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해소는 시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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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해소는 시대정신
  • 한용주 컬럼니스트
  • 승인 2015.11.0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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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바람이 거세다…민심은 양극화 해소

한용주 경제전망 칼럼니스트 2015.11.01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G20국가들이 재정지출을 늘리고 통화팽창을 시작했다. 각 국가들이 사회간접시설 투자를 늘리고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었으며 천문학적인 돈을 찍어 내기 시작했다. 과거 역사상 이렇게 오랜 기간 또 이렇게 막대한 돈을 찍어 낸 전례가 없었다.

 

재정지출과 통화팽창 정책은 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자연스럽게 세수확대를 이루는 전통적인 경기부양책이다. 그런데 천문학적인 돈을 풀어도 일자리 창출이 부진하다. 고용이 없는 성장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경제환경이 바뀌어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일자리 창출효과가 없는 것이다.

 

통화팽창은 금리를 낮추고 대출조건을 완화하여 대출을 쉽게 해준다. 담보능력 또는 신용능력이 있는 기업과 개인은 대출을 받아 투자할 수 있다. 부자에게는 기회이지만 가난한자에게는 의미가 없다. 금융위기 때 무너진 중산층이 다시 중산층으로 회복하려면 일자리를 얻어야 하지만 일자리가 없다. 결과적으로 소득 차이는 더 벌어지고 양극화가 가속된다.

 

올해 6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른바 부의 '낙수 효과'가 완전히 틀린 논리라고 밝혔다. 낙수 효과란 대기업과 부유층 소득이 늘어나면 투자가 촉진돼 경기가 살아나고 이로 인해 저소득층에도 혜택이 돌아가 소득 양극화가 해소된다는 논리이다.

 

IMF는 보고서에서 150여 개국 사례를 분석한 결과, 상위 20% 계층의 소득이 1%포인트 증가하면 이후 5년의 성장이 연평균 0.08%포인트 감소하는 반면, 하위 20%의 소득이 1%포인트 늘어나면 같은 기간의 성장이 연평균 0.38%포인트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하위 계층의 소득을 늘리고, 중산층을 유지하는 것이 성장에 도움이 된다"며 "소득 불균형 확대가 성장과 거시 경제 안정에 심각한 충격을 준다"고 경고했다.

지금 미국에서는 소득 불균형 해소를 요구하는 거센 바람이 불고 있다.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주요 경선 주자들이 ‘부자 증세’를 외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심각해진 미국 내 소득 불균형 문제가 대선의 핵심 이슈로 부각되면서 대선 주자들이 경쟁적으로 ‘부자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는 진보나 보수, 민주당이나 공화당의 구분이 없다. 오히려 정치적 기반을 백인 보수, 중산층 이상 기득권층에 두고 있는 공화당 쪽에서 부자 증세 등의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민주당 후보인 버니 샌더스 버몬트 상원의원이 소득의 재분배, 인종차별 철폐, 국가건강보험의 도입, 세제 개혁을 주장하면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자유무역정책을 반대하고 대형 금융기관의 해체를 주장하며 상위 1%가 미국인 수입의 99%를 챙기는 현실을 비판한다.

 

힐러리 후보도 임금 인상, 유급 육아 휴가, 부자 증세 등 진보적인 정책들을 내세웠다. 힐러리 후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적극 추진하는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또한 “미국 기업의 CEO 연봉이 일반 근로자의 300배가 넘는다”며 “사회구조가 최상위 기득권층에 유리하게 짜인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바로 잡겠다고 한다.

 

소득 불균형 혹은 소득 양극화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모든 나라들이 고민하는 문제다. 지난해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가 부의 불평등은 자본수익이 근로수익보다 빠르게 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주장해 전 세계에 신드롬을 몰고 왔었다. 미국 대선경선에서 부는 바람이 전세계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내년 우리나라 총선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분배와 성장이다. 분배정책은 왼쪽 주머니의 돈을 오른쪽으로 옮기는 소극적인 방법이고, 성장정책은 새로운 주머니를 늘리는 적극적인 방법이다.

 

분배가 없다면 튼튼한 가계와 소비경제를 이룩할 수 없고 성장이 없다면 새로운 일자리와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없다. 분배와 성장 어느 하나의 바퀴만으로는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두 바퀴가 함께 굴러가야 한다.

 

핵심은 그냥 성장이 아니라 일자리가 뒤따르는 성장이다. 기존의 성장정책으로는 고용이 없는 성장의 굴레를 벗어나기 어렵다. 고용과 성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강력한 성장정책이 필요하다. 무한경쟁시대인 글로벌화된 환경에서는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는 산업이면서도 일자리 창출효과가 큰 산업을 찾아 키우는 차별화된 성장정책이 중요하다.

 

한용주 경제전망 칼럼니스트 ▲삼성증권 투자권유대행인 ▲삼성생명 종합금융컨설턴트
010-8993-7058 jameshan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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