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사태’ 휘청거리는 금융투자사…실적‧신용등급에도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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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사태’ 휘청거리는 금융투자사…실적‧신용등급에도 ‘경고등’
  • 김솔이 기자
  • 승인 2020.02.18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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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 예상 손실액 2000억 웃돌수도
신한금투‧대신증권 신용등급 변경 가능성 언급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금융당국이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중간 검사 결과를 발표한 후 은행‧증권사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 잔액이 많고 라임자산운용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은 신한금융의 경우, 실적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불완전판매 의혹을 받는 은행 역시 배상에 따른 실적 우려를 받는다. 배당락 이후 하락했던 주가는 라임 사태까지 겹치면서 맥을 못 추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 사태에 따른 은행‧증권사 손실 규모는 환매 중단 펀드의 손실률뿐 아니라 불완전판매‧배상 비율, 라임자산운용과 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의 자금 회수 여부 등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금감원은 주요 펀드 판매사 현장 조사를 벌이는 한편 TRS 계약의 적정성도 살펴보고 있다.

◆ 신한금융 TRS 회수 불가능하면...손실액 2000억 웃돌수도 

라임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곳은 신한금융지주다. 지난해 말 기준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은행의 환매 중단 라임자산운용 펀드 잔액은 각각 3248억원, 2769억원에 이른다. 두 곳은 우리은행(3577억원) 다음으로 잔액이 많다. 증권사만 보면 신한금융투자의 잔액 규모가 가장 많다. 지주 차원에서 향후 펀드 손실에 따른 불완전판매 배상 책임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 펀드 판매사 사이에선 신한금융투자 외에도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라임자산운용 펀드와 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에 법적 대응을 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증권사가 펀드 자금을 먼저 챙겨갈 경우 일반투자자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신한금융은 판매 잔액 자체가 많고 신한금융투자의 TRS 계약 자금 회수 가능 여부에 따라 손실폭이 상당히 커질 수 있다”며 “신한금융의 예상 손실액은 2000억원에 육박하거나 웃돌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만약 ‘플루토 FI D-1호’와 ‘테티스 2호’ 회수율을 각각 50%, 60%로 가정하고 ‘플루토 TF-1호’ 회수율을 40%로 봤을 때 신한금융투자가 TRS 계약 자금을 정상적으로 회수한다면 신한금융의 예상 손실액은 765억원이다. 불완전판매 비율은 10%, 배상 비율 50% 등을 적용했다. 반면 신한금융투자가 TRS 계약 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신한금융의 손실액은 1927억원까지 불어난다.

◆ 시중은행, 불완전판매 배상 비율 관건

신한금융뿐 아니라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판매해온 은행 역시 불완전판매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미 지난 16일 기준 금감원에는 라임 사태와 관련 214건의 분쟁조정 신청이 들어와 있다. 펀드 손실 규모가 확정될수록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처럼 은행에서 가입한 개인투자자의 분쟁조정이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선 금감원이 라임 사태에 대해서도 DLF 사태에 준하는 배상 비율(40%~80%)을 적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환매가 중단된 라임자산운용 펀드 또한 DLF와 같이 구조가 복잡하고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이기 때문이다. 또 TRS 계약에서 불법 정황이 포착된 무역금융펀드의 경우 투자자에게 원금 100%를 돌려주는 분쟁조정안까지 검토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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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은행 손실 규모 또한 증권사의 TRS 계약 자금 회수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의 자금 회수를 가정했을 때(불완전 판매 비율 10%‧은행 배상 비율 50%) 금융지주별 예상 손실액은 우리금융 113억원, 하나금융 34억원, KB 15억원 순이다. 신한금융투자가 자금을 회수하지 못했을 경우 손실액은 우리금융 95억원, 하나금융 22억원, KB금융 15억원 등으로 소폭 축소된다.

신한금융투자를 비롯해 증권사 중 두 번째로 환매 잔액 규모가 큰 대신증권(1076억원)에 대해선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도 거론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대신증권의 경우 연간 이익 규모에 비해 환매 중단 펀드 노출(exposure)이 커 신용등급에 반영할 계획”이라며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유상증자로 손실 흡수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검찰 고발 등으로 평판 저하 등을 살필 것”이라고 밝혔다.

◆ 당국 규제 우려…금융사 주가 동반 내리막

라임 사태가 확산하면서 금융주는 지난해 연말 배당락 이후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사 실적을 둘러싼 불안 심리가 커진 데다 금융당국의 규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 탓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한지주는 18일 3만6450원으로 마감, 지난해 12월 30일(4만3350원) 대비 15.9%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역시 주가가 각각 9.8%, 12.9%나 내렸다.

특히 DLF 사태에 이어 라임 사태까지 잇달아 발생하면서 금융당국의 규제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투자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모펀드 규제가 강화될 경우 관련 시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은행‧증권사의 자산관리(WM) 부문 등 새 수익원에 주력하기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증권사의 직‧간접적 손실 인식이 불가피해 금융주에 전반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규제 강도가 낮았던 사모펀드에도 감독 체계가 강화되는 점도 금융사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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