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거짓말이 제일 쉬웠어요."...믿고보는 라미란 영화 '정직한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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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거짓말이 제일 쉬웠어요."...믿고보는 라미란 영화 '정직한 후보'
  • 김이나 컬쳐에디터
  • 승인 2020.02.27 1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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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괴물'의 단역 '발동동 아줌마'였던 라미란, 드디어 첫 단독 주연으로
입만 열면 거짓말로 유권자들 농락하던 '주상숙', '정직한 후보'로 이미지 변신?
'코로나19'에도 정면승부 벌이는 '정직한 후보', 라미란이 하드 캐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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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직한 후보'의 한 장면. 네이버 영화

[오피니언뉴스=김이나 컬쳐에디터] 이젠 일흔이 넘은 팝 가수 '빌리 조엘'이 부른 노래 중에 ‘Honesty’가 있다.

가사는 이렇다. 'Honesty, such a lonely word / Everyone is so untrue'. 어렸을 때 들었을 땐 ‘정직’이 외로운 단어라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이제 다시금 곱씹어보니 모두가 거짓을 말할 때 혼자만 정직해야 한다면 정말 외로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정직한 후보'는 홍보 영상만 봐도 유쾌함이 뿜어져 나오는 영화다. 그리고 제목과 포스터를 보니 시사 풍자 코미디물이란 걸 가늠케 한다. 게다가 주연은 흥행 보증 수표 라미란이다. 라미란이 단독 주연을 맡은 첫 영화다. 

4월 총선을 앞두고 개봉된 데다 '정직'이 새롭게 부상하는 키워드가 되어 그야말로 시의적절하다. 후보들의 출마의 변에는 "시민들의 지지와 성원", "성실함, 절실함, 정직함" 등은 빠질 수 없는 클리셰. 

하지만 간절히 '정직하고 싶은' 총선 후보들의 움직임이 다소 주춤한 가운데  조용히 살던 일반인들이 종교를 커밍아웃 한다거나 뭘 먹고 뭘 했는지 일거수 일투족을 낱낱히 밝혀야 하는 일들이 생겨나고 있다. 

여하튼 영화는 시의적절했을지 모르지만 현재 영화관에서 상영중인 영화들은 속이 타는 실정. 실제로 '사냥의 시간', '결백' 등은 개봉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미 '특별시민'에서 서울시장 후보 ‘양진주’ 역할을 맡았던 까닭에 정치인에 특화된 외모가 아닌가 생각될 정도인 배우 라미란은 '코로나19'에 맞서는 '정직한' 승자가 될 수 있을까. 한편 영화의 영어 제목은 'Honest Candidate'이다.

 

'정직한 후보' 스틸컷. 사진=네이버영화
'정직한 후보' 스틸컷. 사진=네이버영화

4선 고지가 코 앞인데 '진실의 입' 열리다

처음부터 거짓말을 했던 건 아니다. 할머니 사후 할머니의 유지를 받들어 재단을 설립하고 참신한 신진 정치인으로 등장한 주상숙 의원. 이미지 메이킹이 잘된 것일까, 승승 장구하며 3선에 도달한다. 

하지만 3선쯤 되니 노련미를 뽐내기도 한다. 얼핏 보기엔 지역구에 있는 허름한 시민 아파트로 퇴근하는 듯 보이지만, 남의 눈을 피해 실 거주지인 으리으리한 저택으로 향해 밤을 보낸다. 집에는 선물인지 뇌물인지 모를 명품들로 가득하고 가정부까지 두고 살지만 4선을 위해선 이중적인 생활을 감수해야 한다.

한편 돌아가셨다는 할머니(나문희)는 실은 멀쩡히 살아 깊은 산골 암자에서 숨어지내고 있다. 손녀 주상숙의 정치인생을 위해 조금 더 숨어 지내야만 하는 신세.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의 저주였을까 아니면 신의 심판이었을까, 주상숙은 입만 열면 속마음을 줄줄히 고백하고 진실을 말하는 화끈한 후보로 변신하는데…

외조를 핑계로 놀고 먹는 남편에게 무능력한 백수라고 비난을 퍼붇고 반찬을 해 나르는 시어머니에겐 꼴도 보기싫다고 진심이 튀어나오고 급기야 아들의 출생의 비밀까지 털어놓고 만다.

주상숙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치고 진퇴양난에 처하는데 과거 킹메이커 역할을 맡았던 전략가 이운학(송영창)을 영입해 정치 인생 최대 위기를 극복하려 한다. 주상숙은 그의 치밀한 전략에 따라 오히려 ‘정직한 후보’를 캐치 프레이즈로 밀고 나가게 된다. 

이운학의 지략이 효과를 본 것일까. 오히려 이게 유권자들에게 통하고 지지율은 올라간다. 그러나 주상숙이 세웠던 장학 재단의 이사진들은 주상숙 모르게 음모를 꾸미고 있었는데...과연 주상숙은 4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

손녀를 위해 희생을 감수하는 나문희(왼쪽)와 주상숙의 손발이 되주는 보좌관 (김문열). 사진=네이버영화.
손녀를 위해 희생을 감수하는 나문희(왼쪽)와 주상숙의 손발이 되어주는 보좌관(김문열). 사진=네이버영화.

'괴물'의 '발동동 아줌마', 첫 단독 주연 맡다 

2005년 '친절한 금자씨'에서 오숙희 역으로 데뷔한 라미란. 그 후 '진짜사나이', ‘응답하라1988’, ‘막돼먹은 영애씨’ 등 TV를 통해서 또 '국제시장', '덕혜옹주', 특별시민' 등 영화에서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라미란이 첫 주연을 맡은 건 2018년 개봉한 영화 '걸캅스'. 이성경과 투톱 주연인 이 작품은 정다원 감독이 처음부터 라미란을 두고 시나리오를 썼을 만큼 라미란을 위한 작품으로 알려졌 있다. 당시 인터뷰에서 라미란은 “영화 48편, 제 나이 마흔다섯, 영화 시작한 지 20년 좀 넘었는데 ‘첫 주연’을 맡게 된 라미란입니다.”라고 소개하기도. 무명이 길었지만 그만큼 그 시간들은 그의 연기에 녹아있다.

라미란은 봉준호 감독의 '괴물'에도 출연했다. 봉준호 감독은 평소 독특하게 '통곡 아줌마', '시위대 엉뚱남' 등의 배역 이름을 쓰는데 라미란은 '괴물'에서 극 초반 남편을 찾아 '발동동' 거리는 아줌마 역할을 맡았었다.

이번 영화에는 진실을 털어놓기 전과 후를 완벽한 연기력으로 소화했던 라미란 외에도 남편 역의 윤경호, 보좌관 역의 김무열 그리고 손녀의 성공을 위해 희생하는 코믹하지만 정감있는 연기를 보여준 나문희까지 연기력 뛰어난 배우들이 출연해 완벽한 팀웍을 보여준다.

연출을 맡은 장유정 감독은 영화감독으로 데뷔 전 공연계에서 다양한 작품을 히트시킨 각본가이자 연출가로 이번 영화는 '김종욱 찾기', '부라더' 이후 세번째 작품이다. 두 영화는 그가 직접 각본을 쓴 뮤지컬 '김종욱 찾기'와 '형제는 용감했다'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들이다. '김종욱 찾기'는 로맨틱 코미디도 호평 받았고 '부라더'는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정직한 승부'는 브라질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동명의 브라질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장유정 감독은 “거짓말을 잃어버린 사람이 과연 어떤 이야기까지 쏟아낼 것인가라는 부분이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라고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캐스팅 당시 확실한 웃음을 보장하면서도 인간미가 있는 캐릭터를 찾아보다 라미란이 아니면 어려울 것 같아 원작과 달리 주인공 성별을 바꾸었다고 한다. 하지만 장 감독은 영화는 '코미디' 를 추구할 뿐 '정치'를 희화화 하거나 비판적으로 그린 것은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하기도.

'코로나19' 확산세로 많은 영화들의 개봉 일정이 미뤄졌으나 '정직한 후보'는 예정대로 지난 12일에 개봉했다. 극장을 찾는 관객수가 급감한 상황에서도 개봉 14일째인 25일 현재 137만 여명이 관람했다. 손익분기점(150만 명)을 코 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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