 우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랍에미리트(UAE)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적지 않은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두바이는 중국과 아프리카, 아시아, 중동 지역의 무역 및 여행 중심지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으로도 알려져있다.

UAE는 지난 20일 이란을 오가는 모든 항공편의 운항을 중단했다. 2014년이후 유가가 하락함에 따라 경제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항공 운항마저 중단될 경우 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UAE에서는 지금까지 13건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투명한 정보 공개가 가장 중요

현재 확진자수 및 사망자수가 많은 이란에서는 보건당국이 전국 230개 병원을 지정해 확진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곰 지역 내의 학교는 모두 임시 폐쇄했으며, 영화 상영과 미술 전시회, 축구 경기 등도 모두 취소됐다. 

터키와 아프카니스탄, 아르메니아, 파키스탄 등 이란과 접하고 있는 이웃 국가들은 국경을 폐쇄했다. 쿠웨이트는 이란과의 모든 항공 여행을 중단했고, UAE 역시 이란을 향하던 항공 운항을 멈췄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동 국가들로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국경 폐쇄 및 항공 운항 중단 등의 조치보다도 투명한 정보 공개가 가장 우선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레바논 지식정책센터의 파디 엘 자르달리 국장은 "국가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어떠한 정보도 숨기지 말아야 한다"며 "시민들에게 (이 상황에 대한) 평가와 치료를 위한 양질의 지침을 주기 위해 최신의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란 이외의 중동 국가에서 확진자수가 훨씬 많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이란 정부 관계자는 이란 내 확진자수가 급증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웃 중동 국가들의 경우 더욱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파키스탄의 확진자 수가 이란보다 적다는 사실이 믿어지는가"라고 반문하면서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단언했다. 또 "터키나 UAE처럼 확진자수 혹은 사망자수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있거나, 아니면 바이러스를 검사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중동지역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의약품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동지역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의약품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볼 인사 자제하라"..코로나 확산 방지 주력

중동 국가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은 아랍권 인사 방식인 '볼 인사'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걸프뉴스는 1439년 잉글랜드 헨리 6세가 페스트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키스를 금지한 일화를 소개하며, "세계가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직면하자 일부 보건당국은 다른 사람들과의 신체적인 애정 표현을 자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네소타 대학의 전염병 전문가 마이클 오스터홀름은 "만일 코로나19가 당신의 지역사회에 퍼지고 있다면, 그것(볼인사 등 접촉)은 매우 신중히 생각해야 할 일"이라며 "위험을 적극적으로 줄이기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일 중 하나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확진자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이탈리아에서도 이같은 움직임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이탈리아 로마의 경제학자인 지오르기아 니그리는 "단체 회원들은 인사를 할 때 서로의 볼에 키스를 하지 말자고 제안하기 시작했다"며 "처음에는 이것이 속상했지만, 최근에는 합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과의 신체적인 인사는 피하고, 최소한 1미터의 사회적 거리를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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