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사태’ 재발 방지 규제 도입…증권사-운용사 TRS 계약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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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사태’ 재발 방지 규제 도입…증권사-운용사 TRS 계약 제한
  • 김솔이 기자
  • 승인 2020.02.14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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非유동성 자산 50% 초과 시 ‘개방형’ 설정 불가
자산운용사 내 펀드 간 상호 순환 투자 금지
김정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 정책관이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사모펀드 현황 평가 및 제도개선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 정책관이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사모펀드 현황 평가 및 제도개선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금융당국이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촉발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간 총수익스와프(TRS‧Total Return Swap)계약에 칼을 댔다. 앞으로 자산운용사는 전담 중개 계약을 체결한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증권사에 한해 레버리지(leverage) 목적으로 TRS 계약을 맺을 수 있다. 또 레버리지는 사모펀드 레버리지 한도(400%)에 반영되도록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4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사모펀드 현황 평가 및 제도개선 방향’을 발표했다. 라임자산운용이 TRS 계약을 통해 레버리지를 확대하면서 ‘라임 사태’를 키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 TRS 계약으로 ‘라임 사태’ 투자자 손실 확대

TRS는 증권사가 일정 증거금(담보)과 수수료를 받고 주식‧채권‧메자닌 등 자산을 운용사 대신 매입해주는 계약이다. 이 자산에서 발생하는 손익은 자산운용사에게 전가된다. 자산운용사 입장에선 적은 비용으로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다.

문제는 손실이 발생했을 때다. 레버리지를 이용하면 손익 폭이 확대되는데 손실 시에는 그 규모가 커진다. 예컨대 100억원 규모 펀드 손실률이 10%라면 손실액은 10억원이지만 100억원을 레버리지로 투자했을 경우 총 펀드 규모가 200억원으로 늘어나고 손실액 또한 20억원으로 증가한다.

레버리지가 없었다면 일반투자자에겐 100억원 중 10억원을 제외한 90억원 정도는 환매금으로 남는다. 이와 달리 레버리지를 일으킨 펀드 투자자에겐 80억원만 남는다. TRS 계약 종료 시 증권사가 먼저 자산을 회수하므로 180억원 중 100억원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 자산운용사와 PBS 계약 맺은 증권사만 TRS 가능

금융당국은 라임 사태에서도 일반투자자 손실을 키운 TRS 계약에 규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제 자산운용사가 레버리지를 위해 TRS 계약을 맺으려면 전담 중개 계약을 체결한 PBS와만 거래할 수 있다.

이 경우 PBS 계약을 체결한 증권사로 레버리지 정보가 모여 위험(리스크) 관리 기능이 강화된다. PBS 차원에서 펀드의 레버리지 수준을 평가, 위험 수준을 통제해야 한다. 특히 증권사는 자산운용사가 운용상 위법‧부당행위를 저질렀을 경우 시정을 요구할 수 있고 감독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또 앞으로는 TRS 계약 레버리지 전체를 사모펀드 레버리지 한도에 반영해야 한다. 현재 사모펀드 레버리지 한도(400%)에 TRS 계약의 기초자산 평가 손익만 반영되고 있다.

자료=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TRS 계약을 둘러싼 불완전판매 예방 대책도 나왔다. 환매가 중단된 라임자산운용 펀드 중 TRS 계약에 묶인 자(子)펀드 투자자들은 가입 과정에서 TRS 계약 내용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증권사가 일방적으로 TRS 계약을 종료할 경우 펀드 운용에 차질이 빚어지는 데다 펀드 손실 시 증권사에 우선변제권이 있는 만큼, 펀드 투자자들이 TRS 계약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금융당국은 TRS 계약 등 차입을 통해 운용하는 펀드의 레버리지 운용 레버리지 차입한도를 집합투자규약에 사전 반영하도록 했다. 레버리지에 동의하는 투자자만 투자하도록 하는 한편, 한도를 초과해 레버리지를 이용할 때는 투자자 전원의 동의를 받도록 했다.

◆ 개방형 펀드 설정 제한…운용사 내 순환 투자 금지

이외에 라임 사태의 주 원인으로 자산과 펀드 유형의 ‘미스매치’가 꼽힌다. 즉 라임자산운용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사모사채나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같은 메자닌 등 비유동성 자산 투자 비중을 키우면서도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개방형 펀드로 운용해왔다는 지적이다. 통상 비유동성 자산 비중이 높은 펀드는 2년~3년 만기의 폐쇄형으로 설정된다.

앞으로 비유동성 자산 투자 비중이 50% 이상인 펀드는 개방형 펀드로 설정할 수 없게 됐다.  또 개방형 펀드는 유동성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가 의무화된다. 폐쇄형 펀드로 설정했더라도 펀드 자산의 가중평균 만기 대비 펀드 만기가 현저히 짧으면 펀드 설정이 제한된다. 판매사 또한 투자자에게 유동성 위험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감독당국은 펀드의 유동성 위험 현황과 관리 방안을 정기적으로 보고받을 계획이다. 공모‧사모펀드 구분 없이 개방형 펀드는 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를, 폐쇄형 펀드는 펀드 자산의 가중평균 만기와 펀드 만기 정보 등을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자료=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자료=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아울러 금융당국은 라임자산운용이 단순한 재간접펀드가 아닌 복층‧순환 투자구조로 펀드를 설계해 펀드 손실 규모가 커졌다고 보고 있다. 펀드 구조가 복잡하면 운용 상황을 명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한 펀드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다른 펀드로손실이 전이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자산운용사 내 펀드 간 상호 순환 투자를 금지했다. 또 투자구조, 최종 기초자산, 비용‧위험 정보 등 복층 투자구조 펀드 정보를 투자자는 물론 감독당국에도 정확히 제공해야 한다. 복층 투자구조 펀드를 이용해 공모 규제를 회피할 수 없도록 피투자펀드의 투자자 수를 해당 펀드에 실질적으로 투자한 모든 자사 펀드의 투자자 수까지 합산하게 된다. 유동성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개방형 펀드의 폐쇄형 펀드 편입 시 폐쇄형 펀드를 비유동성자산으로 분류해야 하고 유동성 규제를 적용받는다.

금융당국은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거쳐 다음달 초 구체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종 제도개선 방안 발표 후 필요한 법령 개정을 빠르게 추진하고 법령 개정 전이라도 투자자 보호와 위험 확산 예방을 위해 행정지도를 적극적으로 펼치겠다”며 “라임자산운용의 상환‧환매연기 펀드 관련 분쟁조정, 검사‧제재 절차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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