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서 러 여객기 추락…224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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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서 러 여객기 추락…224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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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1.0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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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이집트지부, 격추 주장…러시아인 221명·우크라이나인 3명

31일(현지시간) 오전 이집트 시나이 반도 상공에서 러시아 코갈림아비아 항공 소속 에어버스 A-321 여객기가 추락했다.

이집트 당국은 어린이 17명을 포함해 승객 217명과 승무원 7명 등 탑승객 224명이 모두 사망했다고 밝혔다. 탑승객 중 221명은 러시아인이고 나머지 3명은 우크라이나인으로 확인됐다. 러시아 항공사의 비행기 추락 사고로는 최대 인명피해다.

▲ 추락한 러시아 여객기 승객의 가족이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EPA=연합뉴스자료사진

이 여객기는 이날 오전 5시51분(한국시간 낮 12시51분) 이집트의 홍해변 휴양지 샤름엘셰이크를 이륙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중이었다.

수색 작업이 본격화하면서 시신과 잔해가 속속 발견되고 있다. 수색팀 관계자는 "동체가 큰 바위에 부딪혀 두동강 나 완전히 파괴됐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구조팀을 현지로 급파하고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이집트 정부는 사고 조사위원회에 러시아 전문가를 포함하겠다고 발표했다.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이집트지부와 연계된 트위터 계정엔 이날 오후 자신들이 이 여객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하는 글과 영상이 올랐다.

추락 지점은 IS 이집트지부의 근거지인 시나이 반도 엘아리시에서 중부내륙 쪽으로 50∼70㎞ 떨어진 엘하사나 지역의 산간지대다.

이집트 정부 사고수습위원회 위원장은 그러나 "초기 조사결과 기술적 결함으로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격추 가능성을 배제했다. 사고 여객기 기장은 이륙 후 관제센터에 기술적 문제를 보고하며 비상착륙을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장이 신호를 보냈을 당시 여객기의 고도는 9천여m였고 관제센터의 레이더에서 사라진 시점은 이륙한지 23분이 지난 뒤였다.

코갈림아비아 항공은 이집트와 러시아 간 전세기를 주로 운항하는 중소 항공사다. 추락 여객기는 1997년 제작됐고, 코갈림아비아 항공은 3년전부터 이를 운항했다.

 

"러 여객기 격추" IS 주장 사실일까

수니파 무장조직 (IS) 이집트지부가 시나이 반도 상공을 날던 러시아 여객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하면서 진위에 초미의 관심이 쏠린다.

이 주장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그야말로 전 세계 항공업계는 대공황과 공포에 빠지게 된다.

IS는 근거지인 이라크, 시리아는 물론 이 조직에 충성을 맹세하는 조직이 속속 생겨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예멘, 바레인, 이집트, 리비아, 알제리는 물론 아프가니스탄과 중앙아시아 지역까지 세를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지부마다 보유 무기와 전력이 차이가 나지만 고도 1만m 상공을 나는 여객기를 마음만 먹으면 격추해 파괴할 정밀한 화력을 보유했다면 이들의 위협은 차원이 다른 문제가 된다.

IS는 지상전에선 견고한 전력을 보여왔지만 대공 능력은 다소 약점을 보여왔다. 미사일과 같은 대공 무기 자체가 지상전 무기와 달리 이동이 제한되고 입수하기가 수월하지 않을 뿐 아니라 운용에도 상당한 수준의 전문기술이 필요하다. 여객기 추락 지점이 공교롭게 IS 이집트지부의 근거지였던 터라 추락 소식이 전해지자 격추설이 제기되긴 했지만, 가능성을 작게 본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번 추락 사고의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하겠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IS가 우연한 여객기 사고에 편승해 자신들의 위력을 과시하려는 선동술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사고 여객기의 기장이 교신 두절 직전까지 통신 장비에 문제가 있다며 비상착륙을 요청했고, 초기 조사결과 역시 기술적 결함이 사고의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이집트 당국이 언론에 밝혔다.

IS 주장대로 대공 화기에 맞았다면 교신 내용은 전혀 달라졌을 것이다. 이집트 수색팀의 전언도 격추보다는 아직 추락한 정황에 가깝다.

현장에 도착한 수색팀 관계자는 "큰 바위에 부딪혀 사고기가 두 동강 났고 꼬리 부분이 떨어져 나갔다"고 말했다.

또 여객기를 격추하려면 고성능 대공 전력뿐 아니라 여객기의 항로와 고도와 같은 정확한 비행 정보를 입수해야 하는 데 과연 IS가 이런 정보 수집력이 있는 지도 의문이다.

그러나 IS의 주장이 아예 '가능성 제로'는 아니다. IS는 그간 항공기를 격추했다고 종종 주장했다.

지난해 12월24일 시리아에서 IS 공습 작전 중이던 요르단 조종사를 생포했을 때도 자신들이 F-16 전투기를 대공 미사일로 떨어뜨렸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이를 부인했지만 요르단 정부는 초기 격추됐다고 발표했다가 번복했고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전투기가 격추당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9월16일에도 시리아 락까 주에서 러시아제 수호이 25(Su-25)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항공기는 아니지만 이라크에선 IS가 이라크군의 헬리콥터를 수차례 격추하기도 했다.

스위스 국제 무기조사기관 '스몰 암스 서베이'는 지난해 8월 IS가 시리아 락까주를 점령하면서 정부군 공군기지에서 구소련제 '휴대용 방공무기 시스템'(MANPADS) SA-18 등과 유사한 무기를 탈취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독일 연방정보국(BND)도 지난해 10월 의회 비공개회의에서 IS가 시리아 정부군에게서 탈취한 MANPADS를 갖고 있다고 보고했다.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인 MANPADS는 헬리콥터나 저공 저속 항공기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용으로 개발됐지만 공격용 등으로도 사용된다. 당시 IS가 이 무기로 민간 항공기를 격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 IS가 주장하는 러시아 여객기 격추 장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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