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제 직격탄 된 '소비세' 인상, 아베 '정책판단 미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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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경제 직격탄 된 '소비세' 인상, 아베 '정책판단 미스'일까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2.1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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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분기 GDP 전분기대비 1.6% 감소
소비세 증세 영향...일본 정부부채 급증으로 증세 필요성 대두
일본 안팎에서는 증세 시급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코로나19 사태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경기 침체' 우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0월 소비세를 8%에서 10%로 인상했으며, 이로 인해 지난해 4분기 GDP가 전분기 대비 1.6% 하락하며, 5분기만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지난해 10월 소비세를 8%에서 10%로 인상한 탓에 이로 인해 지난해 4분기 GDP가 전분기 대비 1.6% 하락하며 5분기만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일본 경제가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지난 17일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1.6% 줄었다. 연율로 환산했을 경우, 즉 이같은 상황이 1년 내내 지속될 경우 GDP는 6.3% 감소하게 된다. 

일본의 지난해 4분기 경제 성적표가 이토록 부진했던 이유로 '소비세 인상'을 꼽을 수 있다. 소비세가 인상되면 소비가 위축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인데도 일본정부가 소비세를 올린 속 사정은 무엇일까?

일본, 소비세 인상 왜 했나?

일본 정부는 지난해 10월에 소비세율을 8%에서 10%로 높였다. 그 결과 소비 지출이 크게 위축되면서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일본 정부는 소비세 인상이 경제에 얼마나 치명적인지 이미 학습해왔다. 과거 1997년과 2014년 소비세를 올렸을 당시에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과거 25년간 가계소비가 가장 크게 위축된 3번은 모두 소비세가 인상됐을 때의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소비세 인상에 나선 이유는 막대한 정부 부채에 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2018년말 기준 일본의 정부 부채는 GDP 대비 238.2%에 달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일본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이 이토록 높은 것은 일본 사회가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것과 무관치 않다. 일본 내 생산인구는 꾸준히 감소해 세수는 줄어들고 있는 반면, 노인층은 지속적으로 늘어 사회복지지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니, 정부 부채 역시 빠른 속도로 쌓여가는 것이다. 

여기에 아베 신조 총리가 내건 '아베노믹스' 역시 일본 정부의 재정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지난 1991년부터 2011년까지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불릴 만큼 장기 불황의 늪에 허덕였다.

이에 아베 총리는 이른바 '아베노믹스'라 불리는 경제 개혁에 나섰는데, 이는 정부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이다. 강력한 양적완화정책 덕에 일본은 경기 회복의 물꼬가 트였지만, 일본정부의 재정은 더욱 악화됐다. 

일본 정부는 악화된 재정을 되살리기 위해, 또 막대한 경기부양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증세에 나서야만 했다. 그 중 '소비세'를 올리기로 결정했다. 소비세는 생산인구 뿐만 아니라 부를 거머쥐고 있는 노인층에게서도 세수를 확보할 수 있고, 불황기에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4년 4월 소비세를 5%에서 8%로 3%포인트 인상했을 당시 경제적 타격을 입은 것을 회상하며, 이번에는 미취학 아동 무상교육 등 각종 보장 장치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번 역시 경제적 타격을 피할 수는 없었다.

'소비세 인상'은 정부 부채에 허덕였던 일본 정부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한 타격을 입히면서 아베 총리를 더욱 사면초가에 빠지게 만들었다. 

일본 안팎에서도 소비세 인상 비판 강해

일본 안팎에서는 일본 정부가 굳이 소비세 인상에 나서야만 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즉각적인 세금 인상의 필요성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정부 부채가 GDP 대비 240%에 육박했다 하더라도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이율이 제로 수준이어서 큰 부담이 없었다는 것이다. 

WSJ 역시 "일본의 순수 채무 이자 비용 부담은 주요 7개국(G7) 중 최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일본 정부부채의 이자 부담이 낮은 상황에서도 증세를 주장해온 당국자들은 더욱 명확한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며 "일본은 아마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재정정책과의 관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 내부에서도 소비세 인상 정책을 되돌려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일본이 고령화사회에 진입하면서 사회보장지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이유로 일본 정부가 소비세를 2030년까지 15%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일본 경제학자인 모리나가 타쿠로(森永卓郎)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IMF에 스파이까지는 아니더라도 재무성 파견 근무자가 있나요?"라고 되물으며 "바보 아닌가 생각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일본 경제가 극도로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지금에라도 손을 써야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리나가는 "구체적으로는 당장 국회에서 소비세를 5%로 되돌리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루메 대학의 츠카자키 키미요시(塚崎公義) 교수는 "소비세 증세의 악영향은 경기 대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면서 "재정 건전화를 위해서는 소비세 증세 이외의 방법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재생담당상은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이끈 소비 침체와 관련, 일시적인 것인지 구조적인 것인지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소비침체는) 10~12월기에 끝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따뜻한 겨울과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을 주의깊게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 

자료: 일본 재무성
자료: 일본 재무성

코로나 19 사태까지 겹친 향후 일본 경기는?

전문가들은 1~3월 일본이 공식적으로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통상 연속 2분기 이상 마이너스 성장이 지속될 때 '경기침체'라고 정의한다.

지난해 4분기 소비세 인상의 타격을 입은 일본 경제는 올해 1분기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경기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돼,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블룸버그 조사에 따르면, 전문가 14명 중 9명은 일본 경기가 올해 1분기에도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1분기 일본의 GDP가 연율 0.25% 후퇴할 것으로 내다봤다. 

CNN통신에 따르면 다이와증권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중국인 관광객들 감소로 인해 지출이 줄어들면 호텔, 식당, 소매상들의 수익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ING의 카넬 역시 "코로나 사태가 이번 분기 소비지출에 큰 부담을 줄 것"이라며 "일본 경제가 불황에 빠질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본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에 대한 요구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아베 정부는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발표한 지 불과 두달만에 추가 부양을 고려하라는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이미 지난해 12월 284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이 대책은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내놓은 것. 코로나19에 따른 영향은 반영되지 않았다. 

노린추킨리서치의 미나미 다케시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정부는 이미 경기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추가 조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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