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동헌 칼럼] 유시민과 정재승은 왜 싸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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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헌 칼럼] 유시민과 정재승은 왜 싸웠을까?
  • 주동헌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 승인 2020.02.15 13:55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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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블록체인 기술 발전에 필요
안정적 가치 척도로 기능하는 기존 화폐와 공존 모색해야
주동헌 한양대 교수
주동헌 한양대 교수

[주동헌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진중권 아니고, 정재승이다. 신년 JTBC 토론회에서 진중권과 부딪혔던 유시민은 2년 전에는 비슷한 자리에서 뇌 과학자 정재승과 부딪혔다. 조국이라는 정치적 논제 못지않게 당시에 뜨거운 주제였던 암호화폐 문제를 두고서였다.

당시 정재승은 ‘유시민 선생님이 블록체인이 어떻게 전 세계 경제시스템에 적용되고 스스로 진화할지 잘 모르시는 것’같다고 했다. 그러나 정재승은 그 토론 이후 발간한 「열두 발자국」이라는 책에서 ‘토론을 마치고...인사를 건네는 분마다 “교수님, 힘내세요”, “저는 교수님을 응원합니다!”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그날 토론을 잘못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과학자 정재승, 경제학자 유시민

정재승은 과학자다. 유시민은 나름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이다.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는 과학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경제학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평소 ‘알쓸신잡’에서는 자기가 부족한 부분을 서로에게 배워가며 주어진 주제에 대해 온전한 지식을 만들어 시청자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하던 사람들이 토론에서 서로를 답답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대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가재는 게 편이라서 일수도 있겠으나, 당시 나는 유시민이 화폐에 대한 경제학적 이해를 토대로 투기의 대상이 된 암호화폐가 화폐가 될 수 없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고 보았다. 그런데 정재승은 암호화폐가 아니고 계속 블록체인 얘기를 했다. 토론의 주제는 암호화폐인데 왜 계속 블록체인 얘기를 하나 싶었다.

지난 2년간 암호화폐 광풍이 잦아들면서 대체적으로 도달한 사회적 합의는 암호화폐는 규제하더라도 원천기술인 블록체인은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블록체인은 상당히 기술적인 부분이다. 당시에도 그렇고 2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블록체인에 대해 온전한 이해를 가지고 있지는 못하다. 다만 그간에 일반인들을 위해 발간된 블록체인과 관련된 서적들이, 인터넷 기술을 몰라도 인터넷을 쓰는 것처럼, 블록체인을 몰라도 블록체인을 쓰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니 나도 블록체인에 대해 내 생각을 말 못할 이유도 없겠다.

'다이하드 3'는 금괴를,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지문을 훔친다 

IT 시대의 현대 경제는 기록으로 건설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5년 ‘다이하드 3’에서는 악당이 뉴욕 연준 금괴를 털었지만 2012년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는 브루스 웨인의 지문을 훔친다. 과거 물질이 부 또는 자산이었다면 현대에는 기록이 자산인 것이다. 기록이 자산이 될 수 있는 것은 기록이 조작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 기록에 대한 신뢰는 한 곳에 집중된 ‘원장(ledger)’를 두고 이에 대해 강력한 보안을 유지함으로써 유지되어 왔다.

블록체인의 혁신은 이 집중원장을 분산원장으로 대체하는 데서 시작된다. 블록체인은 많은 경우 분산원장과 동일시된다. 그러면 블록체인을 활용한 분산원장은 집중원장보다 더 좋은 것인가?

사진= JTBC 뉴스룸 캡쳐
사진= JTBC 뉴스룸 캡쳐

20년 가까이 미 연준 의장을 지낸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은 줄리어드 음대에서 클라리넷을 공부하던 시절 뉴욕에서 수표 청산소(clearing house)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린스펀의 임무는 은행에 접수된 수표 포대를 들고 청산소로 나르는 것이었다. 중앙 집중화된 청산소에서는 수표 거래 기록에 따라 발행 은행들 간에 상쇄되는 대차를 청산하고 순수하게 남는 채권과 채무만을 정산했다.

집중원장에서 분산원장으로...암호화폐가 등장하는 순간

지금은 그린스펀이 젊은 시절 했던 아르바이트는 사라졌다. 지급결제 시스템이 모두 전산화되었기 때문이다. IT 기술의 발달과 함께 엄청난 양의 디지털 기억장치가 제공되고 거기에 기록된 경제적 활동과 권리들이 전자통신에 의해 빛의 속도로 전파되고 교환된다.

문제는 디지털 기억장치나 전자통신에서는 기존의 물리적 기록과 달리 대규모 조작이 손쉽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위험은 금융결제원이나 한국예탁결제원 같은 지급결제 기관에서 집중원장에 대한 보안체계를 갖추어 관리하고 있다. 물론 중앙 집중적 지급결제 체제의 정점에는 중앙은행이 놓여있다.

블록체인 산업 종사자들은 이러한 집중원장이 비용도 많이 들 뿐만 아니라 경제적 권력도 집중화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보면서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원장이 거래비용과 경제력 집중을 혁명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원장을 유지하는 데 비용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원장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흩어져 있는 전산 자원들이 디지털 기록의 진실성을 확인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기록의 진실성 확인에 기여하는 전산 자원은 공짜가 아니다. 자원 활용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이 대가는 암호화폐로 지불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암호화폐가 블록체인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게 된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에 기반 한 분산원장이면서 동시에 다른 분산원장 체계를 유지시키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암호화폐는 화폐인가 아닌가...화해는 가능하다

그런데 이 암호화폐가 전산망의 영역을 벗어나 현실의 재화나 자산을 구입할 수 없다면 암호화폐를 보상체계로 하여 구축된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원장은 집중 원장에 비해 아무런 비교우위를 가지지 못하게 된다. 2018년 토론 당시 정재승이 암호화폐가 화폐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다.

반면 유시민은 암호화폐는 화폐가 아니며 앞으로도 화폐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은행도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를 암호화 자산이라고 부르며 화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 블록체인의 발전을 중앙은행이 가로막고 있는 것일까?

사실 암호화폐가 화폐로 인정을 받는지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화폐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곧 화폐’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화폐의 기능을 교환의 매개로 국한하는 경우에 한해서 유효하다.

블록체인 지지자들이 가치의 척도로서 법화(legal tender)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사이버 세계든 현실 세계든, 거래자들이 암호화폐의 가치를 자발적으로 인정하고 활용한다면, 기존 체제의 화폐, 즉 법화와 암호화폐가 공존할 수 있는 여지는 있어 보인다. 유시민이 진중권과 화해할 가능성은 많지 않지만, 유시민이 정재승과 화해할 가능성은 적지 않다.

● 주동헌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1996~2011년 한국은행 자금부, 금융시장국, 조사국 등에서 근무했다. 2009년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학(어바나샴페인 소재)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18년부터 금융위원회 경쟁도평가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2011년부터 한양대에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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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진 2020-02-20 21:56:47
부끄러움을 모르시나요?

아차산소년 2020-02-15 20:48:14
다른 관점의 좋은 글입니다.

Jane 2020-02-15 20:35:42
유시민씨는 천재인것 같아요. 전공분야가 아닌데도 핵심을 읽고 있고 말하려는 바를 잘 전달해 주는것 같아요

소리 2020-02-15 17:38:17
싸웠다고 표현하다니....

김영 2020-02-15 15:05:22
이분 연예인임 정치인임 코디디임 뭥미 ?
구분이안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