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책이야기] 김경록의 '벌거벗을 용기' 리뷰...인생 후반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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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책이야기] 김경록의 '벌거벗을 용기' 리뷰...인생 후반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 강대호 북칼럼니스트
  • 승인 2020.02.22 11: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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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자산운용 경영관리부문 대표를 역임한 경제학자이자 은퇴 연구 전문가
"인생후반전, 벌거벗은 모습이 아름다워야할 때입니다"
인생 후반을 결정하는 5가지 핵심 키워드 '성찰', '관계', '자산', '업', '건강' 제안해

 

노후 준비라는 화두를 가끔은 생각했겠지만, 구체적으로 준비하며 산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퇴직금이나 연금이 노후를 편히 살 수 있는 만능열쇠가 되던 시절은 오래전에 지났다고. 사진=pixabay
노후 준비라는 화두를 가끔은 생각했겠지만, 구체적으로 준비하며 산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퇴직금이나 연금이 노후를 편히 살 수 있는 만능열쇠가 되던 시절은 오래전에 지났다고. 사진=pixabay

[오피니언뉴스=강대호 북칼럼니스트] 50대가 되면서 친구들을 만나면 대화의 주제가 예전과 다르단 걸 느낀 적이 있다. 40대에 들어서며 자녀들 이야기를 주로 했었는데 40대 후반으로 갈수록 자기 이야기로 흘렀다. 대기업을 다니던 친구가 회사에서 나가라는 신호를 받은 것 같다거나, 건강하던 친구가 건강검진에서 나쁜 신호를 받았다는 이야기 등을 나누게 된 것이다.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다른 친구들도 앞다투어 '자기도 그렇다'고 맞장구치곤 했다.

어느덧 나와 내 또래들은 인생 후반전을 걱정하는 세대가 되어있었다. 그들은 노후 준비라는 화두를 가끔은 생각했겠지만, 구체적으로 준비하며 산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그런 면에서 정년을 보장받은 공무원을 부러워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들도 할 말이 많은 것 같다. 나름대로 걱정이 많다고. 퇴직금이나 연금이 노후를 편히 살 수 있는 만능열쇠가 되던 시절은 오래전에 지났다고.

이런 불안과 걱정은 모두 은퇴 이후의 삶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준비하지도 못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기대 수명이 늘어나면서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기간도 늘어나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노후를 준비해야 할까. 인생 후반전을 "벌거벗은 나무"로 은유하며 "벌거벗은 몸이 아름다워져야 한다"고 조언하는 책이 있다. 김경록의 ‘벌거벗을 용기’에서 그렇게 이야기한다.

 

 

“인생 후반전에는 누구나 무성하던 잎이 떨어지고 둥치와 줄기만 남게 됩니다. 벌거벗은 모습이 아름다워야 할 때입니다.” (‘벌거벗을 용기’ 머리말 중에서)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소장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소장

이 책의 저자 김경록은 미래에셋자산운용 경영관리부문 대표를 역임하고 현재 미래에셋은퇴연구소의 소장을 맡고 있다. 경제학자이자 은퇴 연구 전문가로서 저자는 각종 언론 매체에 관련한 글을 쓰고 자문도 하고 있다.

김경록은 은퇴 연구를 하며 “인간의 몸통과 가지는 무엇이며 이를 견고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고 한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서 이 같은 고민을 구체화했고 “성찰, 관계, 자산, 업(일), 건강 등 삶의 근간을 이루는 다섯 가지 요소를 견고하게 만드는 방법을 책에 담았다”고 한다. ‘벌거벗을 용기’는 이러한 다섯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장 ‘성찰’에서는 ‘지켜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다룬다. 나이가 들면 좋은 감정뿐 아니라 좋지 않은 감정도 풍부해진다. 젊을 때는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기도 하고 피드백을 주는 어른도 있어서 감정 표현이나 행동을 수정할 기회가 많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주위에 피드백을 주는 사람도 줄고 그러한 감정이나 행동들이 점점 굳어지기도 한다. 스스로 반성하고 성찰하는 힘을 키워야 아름다운 노년이 될 수 있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또한, 살다 보면 다양한 경험과 지식이 쌓인다. 회한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도 하다. 저자는 그러한 회한을 삶의 성찰을 통해서 새로운 의미로 바꾸라고도 조언한다. 성찰은 타인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방편이고 삶에서 행복을 길러내는 도구라고. 특히, 잘 버텨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 “버티는 힘을 기르고 모든 일에 둔감해지라”고 조언한다.

제2장 ‘관계’에서는 ‘인간 관계망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사람이 일에서 물러나면 사회적 관계망이 크게 줄어듦을 경험한다. 게다가 자녀가 독립해 나가면 인적 관계망이 더 축소되기도 한다. 하지만 움츠러들지 말고 인생 후반전에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관계망을 다양화하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지인뿐 아니라 지역사회 봉사나 종교 등을 통해서 새로운 사회관계를 맺으라고도 한다.

특히 부부 관계를 견고히 하라고 강조한다. 평소 부부 관계가 삐걱거리던 사람들은 인생 후반전에 별거나 황혼이혼을 겪는 경우가 많다면서. 저자는 어려운 주문을 한다. “부부 관계가 너무 깊숙이 관여해도 안 되고 그렇다고 너무 멀찍이 떨어져 있어도 안 된다”고. 그렇다면 어떻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관계도 좋게 유지할 수 있을까. 저자는 좋은 대화를 강조한다. 열심히 들어주고, 편들어주며 맞장구쳐주라고. 저자는 남편들에게 부인의 말이 모두 옳다고 해도 손해 볼 일은 절대 없다고 조언한다.

제3장 ‘자산’에서는 ‘인생 후반전에 잘 먹고 잘사는 법’을 다룬다. 한마디로 자산관리의 중요성에 관해서 설명한다. 하지만 저자는 자산관리가 간단하지 않다고도 강조한다. “많은 의사결정이 있고 그 의사결정이 삶의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젊은 시절에 저축해서 나중에 상속하기까지 등. 중요한 것은 노년에 궁핍하지 않게 사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노년에 투자의 유혹에 흔들리지 말라고 조언한다. 만약의 경우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면서. 대신 자산관리의 기본에 관해서 설명한다. 금융투자를 어떤 프레임으로 할 것인가, 연금은 무엇인가, 자녀에게 상속은 어떻게 할 것인가 등. 어쩌면 많이 접했을 수도 있는 정보들이지만 체계적으로 은퇴를 앞둔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다.

제4장 ‘업’에서 ‘일은 나이 들어도 삶의 토대가 된다’고 이야기한다. 젊었을 때는 시간이라는 축복이 있어서 정해진 길이 아니더라도 걸을 수 있는 여유가 있지만, 노년에도 그럴 수는 없다. 올바른 방향으로 걸어야 한다. 저자는 금융 사기를 경고하고 은퇴 창업을 신중히 하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전문성과 기술을 키우라고 응원한다.

“일단, 해봅시다”라는 저자의 권유가 인상 깊었다. 저자의 경험을 담은 이야기를 덧붙였다. 드론 비행 기술을 배우고, 동영상 편집도 배웠다는 경험. 물론 새로운 기술을 배울 때는 두려움이 앞선다. 하지만 저자는 새로운 걸 배우는 즐거움이 더 클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무언가를 시도하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고 그 세계와 연결되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지면서 다른 것과의 융합이 일어납니다. 그러다 보면 생각지도 않은 길이 보이기도 합니다.” (242쪽)

 

제5장 ‘건강’에서는 ‘몸 관리도 자산관리’처럼 하라고 조언한다. 사람들은 건강할 때면 건강의 소중함을 모르지만, 건강을 잃었을 때는 큰 불행을 느낀다. 나이 들면 특히 몸의 변화, 건강 상태의 변화가 드라마틱하게 올 때가 있다. 평소에 건강 관리를 해야 하는 이유다. 저자는 건강에 투입하는 시간을 늘리고 습관화하라고 조언한다. “좋은 습관은 운명을 바꾼다”면서.

어쩌면 인생 후반전에서 돈 만큼 중요한 것이 건강일 것이다. 먹고 사는 것도 돈이지만 아파도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저자는 노년에 변화해 가는 육체의 변화를 설명하며 자기 몸에 대해서 잘 파악하라고 조언한다. 아무튼, 노년이라고 져가는 꽃으로 머물지 말라고. 다시 활짝 피는 만개를 꿈꾸라고 응원한다.

2018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50대 인구가 약 850만 명이고 40대는 약 840만 명이다. 반면에 10대는 약 500만 명이고 10대 미만 인구는 약 420만 명이다. 전 세대 인구 숫자를 그래프로 그리면 역삼각형에 가깝다. 해가 갈수록 역삼각형 모습은 더 뚜렷해질 것이다. 지금의 50대를 인구 관점에서 보면 허리를 지탱하는 중간 세대이다.

건강이든 경제이든 이들 50대의 활력이 우리나라 미래에 끼치는 영향은 무척 클 것이다. 하지만 그들 중에서 저축 혹은 투자하며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저자가 책에서 제시한 자료도, 정부에서 낸 보고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50대 즈음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고 70대까지 약 20여 년을 재취업이나 자영업 창업으로 경제활동을 이어간다"고 분석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50대는 인생에서 착륙해야 하는 시기가 아니라 또다시 이륙해야 하는 시기이다. 나를 포함한 50대를 응원하고 싶다. 그리고 곧 50대가 될 40대는 물론 언젠가는 50대가 될 30대와 20대에게도 지금부터라도 인생 후반전을 상상해 보면 어떨까 말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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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용 2020-03-01 21:42:14
노년을 차분히 잘 풀이한 책 같습니다. 1인 1기에서 강조하고 이책에서도 권한 기술을 배우고 공부하는 자세는 노년을 살아가는 기본 방향이라고 생각되네요. 책 사서 잘 읽어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