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코로나 재난, 공동체의 힘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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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코로나 재난, 공동체의 힘을 보여줄 때다
  • 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 승인 2020.02.2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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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는 곧 종식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정세균 총리는 우한 교민의 생활 시설을 점검한 후 침체를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위기에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 없다는 점을 설명하며 모두를 안심시켰다. 때마침, 손혜원 의원은 유튜브 방송에서 코로나19는 감기에 불과하다며 자신은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의료 전문가들의 생각은 정치인들과 완전히 달랐다. 지난 14일 필자가 의학 분야의 지인을 만났을 때, 해당 전문가는 “섣불리 종식이나 안심을 얘기할 시기는 전혀 아니다.”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지역 사회 감염 가능성 및 중국 학생들이 대거 입국한 후 대학이 개강하는 3월 이후 또 다른 위기가 시작될 수 있는데 정부가 너무 안일하게 사태를 본다는 것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지나친 우려라고 판단했으나 해당 전문가의 우려는 3월보다 더 빠르게 우리 곁에 현실로 다가왔다. 오히려 중국에서는 연일 언론 및 포털 등을 동원해 한국이 훨씬 더 위험한 지역임을 대내외에 알리고 있고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상당수가 현재 한국 입국을 미루거나 한 학기 휴학을 알리는 등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전환되고 있다. 

정치와 경제의 관점보다 방역 전문가의 관점 경청해야 

정부가 섣불리 코로나19 사태 종식을 언급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역병 창궐 사태를 정치 및 경제의 관점에서 바라봤기 때문이다. 물론,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국내 경제는 자재와 부품 수급 등에서 문제를 드러냈고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은 가장 먼저 경제적 직격탄을 맞았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먼저 정치·경제적 관점으로 이 위기에 접근한 건 치명적 실수였다.

중국으로부터의 부품 수입 차질 및 글로벌 수출 시장에서 가장 큰 손인 중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수립하기 위해 정부는 마스크를 선제적으로 중국 정부에 지원했고 시진핑 주석의 방한에도 각별히 노력을 기울였다. 정부 여당 역시 선거 운동에 집중하면서 일상으로의 회복을 지속적으로 얘기하는 등 너무 빨리 감염병 극복의 성취감을 드러냈다. 패착이 아닐 수 없다.

의학계에서는 사태 초기부터 정부가 지나치게 정치인, 경제인들의 의견을 토대로 이 상황을 바라본 데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다. 방역 전문가들은 애당초 중국으로부터의 전면 입국 금지 및 위기 단계 격상을 요청했고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도 19일 언론과의 브리핑에서 “방역하는 입장에서는 누구라도 고위험군이 덜 들어오는 게 좋은 건 당연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상황이 악화되기 시작하자 정부는 방역 및 의료 전문가의 의견을 수용, 위기 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올렸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 대구에서 현장을 직접 지휘, 4주 안에 코로나 재난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는 점을 약속했다. 방역 전문가의 입장을 경청, 사태 극복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힘내요! 대구·경북" 밥상공동체, 카톡 프로필 운동. 사진=연합뉴스

사태 극복 위해서는 비난보다 지지가 우선

정치와 언론에서는 연일 정부 비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가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방역에 집중한 현 시점에서 정부의 무능을 일관되게 질타하는 정치권의 주장이나 대안 없는 언론의 비판과 비난은 국민적 공포심만 부각시킬 뿐 문제를 극복하고 해결하는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은 사태 극복을 위해 슬기로운 대안을 제시, 논의해야 할 때이다.

사태 극복에 모든 노력을 집중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정부는 정치인, 경제인의 입장보다 현장에서 코로나19와 맞서 싸우는 의료진의 목소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바이러스를 극복해야 한다. 언론 역시 이제부터라도 비난과 비판보다 사태 극복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와 대안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지금은 뒤늦은 비판보다 지지와 지원, 정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정부는 500원에서 5000원으로 폭등한 마스크 가격 및 마스크의 안정적 수급에도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비정상적인 가격 폭등 및 마스크 수급 차질이 있을 때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마스크 가격 안정화 및 더 나아가 가격 통제,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하며 정치권과 경제 현장에서도 정부의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역병이 무서운 이유는 바로 옆의 사람을 경계하고 주위의 모든 사람을 불신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역병 창궐은 우리의 신체를 파괴하기도 하지만 공동체주의, 대인관계의 신뢰 등 정서적 요인까지 모두 파괴하기에 본능적으로 이기주의를 유발한다. 바이러스가 불러 일으키는 비난을 억누르고 공동체의 힘으로 국가의 방역 노력을 지지하고 신뢰해야 이 사태를 극복할 수 있다. 

 

●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이후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으며 동국대에서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모두 수상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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