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원짜리 '유산슬라면' 어때?...超(초)프리미엄 라면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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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원짜리 '유산슬라면' 어때?...超(초)프리미엄 라면 성공할까
  • 변동진 기자
  • 승인 2020.02.21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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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슬 라면, 상품화 힘들어…나온다면 한 봉지에 5000원 수준
'가격보다 만족' 소비 트렌드, '라면=저가' 고정관념 깨질 수도
식품·외식업계, 소비자 고급취향에 최상급 재료 활용...라면도 머지않아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소개된 '유산슬 라면'. 사진=방송화면 갈무리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소개된 '유산슬 라면'. 사진=방송화면 갈무리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4차산업 시대가 열린 이후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는 ‘超(초)’다. 초연결과 초격차, 초프리미엄 등 말 그대로 '초의 시대'다. 그렇다면 서민 음식의 대표 격인 라면도 초(超)프리미엄화가 가능할까.

유재석 선보인 '유산슬라면'은 재료값만 5천원

방송인 유재석이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와 EBS ‘최고의 요리비결’에 출연해 선보여 화제가 된 ‘유산슬 라면’이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면서 실제 상품화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

라면제조업계 관계자는 "만약 ‘유산슬 라면’이 상품화된다면 한 봉지에 5000원가량의 판매가를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TV에 소개된 조리과정을 보면 농심 ‘사리곰탕면’과 돈(豚)안심, 알새우, 해삼, 죽순, 표고버섯, 새송이버섯, 팽이버섯, 부추, 대파 등의 다수의 식재료가 들어간덕이다.

그러나 농심을 비롯한 대다수 라면제조업체들은 “유산슬 라면 상품화는 아직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초프리미엄 라면, 정작 라면업계는 설레설레...왜?

신라면과 진라면 등 기존 제품은 물론 한 봉지당 1500원에 판매되는 프리미엄라면 가격대에 맞출 수 없기 때문에 초프리미엄라면을 선보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라면은 ‘서민 음식’이라는 고정관념 깨는 것이 쉽지 않다는 입장도 전했다.

반면 식품업계 전문가들은 라면이 높은 가격대 출시돼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많을 것이라며 시대가 변했음을 주장한다. 최근 밀레니얼세대를 중심으로 가격보다 개인의 만족을 더욱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실제 대표적인 박리다매 소매산업인 대형마트는 수익은 고사하고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지만, 같은 제품이라도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백화점은 호실적을 기록 중이다.

특히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샤넬·에르메스·루이비통을 비롯해 톰브라운·구찌·발렌시아가·오프화이트 등 하이앤드 브랜드는 없어서 못 팔을 정도다.

이같은 소비 트렌드에 대해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과거에는 저렴한 제품 여러 개를 구매했다면 최근에는 가격이 비싸더라도 개인에게 가장 필요한 양질의 제품을 구매한다”며 “장기 경기침체로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소확행(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과 같은 소비형태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품·외식업계 역시 소비자들의 고급화된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최상급의 재료들을 이용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KFC는 트러플오일을 이용해 만든 ‘트러플치킨’을 출시했고, 스테이크 하우스 브랜드 ‘붓처스컷’은 굴계의 명품으로 평가받는 ‘스텔라마리스 굴’을 사용한 오이스터 메뉴 2종을, 패밀리레스토랑 아웃백은 이탈리아에서 처음 만들어진 프리미엄 치즈 ‘프로볼로네 치즈’를 활용한 ‘블랙라벨 치즈 플람베’를 내놓았다.

조권이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닭다리와 토마토, 시즈닝 소스, 볶음김치, 스파게티면, 청양고추, 카레를 조합해 만든 '힘을 내용 닭 카스 라면'. 사진=tvN '편의점을 털어라' 방송화면 갈무리
조권이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닭다리와 토마토, 시즈닝 소스, 볶음김치, 스파게티면, 청양고추, 카레를 조합해 만든 '힘을 내용 닭 카스 라면'. 사진=tvN '편의점을 털어라' 방송화면 갈무리

초프리미엄 라면 성공가능성 있다 vs 아직 멀었다 

고객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편의점에서도 ‘라면의 진화’를 확인할 수 있다.

편의점에서 판매중인 여러 제품을 조합한 ‘꿀조합 레시피’을 보면 용기면(컵라면)에 스팸, 소시지 모짜렐라 치즈, 참치, 즉석밥 등 다양한 토핑을 해 즐긴다. 이 경우 비싸게는 5000원을 넘기기도 한다.

아울러 서민하면 떠오르는 음식들도 매년 가격이 수직 상승하고 있다. 서울에서 짜장면 한그릇 평균가격은 지난해 이미 5000원을 넘어섰고, 김밥 한줄에 2408원, 냉면 8962원을 형성하고 있다.

2만원 넘는 치킨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고, 소주는 식당가에서 병당 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라면 역시 ‘서민 음식’이라는 틀 안에 갇혀 저렴한 제품만 내놓을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롯데그룹과 한국유통학회가 제정한 ‘상전유통학술상’을 수상한 오세조 연세대학교 명예교수는 “라면에 특별한 재료가 들어간다면 5000원이 넘는 초프리미엄 제품이라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며 “기름에 튀긴 면이 아닌 생면이나 건면을 사용한다거나 항암효과가 있는 배추와 고추 활용, 나트륨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등 제품을 차별화한다면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지갑은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유명 프랜차이즈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모 유명 최고경영자(CEO)는 “처음부터 5000원짜리 라면을 판매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라면에 대한 기존 인식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로부터 반감을 살 수도 있다”며 “그러나 일반, 프리미엄, 초프리미엄 등 품목 다양화에 대한 필요성은 느끼고 있다. 이를 위해 특별한 소스를 개발했지만, 시장성에 대한 고민 때문에 아직 시중에 출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대만에는 고기 건더기가 들어가 높은 가격대에 판매되는 프리미엄라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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