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트렌드 읽기]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물체정보 알아내는 전자피부
상태바
[IT 트렌드 읽기]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물체정보 알아내는 전자피부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2.16 11: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로운 전자피부, 작은 압력만으로도 물체 정보 알아내
약한 바람에 생기는 마찰 전기 이용한 충전 기술도
뇌전증 발작,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기술 개발
나노 재료 관찰하고 분석하는 소금 렌즈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연일 터지는 정치·사회 뉴스에 빠져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기 일쑤죠. 21세기 미래를 바꿀 IT기술, 인포테인먼트 소식입니다. 미래 먹거리일 뿐 아니라, 흐름을 놓쳤다간 금방 시대에 뒤처지게 됩니다. <오피니언뉴스>는 매주 주요 IT, 과학기술, 게임 소식들을 짤막하게 모아 소개합니다. 먼 미래가 아닌 눈앞의 미래에 상용화될 IT기술을 주로 다루려합니다.  [편집자 주]

양자점 발광 소자 적층 구조의 층별 구성 물질. 사진제공=ETRI
양자점 발광 소자 적층 구조의 층별 구성 물질. 사진제공=ETRI

◆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표면 정보 파악하는 '전자피부'

톡 하고 살짝만 눌러도 압력을 가한 물체의 표면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전자피부가 개발됐습니다. 생체인증, 웨어러블 기기, 터치형 디스플레이, 의족이나 의수 등 압력 센서 필요 분야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실감소자원천연구본부, 서울대 전자컴퓨터공학부, 소프트로보틱스연구센터(SRRC) 공동연구팀은 미세한 압력변화를 감지해 압력을 가한 물체의 3차원 표면정보까지 파악할 수 있는 '초고감도 투명압력센서'를 개발했습니다.

기존에 개발된 전자피부나 압력센서는 미세 압력변화를 감지하기 어려웠습니다. 전극을 십자 패턴으로 만들어 맞닿는 부분의 압력에 따라 전도도가 달라지는 소자를 넣었기 때문인데요.

연구팀은 전도성 고분자 나노와이어와 나노셀룰로스 친환경 나노소재를 섞은 복합소재와 양자점 발광소자를 사용했습니다. 이로 인해 접촉부분이 발광하는 형태의 감도를 높이면서도 압력분포를 즉시 파악할 수 있는 소자를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진이 개발한 센서는 기본적으로 투명합니다. 그런데 가로, 세로 각각 100㎜, 두께 2㎛로 압력이 가해지면 압력을 받은 부분이 즉시 빨간색으로 표시됩니다. 기존 전자피부보다 민감도가 20배 정도 높아 사람의 맥박은 물론 바늘 끝으로 미세하기 누르는 압력까지도 감지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투명한 색깔 덕분에 다양한 형태의 기판에 올릴 수 있습니다.

특히 친환경이면서도 저렴한 소재로 만들었기 때문에 신체에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또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장시간 사용해도 안정적이라고 합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로봇에 부착할 경우 사람과 비슷한 정도의 촉감을 재현할 수 있을거라고 하네요.

 

머리카락 구조를 캐패시터 층 위에 얹은 마찰전기 에너지 수확 소자 개요도. 사진제공=조성범 한국세라믹기술원 선임연구원
머리카락 구조를 캐패시터 층 위에 얹은 마찰전기 에너지 수확 소자 개요도. 사진제공=조성범 한국세라믹기술원 선임연구원

◆ 살랑거리는 바람으로도 전기 수확

IoT(사물인터넷)나 웨어러블 기기의 발전에 문제가 되는 것 중 하나가 전기를 어떻게 공급하냐입니다. 배터리나 충전 기기의 크기나 효율이 문제가 되기 때문인데요.

여기서 주목 받는 것이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입니다. 체열로 충전되는 스마트워치나 걸으면서 생기는 압력으로 충전되는 가로등 등 일상에서 버려지는 에너지를 활용한 기술입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도 살랑 거리는 바람을 이용한 방법을 마련했습니다. 살짝 흔들리는 옷깃에 생기는 작은 마찰 전기 만으로도 충전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조성범 한국세라믹기술원 가상공학센터 선임연구원과 방창현 성균관대 화학공학 및 고분자공학부 교수 공동 연구팀은 머리카락 모양의 나노 구조물을 이용해 마찰전기 에너지를 모을 수 있는 소자를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원래 마찰 전기 활용 기술은 다른 방법에 비해 접근성이 좋아 초소형 기기에 응용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지만 반드시 접촉이 필요하고, 접촉이 되어도 수직방향 움직임에만 반응한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모든 방향의 움직임을 수직 방향으로 바꿔주는 머리카락 모양의 나노구조물을 기존 마찰전기 소자 위에 부착하는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기존 소자구조를 변경하는 대신 머리카락 나노구조물을 기존 소자 위에 심습니다. 그리고 구조물에 가해진 다양한 방향과 방식의 힘이 소자에 수직 방향으로 전달되도록 해 마찰 전기를 유도하는 기술입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에 개발한 기술로 접힌 지폐를 펴는 힘의 5분의 1 수준으로도 마찰 전기 수확 효율이 크게 높아졌다고 합니다. '무한 전원공급'을 꿈꾸는 에너지 하베스팅에 새로운 실마리가 될지 이목이 집중됩니다.

포타슘이온 나노 센서의 구조. 사진제공=IBS
포타슘이온 나노 센서의 구조. 사진제공=IBS

◆ 뇌전증 발작,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뇌전증은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빠르게 조치하고 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데요. 국내 연구진이 뇌전증 환자의 발작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는 센서를 개발했습니다.

현택환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장은 연구팀이 뇌전증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인 포타슘(칼륨) 이온 농도를 실시간 측정할 수 있는 수십 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의 센서를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뇌 신경세포가 불규칙적으로 이상 흥분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포타슘 이온을 바깥으로 보내 이완시켜야하는데, 포타슘이 빠져나오지 못하면 흥분상태가 지속되며 발작과 경련이 일어납니다. 이 증상이 뇌전증입니다.

이런 이유로 뇌 속 포타슘 농도를 측정하는 방법을 찾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포타슘이 세포막을 통과할 때 칼슘이나 소듐 등 다른 이온도 함께 분비됩니다. 때문에 포타슘 농도만 선택적으로 측정하기 쉽지 않다고 합니다. 기존 방법도 마취같은 제한된 환경에서만 농도 측정이 가능해 실생활 적용은 어려웠습니다.

이에 연구팀은 포타슘 이온과 결합하면 형광을 내는 염료를 나노미터 크기 입자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나노입자 표면에는 포타슘만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얇은 막을 코팅해 포타슘 나노 센서를 개발했습니다.

이 나노 센서를 살아 움직이는 생쥐의 뇌 해마와 편도체, 대뇌피질 부위에 각각 주입한 뒤 해마 부위에 전기적 자극을 가해 발작을 일으키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부분 발작의 경우 자극이 시작된 해마에서 편도체, 대뇌피질 순으로 포타슘 이온의 농도가 증가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기술이 상용화 되면 뇌전증 환자의 뇌 신경세포 활성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어 전신 발작 등 응급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모아집니다.

소금 결정을 이용한 탄소나노튜브 관찰 기술 연구 성과가 표지에 실린 나노분야 국제학술지 '나노 레터스'.  사진제공=UNIST
소금 결정을 이용한 탄소나노튜브 관찰 기술 연구 성과가 표지에 실린 나노분야 국제학술지 '나노 레터스'. 사진제공=UNIST

◆ 소금 이용한 나노 재료 분석 기술 개발

국내 연구진이 흔히 볼 수 있는 소금을 이용해 나노 재료를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다양한 분자가 빛에 반응해 만드는 신호도 수백 배까지 증폭할 수 있어 나노 연구에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이창영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이 소금 결정을 이용해 탄소나노튜브를 상온·상압에서 손쉽게 관찰할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탄소나노튜브는 탄소원자가 육각형으로 결합해 원통 모양으로 연결된 소재입니다. 특이한 기계·전기적 성질로 주목받는 소재지만 크기가 너무 작아서 일반적인 광학 현미경으로 관찰하기 어렵습니다. 전자 현미경이나 원자힘 현미경으로도 제한적으로만 관찰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연구진은 소금을 이용해 한계를 극복했습니다. 1차원으로 정렬된 탄소나노튜브에 소금물을 떨어뜨린 후 전기장을 가합니다. 그러면 소금 이온이 탄소나노튜브 외부 표면을 따라 이동하면서 소금 결정을 형성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소금 결정 옷'은 일반적인 광학 현미경만으로도 넓은 면적에 분포한 탄소나노튜브를 관찰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소금 결정은 물에 잘 녹아 탄소나노튜브를 손상하지 않는 데다, 씻어내기 전에는 안정적이어서 반영구적으로 시각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와 함께 연구진은 소금 결정이 탄소나노튜브 광학 신호를 수백 배까지 증폭시킨다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신호를 통해 물질 특성을 알 수 있는데, 연구진은 소금 렌즈를 통해 탄소나노튜브의 지름과 특성을 알아냈다고 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