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품 스토리] ⑮ 뉴요커들을 위한 합리적 명품 '코치(Coach)'
상태바
[세계의 명품 스토리] ⑮ 뉴요커들을 위한 합리적 명품 '코치(Coach)'
  • 김서나 패션에디터
  • 승인 2020.02.22 16: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급 가죽 제품으로 뉴욕에서 이름 알리기 시작
선명한 컬러와 시그니처 패턴 선보이며 세계적 인기 모아
고급 라인 ‘코치 1941’ 런칭으로 가죽보다 디자인 앞세워
코치 2016년 가을 시즌 광고 캠페인
코치 2016년 가을 시즌 광고 캠페인

[오피니언뉴스=김서나 패션에디터] 유럽 명품들 사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미국 뉴욕 출신의 ‘코치(Coach)’.

좋은 품질의 가죽소재와 실용적인 스타일로 제안돼 합리적 가치를 추구하는 뉴요커들의 취향에 꼭 맞았던 코치는 이후 다양한 컬러와 디자인으로 변모하며 아메리카 대륙을 넘어 세계로 활동 무대를 넓혔다.

트렌드에 맞춰가면서 대중적인 럭셔리 브랜드로 자리를 굳힌 코치를 만나보자.

 

◆ 튼튼하고 부드러운 코치의 가죽제품, 뉴욕 사로잡아

1941년 뉴욕 맨해튼 34번가의 작은 가죽 공방에서 코치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6명의 장인들이 모여 수작업으로 가죽제품들을 만들던 공방 ‘게일 레더(Gail Leather)’에 1946년 가죽 사업의 경험이 있는 마일스 칸(Miles Cahn)과 릴리안 칸(Lillian Cahn) 부부가 합세했고, 칸 부부는 1950년부터 본격적으로 경영을 맡았다.

마일스 칸은 더 나은 가죽소재를 찾기 위해 고심했는데,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건 야구 글러브.

야구 글러브가 질기면서도 부드럽다는 사실에 착안한 마일스 칸은 가죽을 강하고 유연하게 가공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사용하면 할수록 자연스러운 매력이 더해지는 이 가죽소재로 지갑과 담배 케이스 등 여러 가지 기능적인 아이템들이 제작되었고, 릴리안 칸의 의견으로 여성용 핸드백도 추가되었다.

핸드백 역시 기능성을 갖추도록 준비한 릴리안 칸은 기존의 뻣뻣한 소재의 작은 백들과 상반되는 튼튼한 소가죽의 넉넉한 토트백을 내놓아 일하는 여성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좋은 퀄리티의 가죽제품으로 정평이 나자 1959년 말과 마차를 그려 넣은 로고를 내세우며 브랜드 차별화에 속도를 낸 칸 부부는 디자인 전문가의 필요성을 느끼고 베테랑 디자이너 보니 캐신(Bonnie Cashin)을 컨택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의 보니 캐신은 무대 의상으로 커리어를 쌓은 후 독창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디자인을 펼쳐 보여, 아메리칸 스포츠웨어의 토대를 마련한 디자이너로 평가되는 인물.

당시에도 이미 스타 디자이너였던 캐신은 칸 부부의 제의를 거절했지만, 그녀만한 적임자가 없다고 판단한 칸 부부는 설득하기를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캐신은 1962년 게일의 새로운 라인 ‘코치(Coach, 마차 의미)’에 프리랜서로 참여하기로 했다.

내추럴한 가죽 색상이 대부분이었던 가운데 밝은 컬러의 핸드백들을 내놓아 눈길을 사로잡는데 성공한 캐신은 코치 특유의 실용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숄더백의 어깨 끈을 탈 부착으로 연출하고, 백 겉면에 동전 지갑을 연결하는 등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코치의 이름을 새긴 작은 가죽 택과 금속 장식을 돌려서 열고 닫는 ‘턴록(turnlock)’ 잠금장치는 지금까지 코치의 상징으로 남아있는 캐신의 유산.

보니 캐신과는 1974년에 헤어졌지만, 그녀의 활약 덕분에 코치는 앞서가는 이미지의 액세서리 라벨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코치 1950년대 광고, 보니 캐신의 디자인 2컷, 보니 캐신, 보니 캐신 의 코치 컬렉션 안내문, 1990년대 광고, 1970년대 광고, 1980년대 광고, 가죽 택이 달린 코치 백 이미지 컷 (광고 외 사진=보니 캐신 홈페이지, 코치 홈페이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코치 1950년대 광고, 보니 캐신의 디자인 2컷, 보니 캐신, 보니 캐신의 코치 컬렉션 안내문, 1990년대 광고, 1970년대 광고, 1980년대 광고, 가죽 택이 달린 코치 백 이미지 컷 (광고 외 사진=보니 캐신 홈페이지, 코치 홈페이지)

◆ 이니셜 ‘C’ 시그니처 패턴, 코치를 세계 무대로 이끌어

미국 동북부 지역의 백화점을 중심으로 매장을 늘려간 코치는 우편 주문 시스템을 도입해 국내 전 지역으로 빠르게 영역을 확장했고, 1981년 뉴욕 맨해튼의 중심가 매디슨 애비뉴에 플래그쉽 스토어를 오픈했다.

마일스 칸과 릴리안 칸은 작은 상점에서 대형 브랜드로 코치를 키워냈지만, 짬짬이 시간을 내어 가꾸던 염소 농장의 규모도 함께 커지자 농장 일에 전념하기로 하고 코치의 경영에서 손을 뗐다.

1985년 코치를 인수한 ‘사라 리 코퍼레이션(Sara Lee Coporation)’은 영업개발부 부사장으로 성과를 내고 있던 루 프랭크포트(Lew Frankfort)를 사장으로 선임하고 더욱 공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했다.

밀려드는 주문 수량을 맞추기 위해 외부 제작처를 확보하고 가죽 외의 다양한 소재로 제품들을 구성하며 코치의 규모를 확대한 프랭크포트는 1996년 코치의 CEO에 오른 후 디자이너 리드 크라코프(Reed Krakoff)를 영입했다.

미국 코네티컷 출신으로 뉴욕 파슨즈 스쿨을 졸업한 크라코프는 아메리칸 스타일의 브랜드 ‘앤 클라인(Anne Klein)’과 ‘랄프 로렌(Ralph Lauren)’에서 경력을 쌓은 디자이너.

크라코프의 지휘 아래 코치는 가볍고 실용적이면서도 스타일리쉬하게 표현되며 ‘매스티지(Masstige)’, 즉 ‘대중적인(Mass) 명품(Prestige)’의 선두주자로서 트렌드를 주도했다.

그 기폭제가 되어 준 디자인은 2001년 등장한 코치의 시그니처 패턴.

코치의 이니셜 ‘C’가 나란히 직조된 시그니처 패턴은 코치가 ‘가죽’ 브랜드에서 ‘패션’ 브랜드로 변화했음을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을 해주었고,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전세계로 판매되며 폭발적 수익 상승을 가져왔다.

특히 손목에 끈을 거는 작은 클러치백 ‘리스틀릿(wristlet)’이 시그니처 패턴으로 둘러져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등극하기도.

핸드백의 인기를 바탕으로 의류, 슈즈, 시계, 주얼리, 아이웨어 그리고 향수까지 선보이며 코치는 토털 패션 브랜드로 성장했고, 리드 크라코프는 코치에서의 성과를 인정받으며 2007년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 부회장에까지 올랐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리드 크라코프 (사진=티파니 홈페이지), 코치 2002년 광고, 2004년 광고, 2012년 향수 광고, 2013년 광고 2컷, 2011년 남성 제품 광고, 같은 해 기네스 팰트로가 등장한 여성 제품 광고 캠페인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리드 크라코프 (사진=티파니 홈페이지), 코치 2002년 광고, 2004년 광고, 2012년 향수 광고, 2013년 광고 2컷, 2011년 남성 제품 광고, 같은 해 기네스 팰트로가 등장한 여성 제품 광고 캠페인

◆ 트렌디한 디자인과 셀럽 마케팅으로 시대 변화 적응

2014년 리드 크라코프는 자신의 브랜드에 집중하기 위해 코치에서의 18년 역사를 마무리했고, 그 즈음 루 프랭크포트 역시 물러나면서, 코치는 새로운 CEO 빅터 루이스(Victor Luis) 체제로 들어갔다.

우선 매장들을 선별해 정리하고 품질을 다시 강화하기 시작한 빅터 루이스는 기성복 라인을 발전시켜줄 디자이너, 스튜어트 베버스(Stuart Vevers)를 영입했다.

영국 출신으로 웨스트민스터 대학을 졸업한 베버스는 ‘멀버리(Mulberry)’와 ‘로에베(Loewe)’에서의 활동으로 호평을 받은 디자이너.

미국인이 아닌 아웃사이더로서, 뉴욕의 사람들과 문화, 공간을 관찰하고 해석한 베버스는 아메리칸 캐주얼 스타일의 박시 아우터와 미니스커트를 제안하면서 커다란 토트백과 간편한 숄더백들을 적절하게 매치해 첫 컬렉션을 완성했다.

2016년 설립 75주년을 맞은 코치는 베버스의 기성복 라인에 ‘코치 1941’이라는 별도의 타이틀을 붙여주며 고급스러운 디자이너 라벨의 느낌이 나도록 했고, 뉴욕 맨해튼 5번가의 명품 부틱들 사이에 ‘코치 하우스’를 오픈하며 럭셔리 브랜드로 리포지셔닝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어서 코치는 가수 겸 배우 셀레나 고메즈(Selena Gomez)와의 파트너쉽 체결을 알렸다.

코치는 이전에도 기네스 팰트로(Gwyneth Paltrow), 클로이 모레츠(Chloe Moretz) 등 미국의 인기 배우들을 모델로 기용한 바 있지만, 고메즈와는 콜라보레이션 작업도 진행하며 그녀가 가진 SNS 인플루언서로서의 막강한 영향력을 십분 활용했다.

공룡 캐릭터를 개발하고 디즈니와 스페셜 에디션을 발표하며 젊고 유쾌한 감각을 더한 코치는 2020년 봄 시즌을 맞아 1970, 80년대 스타들의 모습이 프린트된 복고풍 저지 탑과 컬러플한 가죽 아이템들로 매력적인 패션쇼 무대를 꾸몄다.

코치의 핸드백을 구매하는 고객들이 직접 디테일을 골라 원하는 대로 디자인을 만들어가는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 서비스도 좋은 반응을 얻는 중.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튜어트 베버스, 코치 2015년 광고, 2017년 광고, 2016년 광고, 2017년 광고, 2020 봄 컬렉션 4컷, 셀레나 고메즈가 등장한 2017년 홀리데이 광고 캠페인 (광고 외 사진=태피스트리 홈페이지, 코치 홈페이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튜어트 베버스, 코치 2015년 광고, 2017년 광고, 2016년 광고, 2017년 광고, 2020 봄 컬렉션 4컷, 셀레나 고메즈가 등장한 2017년 홀리데이 광고 캠페인 (광고 외 사진=태피스트리 홈페이지, 코치 홈페이지)

광고 캠페인에도 뉴욕의 랜드마크를 자주 등장시키며 출신 배경을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코치.

가죽 제품을 만들던 공방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코치는 2015년에 슈즈 브랜드 ‘스튜어트 와이츠먼(Stuart Weitzman)’을, 2017년엔 핸드백 브랜드 ‘케이트 스페이드(Kate Spade)’를 인수해 패션 기업 ‘태피스트리(Tapestry Inc)’로 힘을 키웠다.

태피스트리는 여러 색실로 그림을 짜 넣은 직물이라는 뜻. 같은 미국 동북부 출신의 두 브랜드들과 함께 코치는 어떤 그림을 짜 내려갈까.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