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막지 말라'...법원, 검찰 무리수에 "타다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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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막지 말라'...법원, 검찰 무리수에 "타다 무죄"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2.19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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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불법운송 아닌 초단기 렌트카 계약일뿐...법률에 비춰 범죄 아니다"
법원 "형사처벌 및 규제는 엄격하게 해석해야"...신사업의 사회적 합의도 주문
스타트업계 환영 "당연하고 다행스런 결과"
국회 계류 중인 '타다 금지법', 변화 가능성 점쳐져
쏘카와 법인 분리한 타다, 멈췄던 사업 확장 다시 탄력 받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타다 운영사 VCNC 박재욱 대표(오른쪽)과 이재웅 쏘카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타다 운영사 VCNC 박재욱 대표(오른쪽)과 이재웅 쏘카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유사 콜택시' 논란에 휩싸였던 렌터카 기반 차량공유 서비스 '타다'가 불법성이 없다는 법원의 판결을 받았다.

재판 전 탄원서를 모아 제출했던 스타트업계는 환영의 뜻을 표했다. 이로써 잠시 미뤄졌던 타다의 1만대 증차 등의 사업이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부장판사 박상구)은 19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웅 쏘카 대표와 자회사 VCNC 박재욱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법인 쏘카와 VCNC도 무죄를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전자적으로 이뤄진 쏘카와 타다 이용자의 계약은 원칙상 유효하고 임대차 설립 계약을 부정할 수 없어 초단기 승용차 렌트로 확정할 수 있어 법률 효과를 부여하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제 34조 3항은 자동차 대여사업자의 유상 여객 운송, 운전자 알선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예외조항인 18조 1항에 '11인승 이상~15인승 이하 승합차는 자동차 대여사업자가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타다는 이 예외 조항을 근거로 11인승 카니발을 운행하며 사업하고 있다.

이에 서울개인택시조합 전현직 임직원들은 지난해 2월 유사택시영업 혐의 등으로 타다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그리고 검찰은 타다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 금지하는 '불법 유상 여객 운송 사업'이라고 보고 지난해 10월 이재웅·박재욱 대표와 각 법인을 기소했다. 두 대표에게 각 징역 1년을, 쏘카와 VCNC 법인에 대해서 2000만원의 벌금을 구형했다.

그러나 이날 법원이 내린 판단은 '타다 서비스는 초단기 승합차 임대차(렌트)에 해당하기 때문에 무죄'였다.

◆ '타다는 가짜 임대차계약'이라는 검찰, 법원은 "렌트카 계약 성립"

검찰의 주장은 '타다 이용자는 실질적으로는 승객이다. 임차인이 아니다. 가짜 임대차계약'라는 것이 요지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렌트 계약이 성립한다'는 것이다.

박상구 부장판사는 "타다 서비스는 이용자 편의를 위해 분 단위 예약으로 필요한 시간에 주문형 렌트를 제공하는 계약 관계로 이뤄진다"며 "타다 이용자는 임대차 계약에 따라 초단기 렌트한 차량의 인도를 요구하는 지위에 있을 뿐 자동차 운송계약을 맺은 것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실시간 호출이 이뤄지는 승합차 렌터카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플랫폼을 통한 타다가 여객을 유상운송하는 것과 같은 경제적 효과가 발생했다고 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김정민 변호사는 "당사자들의 계약이 임대차이고, 이용자를 이동시키는 것은 승합차 임대·반환 이행을 위한 부수적 효과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타다 서비스가 사실상 콜택시이기 때문에 여객운수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타다처럼 운전자를 알선한 승합차 임대계약까지 (처벌 규정에) 포함한 해석은 헝벌 법규를 지나치게 확정적으로 유추한 것"이라며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 허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타다 서비스가 위법에 대한 고의성도 없다고 봤다. 타다 측이 서비스 출시 전 법률검토를 거쳤고, 국토부와 서울시 모두 타다의 사업계획단계와 운영 단계에서 행정처분을 한 적이 없었다는 점을 들었다. 승용차로 마케팅하거나 이용자의 탑승을 유도하지 않았다는 부분도 고려했다.

택시업계는 타다가 시장질서를 어지럽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박상구 부장판사는 "비싼 요금을 지불하면서도 타다를 호출하는 것은 시장의 선택"이라며 "모빌리티 산업은 다양한 진통을 겪고 있고 이 대표 등은 대한민국에서 낮은 수준으로 플랫폼 서비스를 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법원의 무죄 판단에 대해 김정민 변호사는 "법원은 계약서나 약관 등 서면증거를 근거로 사실 관계를 판단하고 여기에 법을 적용하는 것"이라며 "검찰은 타다 서비스가 실질적으로 '유사 콜택시'라는 사실을 증거로 입증하지 못하였거나 입증이 부족하였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법원의 무죄 판결에 대해 지지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이재웅 쏘카 대표. 사진=이재웅 대표 페이스북 캡쳐
법원의 무죄 판결에 대해 타다 이용자들과 드라이버, 지지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이재웅 쏘카 대표. 사진=이재웅 대표 페이스북 캡쳐

◆ 스타트업계 일제히 환영

무죄 판결이 난 후 타다 측은 "법원이 미래로 가는 길을 선택해주셨다"며 "타다의 새로운 여정이 과거의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의 기준을 만들어가는데 모든 기술과 노력을 다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십시오"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어 "타다는 더 많은 이동약자들의 편익을 확장하고, 더 많은 드라이버가 행복하게 일하는, 더 많은 택시와 상생이 가능한 플랫폼 생태계를 만들어가는데 오롯이 집중하겠다"며 "기술과 데이터로 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가치를 만들어가는 플랫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사람과 사회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재웅 쏘카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타다 170만 이용자, 1만2000명 드라이버, 프리미엄 택시기사님들, 협력 업체들, 주주, 타다와 쏘카 동료들, 스타트업들과 혁신을 응원하는 분들 모두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저도 미래의 편에, 젊은 시간의 편에 서겠다. 젊은 시간이 미래를 꿈꾸고 만들어갈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응원하고 함께 돕겠다"고 밝혔다.

박재욱 VCNC 대표 역시 "타다는 새롭게 시작하면서 모빌리티 생태계를 더 잘 만들기 위해 이동 약자, 타다 드라이버, 택시업계와 상생하고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더 좋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심 재판 전 탄원서를 모아 제출했던 스타트업계와 벤처기업계도 일제히 환영의사를 밝혔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당연하고 다행스런 결과"라며 "창업가가 낡은 법으로 범법자가 되는 일이 앞으로도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IT시민단체 오픈넷도 "타다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며 "플랫폼을 금지하는 것은 플랫폼 이용자들 즉 운전자들의 시장진입 자체를 막는 것이며, 나아가 인터넷이라는 통신수단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려는 훨씬 더 많은 서민들의 경제적 자유를 침해하여 장기적으로는 불평등을 고착시킨다"고 말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논평을 통해 "이번 판결은 정부의 무책임과 검찰의 무리수로 고사할 뻔한 혁신산업의 싹에 가까스로 생존을 위한 지지대를 세워준 판결로 평가한다"면서 "정부와 국회는 신산업의 등장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과거와 미래의 조화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 계류 중인 '타다금지법'의 향방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추진한 '타다 금지법'에 대한 변화도 감지된다.

이 법안은 ▲관광 목적으로 6시간 이상 빌렸을 때 ▲대여·반납 장소가 공항 또는 항만일 때 ▲자동차 임차인이 임차 후 임대차 계약서상의 운전자가 주취나 신체부상 등의 사유로 직접 운전이 불가능한 경우로 제한해 타다가 근거로 한 예외조항에 변화를 준다,

'타다 금지법'은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했지만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상황이다. 만약 본회의를 통과하면 타다는 서비스를 중단할 수 밖에 없다.

김정민 변호사는 "해당 법안이 바뀔 가능성은 충분하다"면서 "없어질 수도 있고 다른 형식의 개선안이 나올 수도 있다. 올해 총선이 있기 때문에 그 전에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택시업계는 '타다 금지법'을 계속 밀어붙일 것 같다"면서 "반면 타다 측은 개선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택시업계와)합의안을 도출한다든가 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채이배 의원도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타다 금지법'을 원점 재검토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날 박상구 부장판사도 무죄를 선고한 뒤 "아무쪼록 이를 계기로 택시와 같은 교통이동수단, 모빌리티 사업 주체들, 플레이어, 규제 당국이 함께 고민해서 건설적인 해결책을 찾아가는 일이 계속될 재판의 학습효과이자, 그나마 의미있는 출구전략이라 여겨진다"고 말했다.

서울역 앞 도로를 나란히 달리고 있는 '타다' 차량과 택시. 사진=연합뉴스
서울역 앞 도로를 나란히 달리고 있는 '타다' 차량과 택시. 사진=연합뉴스

◆ 중단했던 사업 확장, 탄력 받을까

업계에선 타다를 운영하는 VCNC가 서비스 확장에 주력할 것으로 내다본다. VCNC는 지난해 10월 2020년까지 타다 베이직 1만대를 증차하고 서비스 지역도 전국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국토부와 택시업계는 논의 중인 택시제도 개편에 영향을 미친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결국 VCNC도 택시업계와 상행협력 방안을 협의해 나가겠다며 증차 계획을 중단했다.

지난 12일 쏘카는 이사회를 열고 라이드셰어링 사업 전담 법인을 분할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쏘카는 카셰어링 사업을, 타다는 차량 호출 서비스에 전담하며 각자의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신설 법인은 오는 4월 1일 공식 출범하며, 타다는 플랫폼 생태계 확대를 위한 투자와 제휴에 나설 예정이다.

박재욱 VCNC 대표는 독립기업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것이 타다의 사업 기회를 확대하고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해 국내 모빌리티 플랫폼 산업을 더 크게 확장하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이제 쏘카와 분리된 타다는 빠르게 움직여 갈 것”이라며 “새로운 도전자들의 의무와 위치를 각인하고 새로운 경제, 모델, 규칙을 만들어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검찰이 항소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타다가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시기는 조금 더 두고봐야 하지 않겠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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