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아카데미 수상의 숨은 공로, CJ의 문화 산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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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아카데미 수상의 숨은 공로, CJ의 문화 산업화
  • 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 승인 2020.02.14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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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신문과 방송에선 연일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수상을 언급하고 있다. 영화업계에서는 이번 아카데미 수상은 노벨상 수상에 견줄 만한 성과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수많은 기사에서도 비영어권 영화의 최초 수상 등을 거론하며 '기생충'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

'기생충'이라는 기념비적인 작품을 만든 봉준호 감독의 노력에 지지를 보내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물심양면 뒤에서 지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은 CJ 역시 이번 수상의 혁혁한 공로자임엔 틀림 없다.

문화콘텐츠 산업이 국가 경제 성장의 한 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1993년 할리우드 영화 '쥬라기 공원'이 국내 개봉하던 시기와 맞물려 본격적으로 흘러나왔다.

당시 '쥬라기 공원' 영화 1편의 흥행 수입이 자동차 150만대 수출의 효과와 맞먹는다는 얘기를 김영삼 대통령이 강조하면서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은 곧바로 문화콘텐츠 사업에 뛰어들었다. 삼성, LG, 대우 등이 영상사업단을 구축하며 영화, 방송, 음악 분야에 참여했고 이들은 문화의 장밋빛 미래를 그려나갔다. 

2000년대 초반까지 문화콘텐츠 산업의 양적 성장이 강조되기 시작하며 KT, SKT 등의 통신 자본도 뛰어들었고 한동안 국내 문화콘텐츠 분야에는 수많은 자금이 몰리던 호황기를 누렸다. 그러나 CJ를 제외한 이들 다수의 대기업들은 현재 방송, 영화, 음악 등의 산업에서 자취를 감춘 상황이다.

사업 철수의 핵심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문화콘텐츠 사업가들은 해당 사업에 대해 빛좋은 개살구, 리스크가 큰 도박 사업이라는 말을 지금도 서슴지 않는다. 

이재현·이미경이 꿈꾸는 문화의 산업화

CJ는 국내 대기업에 비해 문화콘텐츠 분야에 다소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유일하게 지금까지 방송, 영화, 음악, 디지털 콘텐츠 사업 전반을 영위하고 있다.

CJ가 지금까지 25년간 엔터테인먼트 & 미디어 사업에 투자한 금액은 8조원에 육박하지만 안타깝게도 CJ가 지향해 온 문화의 산업화 실적은 해마다 200억에 가까운 적자를 거듭해왔다. 문화의 산업화는 콘텐츠 개발, 시스템 구축 등 인프라에 상당한 투자가 필요한 반면 수익성은 갖추기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이다. 

영화업계를 포함 다수의 문화콘텐츠 전문가들은 CJ를 국내 문화의 포식자, 문화 공룡이라고 비난해 왔다. 특정 대기업이 투자에서 배급, 제작, 상영을 모두 아우르는 독점적 체계가 과연 맞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 씨네마서비스를 이끌었던 강우석 감독은 영화 분야에서 CJ와 갈등을 벌였을 당시, CJ가 지나치게 문화를 산업화하겠다는 마인드로 접근해 문화의 예술성, 창의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렇다면 CJ그룹의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은 왜 문화의 산업화를 꿈꾸었을까.

제조업 경쟁력이 중국에게 뒤처질 것이라고 판단한 두 오너 경영진은 국내 산업의 미래를 ‘한류 증진’에 두고 1995년부터 문화의 산업화를 추진했다. 미국 할리우드의 체계적 시스템, 유럽의 견고한 문화적 자부심, 중국의 압도적 자본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국내 콘텐츠 역시 글로벌 수준의 규모와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평소에도 두 경영진은 임직원에게 강조해왔다. 

이재현 회장은 2010년 CJ E&M센터 개관식에서도 "문화의 산업화만이 한국 경제의 성장과 혁신을 촉진하는 길"이라고 밝혔으며 아시아의 메이저 콘텐츠 기업이 되어야 세계 각국의 콘텐츠 투자 및 인수합병 경쟁에 맞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의 산업화 과정은 리스크가 워낙 크기에 수익 창출보다 가치 창출에 지향점을 두고 노력하면 분명 한국 노래와 영화가 세계 시장에서 그 위상을 빛낼 날이 올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왔고 드디어 '기생충'으로 그 결실을 맺었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왼쪽은 허민회 CJENM 대표. 사진=연합뉴스

"이제는 문화야. 그게 우리의 미래야" 

이재현 회장은 1995년 3월, 스티븐 스필버그, 제프리 카젠버그 등의 할리우드 거물과 투자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자신의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에게 "이제는 문화야. 그게 우리의 미래야"라는 말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을 아시아의 할리우드로 만들고 CJ를 세계적인 문화콘텐츠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그의 비전을 불가능하다고 언급한 다수의 방송, 영화, 음악 분야의 전문가들은 이제 문화가 우리의 미래가 되었다는 점을 실감하고 있다. 

CJ가 국내 문화권력의 최정점에 있다는 비난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지만 사실 CJ는 해마다 200억의 적자를 꾸준히 감수하고 문화콘텐츠 분야에 대한 투자를 실행해왔다.

'기생충'을 포함, '슈퍼스타K', '응답하라 시리즈' 등 수많은 성과가 두드러져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CJ가 투자와 제작을 했음에도 실패한 작품이 무수히 많다. 약 300억을 투자한 영화 '마이웨이', 120억을 투자한 '7광구'는 우리 기억 속에 남아 있지 않은 CJ의 시행착오 작품이기도 하다. 

아직 국내 문화의 산업화는 가야 할 길이 멀다. 미국의 디즈니와 워너브러더스는 CJ ENM과 비교도 안 되는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아시아 최대의 콘텐츠 기업 텐센트는 해마다 10조원이 넘는 금액을 인수합병 분야에 쏟아 붓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CJ가 지난 20여년간 문화의 산업화를 위해 쏟아 부은 8조원에 육박하는 금액은 그리 큰 규모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상당수 기업들이 돈이 되지 않는다며 포기한 분야에 8조원를 투자한 점은 마땅히 격려 받을 일이다. 

수익 창출보다 가치 창출에 비전을 두고 20년 가까이 적자를 보면서도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국내 한류의 파급력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의 투자와 기업가적 의지가 지속된다면 제2의 봉준호, 제2의 아카데미 수상은 지속되리라 믿는다.

수많은 콘텐츠 창작자들을 위해 묵묵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숨은 공로자로 CJ가 문화의 산업화에 기여한다면 분명 우리의 미래가 될 문화는 곧 우리의 현실로 완벽히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이후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으며 동국대에서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모두 수상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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