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2호 비전펀드 규모 축소"...'코로나 19'에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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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2호 비전펀드 규모 축소"...'코로나 19'에 타격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2.13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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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펀드 투자 기업 중 중국이 40% 차지
손정의 회장, 10조엔 규모였던 2호 비전펀드 규모 축소 계획 밝혀
투자기업 수도 설립이후 처음으로 '정체'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지난 12일 실적발표 기자회견에서 2호 비전펀드 규모를 줄일 계획임을 시사했다. 사진=연합뉴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지난 12일 실적발표 기자회견에서 2호 비전펀드 규모를 줄일 계획임을 시사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그룹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비전펀드가 투자하는 기업가치 기준으로 중국이 4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잇따른 투자 손실로 인해 투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가운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자, 비전펀드 또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손정의 회장은 지난 12일 소프트뱅크의 실적발표회에서 2호 비전펀드의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호 비전펀드는 1호 비전펀드의 실패로 신규 투자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왔고, 출자기업들의 상장 계획이 지속적으로 미뤄지면서, 펀드 운영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손 회장은 당초 1호 비전펀드와 같은 규모인 10조엔(약 107조6700억원) 규모로 2호 비전펀드를 계획했으나,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을 고려중임을 밝혔다. 

그는 "(2호 비전펀드에 대해) 다양한 반성을 포함해서 이번에는 일단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가 밝힌 지난해 4분기(회계연도 기준 3분기) 실적에서 비전펀드는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비전펀드가 투자한 기업 수 역시 지난해 12월말 기준 88개사로, 9월말과 같은 수준이다. 2017년 설립 이후 분기 기준으로 투자회사 수가 늘어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손 회장은 "2호 펀드를 정식으로 출범하기 이전에 잠정적으로 규모가 작은 펀드를 만들어 1~2년간 투자자금을 확보할 예정"이라며 "실적을 보고 규모를 늘리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 시점에서는 자체 자금으로 10개사의 신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프트뱅크는 미국 위워크 등에서 잇따른 투자 손실을 기록했으며, 지난 10일(현지시각)에는 비전펀드에서 2억4000만달러(약 2838억원)를 투자받은 미국 스타트업 브랜드리스가 파산을 선언하기도 했다.

연이은 투자실패 소식에 은행 등의 투자자들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즈호 은행은 지난해부터 미츠비시UFJ은행, 미쓰이 스미토모 은행과 3000억엔(약 3조2300억원) 규모의 융자 방안을 협의하고 있지만, 이렇다할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일부 은행은 자금이 위워크 지원을 위해 사용될 가능성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또다른 은행 관계자 역시 "협조 체제를 유지할 수 없으면 융자는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기업들의 기업공개(IPO)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비전펀드 투자기업 중 상장된 기업은 총 8개사다. 펀드 사업이 호조를 보였던 지난해 여름 손 회장은 "2020년도 10개사 정도가 상장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는 "연간 몇 개 상장할 것"이라고 예상치를 낮추며, 향후 전망이 어두워졌음을 시사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가 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비전펀드는 투자자금 10조 엔 가운데 외부 투자자가 출자한 4조 엔에 대해서는 매년 원금의 7%를 우선적으로 배당하는 구조다. 단순히 계산하더라도 매년 2800억 엔(약 3조 150억 원) 규모의 배당금이 필요하다. 

이 신문은 "투자자금의 일부를 배당 자금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지만, 펀드의 투자자금 회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원금을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소프트뱅크 그룹에 환원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앨리엇 매니지먼트는 최대 200억 달러(약 23조6200억 원)의 자사주 매입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손 회장은 "여유가 생기면 규모와 시기 등에 대해 신용등급과의 균형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히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현재 소프트뱅크가 보유하고 있는 2조 엔(약 21조5000억 원) 규모의 자금은 향후 2년간 사채 상환에 사용된다. 이 신문은 대규모 환원을 위해서는 약 31조 엔(약 333조 7200억 원)에 달하는 자산 매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손 회장은 "알리바바 주식은 최소한으로만 팔고 싶다"며 "황급히 진행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손 회장의 투자 성공사례로 꼽아왔던 인도의 저가호텔 체인인 오요호텔스앤홈즈(Oyo Hotels & Homes) 또한 인도와 중국에서 대규모 감원을 추진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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