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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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포퓰리즘
  • 김인영 발행인
  • 승인 2015.06.2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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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에 떠밀리는 금리인하, 추경... 방미 연기도

메르스가 진정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추가 감염자 수가 줄고, 완치된 사람이 늘고 있다. 병원 이외의 감염이 차단된 듯하다. 아직 확신할 수 없지만, 정부와 의료진들이 적극적으로 메르스 확산을 제어하는 바람에 사회적 긴장도 완화되는 분위기다.

메르스의 확산이 고비를 넘긴 듯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새로이 걱정되는 것은 바로 메르스 포퓰리즘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소공동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온국민이 메르스로 들썩거리고, 뉴스를 전하는 미디어가 메르스 기사로 도배질하면서 정부를 공격해대자, 정책 당국자와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인기정책을 쏟아내는 분위기다. 그 정책의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고 대증적 치료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그 첫 번째가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다. 한은은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했다. 기준금리는 연 1.75%에서 1.50%로 내려갔다. 이주열 총재는 “최근 메르스로 인해 서비스업 등의 타격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경제주체들의 심리와 실물경제 활동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미리 완화하려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금리를 인하한다고 메르스 확산에 따른 국민 심리가 안정되고, 소비가 진작되는 것도 아니다. 가계부채만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은 타깃을 잘못잡고 실탄을 쏜 셈이다. 지난 3월 금리 인하 이후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나는 추세에 기름을 부었을 뿐이다.

정부는 또 메르스로 인한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준비하고 있다. 10조원을 한다는 얘기가 있더니, 20조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고, 최근엔 현대경제연구에선 22조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액수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경제학자들의 주장을 등에 업고 대폭 늘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추경 편성에는 여야 정치권이 한 목소리다. 메르스로 소비가 위축됐으니, 정부 부문에서 돈을 쏟아부어 성장률을 끌어올리자는 주장이다. 그런데 그 돈은 어디서 나오나. 결국 국민 세금을 늘리거나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소비를 늘리기 위해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빼내는 것은 모순이고, 미래의 세금을 담보로 빚을 내는 것은 미래를 불안케 할 뿐이다.

메르스에 의해 가라앉은 소비는 메르스가 진작되면 다시 회복된다. 벌써부터 주말 수도권 외곽도로는 차가 밀린다. 외식과 여행을 잠시 중단했지만, 그 소비는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미룰 뿐이다.

살아나려던 경기가 메르스로 다시 꺾이니 불쏘시개가 필요한 것은 인정하지만, 과도하게 정부의 재원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방문 일정을 연기한 것도 포퓰리즘의 소산으로 보인다. 국내 여론이 들끓고, 일부 유력 언론에서 방미를 취소하라는 사설이 나오니 정무 담당자들이 방미 연기를 건의했을 것이다. 하지만 메르스 방역은 대통령이 국내에 부재해도 대신해줄 주무부처와 의료진이 있지만, 정상회담은 누구도 대신해주지 못한다.

최근 한미 관계가 불편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국이 중국에 너무 기운게 아닌가, 한국이 일본과 역사문제로 지나치게 각을 세워 동북아시아의 균형을 저해하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워싱턴 정가에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미뤄진 정상회담은 다시 하면 되고, 메르스 차단이 물론 중요한 일이지만,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해 오랜 우방과의 신뢰에 금이 가는게 아닌가, 우려된다.

정부와 정책당국자들이 지나치게 여론을 의식해 정책을 쏟아낼 경우 위기가 닥쳐올 경우 실탄이 모자라게 되고, 비빌 언덕이 잃게 된다.

눈을 밖으로 돌려보자. 지구촌 상황이 곳곳에서 지뢰밭을 지나는 것처럼 아슬아슬하다. 그리스의 유로 탈퇴와 디폴트 선언은 초읽기에 들어갔고, 중국에선 증시의 거품 붕괴 조짐이 보이고 기업 부채가 한계점에 이르렀다. 미국의 중국 견제가 노골화하고,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요구받는 입장이다.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고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해서 대증요법을 남발하다간 밖에서 불어오는 외풍을 막을 재원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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