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NOW] 美 조지아주, 베트남전 참전 거주한인, '참전용사' 칭호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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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NOW] 美 조지아주, 베트남전 참전 거주한인, '참전용사' 칭호 부여
  • 권영일 객원기자 
  • 승인 2020.02.27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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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혈맹은 영원한 동지"
재미 한인 참전용사에 베테랑(참전용사)면허증 지급
미국 50개주 가운데 첫 주의회 본회의 통과

[오피니언뉴스=권영일 객원기자] 지난 2월 25일 정오(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하원 의사당. 

조영준 미국 동남부지역 베트남참전국가유공자회 회장은 방청석에서 주 하원의원들의 의사 진행을 숨을 죽이며 지켜보고 있었다. 조금 전 베트남 한인 참전용사회의 숙원사업이었던 베테랑(참전용사) 면허증 개정안(HB 819)에 대한 표결이 있었다.  이윽고 데이비드 랠스톤(David Ralston) 하원의장의 결과발표.

 “162명 표결의원 가운데 찬성 162.” 

순간 조영준 회장은 주먹을 꽉 지고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방청한 10여명의 유공자회 회윈들과 일일이 축하의 악수를 했다. 표결에 참여했던 하원들도 일제히 기립해 이들에게 환호성과 박수를 보냈다.

미국 조지아주에 거주하는 한인 베트남전 참전용사들에게 주정부의 베테랑 면허증을 발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HB 819가 주하원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이다. 이에 따라 조지아주는 미국 50개주 가운데 처음으로 한인 베트남전 참전용사를 미국인 참전용사와 똑같이 대우해주는 법안을 주의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미국 조지아주 하원 본회의장 전경. 사진=권영일 객원기자.  
미국 조지아주 하원 본회의장 전경. 사진=권영일 객원기자.  

‘우리는 전우’라는 의식 확산 단초

현재 비슷한 법안을 추진하는 주는 ‘한국사위’로 불리는 친한파 래리 호건 주지사가 재임하는 메릴랜드주가 있지만 아직 주의회에서 발의도 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 2013년 오레곤 주하원도 한인 베트남전 참전 유공자에게 주정부가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등의 의료혜택을 제공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조지아주 하원이 관련 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앞으로 다른 주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사지에서 맺은 혈맹은 영원하다는 것을 미국 주류사회가 인정하는 단초가 된 것이다. 물론 하원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상원과의 협의 및 상원 통과라는 과정이 남아있지만 하원을 통과하면 입법의 ‘9부능선’을 넘은 것이다.

미국 동남부지역 베트남참전국가유공자회와 한인단체가 그동안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상원에서의 통과 전망도 매우 밝다. 이 법안이 상원까지 통과하면 주지사의 공포로 올해 7월1일부터 발효된다. HB 819는 이날 ‘수정 개방법안(Modified Open Rule)’형식으로 본회의에 상정됐다. 당초 토론이나 문구수정 제의가 예상되기도 했지만 주하원의원들은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았다. 

수정 개방법안은 단순히 찬반투표만을 거치는 형식이 아니라 의원 누구나 질문이나 토론을 통해 문구를 수정할 수 있는 법안이다. 이에 따라 뜻밖의 암초를 만날 우려도 있었다. 이 법안의 세부 문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의원이 나타나면 법안 통과에 문제가 생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표결에 앞서 진행된 의사진행발언에서 지지를 표명한 빌 히첸스(Bill Hichens)의원은 “법안을 보자 마자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함께 전장을 누비던 동맹국의 전우들을 생각할 때, 정의가 있다면 이들의 공로를 인정해야한다고 말했다. 그 역시 베트남에서 13년간 복무한 베트남 참전 용사다.

조지아 주법에 따라 하원이나 양원에서 발의된 법안은 ‘크로스오버 데이‘이전에 해당 양원의 본회의를 통과해야 폐기되지 않는다. HB 819는 크로스오버 데이 훨씬 전에 하원을 통과해 입법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올해 정기 주의회의 크로스오버 데이는 3월7일이다.

조영준 회장은 “정말 기쁘다”며, ”아직 상원 통과라는 관문이 남아 있으니 한인사회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역내 의원들에게 법안의 의미를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 회장은 또 “그동안 물심양면으로 한국과 한국인을 도와줬던 친한파 주의원들의 노력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아닌 게 아니라 이 법안은 공화당의 빌 히킨스, 로저스 테리 의원, 민주당의 마이크 그랜튼, 샘 박, 앨 윌리엄스 의원 등 초당파적 협력으로 발의됐다.

그동안 애틀랜타 한인사회를 중심으로 꾸준히 추진해온 친한파 주의원들과의 이른바 ‘풀뿌리 민간외교’가 또 하나의 결실을 맺은 것이다.

● 권영일 객원기자는 한국외국어대 불어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광고홍보학을 전공했다. 1985년 언론계에 발을 내딛은 후, 내외경제신문(현 헤럴드경제신문)에서 산업부, 국제부, 정경부, 정보과학부, 사회부 기자를 거쳐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와 현재 애틀랜타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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