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사태, 펀드판매 은행·증권 16개사 '소송 보류'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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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사태, 펀드판매 은행·증권 16개사 '소송 보류' 까닭은
  • 김솔이 기자
  • 승인 2020.02.20 15: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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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환매 재개에 주력
‘소송 실효성 낮아’ 판단
다음달 이후 소송전 예상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시중은행과 증권사 등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사들이 손해배상 소송 대신 환매에 집중하기로 했다. 투자자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펀드 정상화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판매사 간 이해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향후 소송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신한·하나·부산·경남 등 5개 은행과 신한·대신·메리츠·신영·삼성·KB·NH·한국·미래에셋대우·유안타·한화 등 11개 증권사로 구성된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사 공동대응단은 지난 13일 라임자산운용에 3명의 상근관리자를 파견했다. 금감원 역시 라임자산운용에 상주 검사역 2명을 보냈다.

◆ 판매사 공동대응단 소송 미뤄…핵심 인물 잠적

앞서 라임자산운용은 지난 14일 환매가 중단된 펀드의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를 발표했다. 먼저 ‘플루토 FI D-1호’ 기초자산의 장부가액은 1조2337억원으로 예상 회수율 범위는 50%~68%로 집계됐다. ‘테티스 2호’의 경우 장부가액은 2931억원, 예상 회수율은 58%~79%다. 미국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에 연루돼 환매가 막힌 ‘플루토 TF 1호(무역금융펀드)’와  ‘크레디트 인슈어드(Credit Insured) 1호’ 펀드까지 합치면 손실 규모가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초 공동대응단은 삼일회계법인 실사 결과 발표 후 불법‧편법 운용 책임을 물어 라임자산운용에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투자자 환매 재개를 위해 소송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자산운용에서 환매 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소송을 제기하면 혼란만 키워 환매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이다.

게다가 라임자산운용에 남아있는 실무자들이 직접 나서 손실 확정이 되지 않은 투자처들의 지분가치가 회복될 수 있도록 손해배상 소송 시기를 늦춰 달라는 간곡한 요구를 투자사들이 일정부분 수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판매사 입장에서 당장 책임자 처벌보다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수습이 우선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지난해 10월 펀드 환매 중단 이후 라임자산운용 임직원이 대거 이탈한 점도 공동대응단이 한발 물러난 이유다. 라임자산운용 임직원 수는 지난해 9월 56명에서 최근 29명으로 쪼그라들었는데 사실상 소송에 대응할 만한 여력이 없는 것으로 공동대응단은 보고 있다.

특히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이모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코스닥 상장사 횡령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돌연 잠적한 바 있다.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투자자 손실을 줄이기는커녕 사실 관계 파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동대응단 관계자는 “현재 라임자산운용 여건 상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투자자 손실 규모가 줄거나 환매를 앞당길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향후 소송을 검토할 수 있겠지만 펀드 정상화 전 소송을 제기하기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 TRS 계약에 불법 운용 공모 정황…판매사 소송전 예상 

물론 공동대응단 내부에선 판매사 간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무엇보다 ‘라임 사태’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총수익스왑(TRS) 계약을 라임자산운용과 맺은 신한금융투자‧KB증권‧한국투자증권 등 증권사가 판매사로서 공동대응단에 함께하고 있다. 세 증권사는 환매 중단된 세 개 펀드(플루토 FI D-1호‧테티스 2호‧플루토 TF 1호)에 6700억원 규모 레버리지(leverage)를 제공했다.

TRS 계약은 증권사가 수수료를 받고 증거금 등을 담보로 자산운용사 대신 주식‧채권‧메자닌 등의 펀드 자산을 매입해주는 서비스다. 자산 가치 변동으로 인한 펀드 수익‧손실은 자산운용사가 가진다. 문제는 라임 사태처럼 자산 가치가 내려갔을 때다. 레버리지 때문에 손실 규모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은 라임자산운용이 TRS 계약을 이용해 비(非)시장성 자산에 투자하면서 유동성 위험을 촉발, 투자자 손실을 키웠다고 밝힌 바 있다. 동시에 세 증권사는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사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 기준 신한금융투자의 펀드 잔액은 3248억원,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잔액은 각각 483억원, 681억원이다.

게다가 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은 펀드 자산 정산 시 우선 변제권을 갖는다. 즉 세 증권사가 투자자 환매를 위해 판매사 공동대응단에 포함돼 있으나 이들이 먼저 정산 분배금을 회수하면 다음으로 가져가는 일반투자자는 손실률이 확대되는 셈이다. 실제 KB증권이 판매한 472억원 규모 ‘라임 AI 스타 1.5Y’ 1‧2‧3호 펀드는 TRS 계약에 얽혀 있어 투자자의 전액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이 때문에 판매사 공동대응단 내 소송전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신증권은 지난 12일 신한금융투자·KB증권·한국투자증권에 펀드 정산 시 분배금을 우선 청구하지 않도록 요구했다. 이로 인해 대신증권 투자자에게 추가 손실이 발생할 경우 증권사에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도 통지했다. 반면 TRS 계약 증권사는 배임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우선 청구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5일 검찰에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의 사기 운용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지난 19일 두 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사진=연합뉴스
금감원은 지난 5일 검찰에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의 사기 운용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지난 19일 두 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라임자산운용의 불법 운용에 연루됐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금감원은 신한금융투자가 2018년 6월 무역금융펀드의 부실을 알고도 은폐, 펀드를 계속 판매했다고 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11월까지 해당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오히려 라임자산운용으로부터 피해를 입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다른 공동대응단 관계자는 “신한금융투자는 라임자산운용과 공모해 투자자 손실을 키웠다는 점에서 다른 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와 다르다”며 “신한금융투자에게도 운용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소송전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상대적으로 TRS 계약에 묶인 펀드 규모가 작다. 이들은 펀드 정상화 후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라임자산운용이 임의로 투자 자산을 변경하고 환매를 중단해 투자자는 물론 판매사로서도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대표적으로 가장 최근에 환매가 막힌 CI펀드의 경우 라임자산운용이 지난해 9월 펀드 자산 1200억원 가량을 기존에 환매가 중단된 세 개 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펀드 판매사인 신한은행도 모르게 정상 펀드 자산을 부실 펀드에 넣은 셈이다.

또 다른 공동대응단 관계자는 “라임자산운용이 계약 내용과 달리 펀드를 운용하면서 판매사에겐 나중에 알려주거나 판매사가 뒤늦게 알아차렸다”며 “다만 투자자 환매가 먼저라고 생각해 펀드 정상화 후 라임자산운용에 사기 운용 책임을 법적으로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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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이라임 2020-02-20 20:34:07
판매사들이 라임과 한 몸이니 소송을 못하지,
쉬운 이야기야.
특히 대신증권은 라임 앞세워서 라임펀드 만든 것을 장영준 센터장이 실토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