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확대로 '역대급 실적' 낸 증권업계, 올해도 대박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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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확대로 '역대급 실적' 낸 증권업계, 올해도 대박낼까
  • 김솔이 기자
  • 승인 2020.02.12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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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증권사 자기자본 규모 확대
기업금융 성장세 지속...풍부한 유동성에 증시도 상승세
정부 부동산금융 규제는 우려 요인
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 본사. 사진=연합뉴스
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 본사. 사진=미래에셋대우·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지난해 국내 주요 증권사의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이 계속되면서 올해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몇년간 실적 호조는 브로커리지 등 증시 영향을 최소화하고 기업금융(IB) 부문에 집중한 결과다. 대형 증권사들은 IB 부문 성장세를 뒷받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자기자본 규모를 늘리고 있다.

다만 정부의 부동산금융 규제, 자산운용사 펀드 환매 중단 등 증권업계 안팎에서 악재가 연이어 터진 점은 올해 실적에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중 지난해 영업이익을 가장 많이 낸 곳은 한국투자증권이었다. 이 기간 한국투자증권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8653억원으로 2018년 대비 34.3%나 증가했다. 당기순이익 또한 2018년보다 42.2% 늘어난 7099억원을 기록했다. 모두 역대 최대 규모다.

◆ “IB 부문, 실적 효자 노릇” 한 목소리

다음으로 자기자본 1위 미래에셋대우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7272억원, 6637억원으로 2018년 대비 41.95%, 43.66% 증가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초대형 IB를 제치고 영업이익‧당기순이익 순위 3위에 올라 저력을 과시했다. 지난해 메리츠종금증권의 영업이익은 2018년 대비 27.7% 증가한 6799억원, 당기순이익은 27.8% 늘어난 5546억원이었다. 독보적인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체투자 역량을 발휘한 결과다.

초대형 IB의 약진도 이어졌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2018년보다 6.5% 늘어난 5754억원, 당기순이익은 31.8% 불어난 4764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증권 또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5175억원, 3918억원으로 2018년 대비 13.0%, 17.3% 증가했다. 두 증권사 모두 실적에 대해 ‘사상 최대’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KB증권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이 3605억원으로 2018년보다 44.1% 늘었고 순이익은 2901억원으로 52.9% 증가했다.

대형 증권사는 공통적으로 IB 부문을 호실적 비결로 꼽았다. 부침이 많았던 증시 탓에 브로커리지 부문 실적은 정체됐지만 IB 부문 성장세가 계속됐다. 여기에 증권사별로 자산관리(NH투자증권), 자산운용(한국투자증권), 해외법인(미래에셋대우) 등 수익 구조 다변화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양호한 성과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대내‧외 악재로 증시가 부진했지만 IB 부문과 자산운용 부문 수익 증가로 실적이 개선됐다”며 “수익 구조를 다변화한 가운데 사업부문 간 시너지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 부동산PF‧대체투자 등 비전통적 IB 분야 성장세 

대형 증권사는 올해도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는 한편 IB 부문을 강화해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주식발행시장(ECM), 채권발행시장(DCM), 기업공개(IPO) 등 전통적 IB 분야와 달리 부동산PF, 대체투자 등 비(非)전통적 IB 분야 성장세가 계속되면서 올해 실적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형 증권사가 부동산 투자에 치우친다는 우려가 있지만 부동산뿐 아니라 항공기, 선박 등 대체투자 니즈(needs)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IB의 대규모 딜(deal)도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IB 부문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대형 증권사의 몸집 불리기도 계속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은 9조1931억원으로 1년 새 8352억원 증가했다. 올해 자기자본 1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한국투자증권 또한 같은 기간 4조4538억원에서 5조4585억원 1조원 넘게 늘었다. 일각에선 올해 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의 ‘영업이익 1조원’ 클럽 입성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자기자본 3조원 이상) 사이에선 자기자본 확대를 통한 초대형 IB 진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앞서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7월 6600억원 유상증자를 통해 9월말 기준 4조1983억원을 달성, 초대형 IB 인가 요건을 맞췄다. 지난 4일 4997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확정한 하나금융투자는 올 1분기에, 개별 자기자본 4조원을 앞둔 메리츠종금증권은 올해 중 초대형 IB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 주식시장 상승세…증권사 실적에 긍정적

올해 글로벌 주식시장의 양호한 흐름도 증권사의 실적 기대감을 높인다. 브로커리지 부문과 트레이딩‧상품손익 실적에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뉴욕증시 다우지수는 지난 7일 나흘 연속 상승, 2만9379.77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 또한 11일 각각 3352.09, 9628.39로 장을 마치며 사상 최고치로 뛰었다.

실제 브로커리지 부문에선 증시 호조 영향을 체감하고 있다. 지난달 국내 주식시장 일평균거래대금은 11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대비 29.7%나 급증한 바 있다. 월 일평균거래대금이 11조원을 넘은 건 2018년 6월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지난달 말 신용거래융자 잔고 또한 지난해 12월 말 대비 9.7% 늘어난 10조1000억원이었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의 브로커리지 부문 수익이 증가하는 가운데 주가연계증권(ELS) 조기 상환 규모 역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채권금리 하락에 따라 채권평가손익에 대한 부담도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IT기업이 잇따라 증권업에 진출하면서 브로커리지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특히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주식시장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지난해 주요국은 글로벌 경기 둔화에 앞서 기준금리를 내리는 등 완화적 통화정책을 잇달아 시행한 바 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계기로 미국‧중국 등이 오히려 유동성 확대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요국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과 경기 부양책은 글로벌 투자 환경에 우호적”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심리가 완화되면 글로벌증시는 상승추세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정부 부동산금융 규제 강화…실적에 우려 요인

물론 올해 증권사 경영 환경을 낙관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 무엇보다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고강도 부동산금융 규제가 올 하반기 본격적으로 도입된다.

규제에 따르면 증권사는 오는 7월까지 부동산 PF 채무보증 규모를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축소해야 한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산정 때 적용하던 부동산 대출액 차감 특례도 사라진다. 증권사에선 자본 확충 필요성이 커지면서 부동산금융 관련 사업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자료=금융감독원·대신증권
자료=금융감독원·대신증권

정부의 부동산금융 규제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공언한 만큼 증권사의 부동산금융 사업을 더욱 옥죌 수 있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증권사 IB 부문 신용공여 대상인 중소기업 범위에서 특수목적법인(SPC)과 부동산 관련 법인을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간 은행에 비해 규제에서 자유로웠던 증권업계도 정부의 규제 테두리에 갇히고 있는 셈이다. 

더불어 라임자산운용에 이어 알펜루트자산운용까지 잇따라 펀드 환매를 중단하면서 자산관리(WM) 부문이 위축될 전망이다. 대형 증권사의 새 수익원으로 여겨졌던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또한 보수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 IB 부문은 최근 2~3년간 공격적인 부동산금융 사업 전략을 실시하면서 성장해왔다”며 “향후 부동산금융 규제가 어떻게 확정되는지에 따라 실적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는데 규제 완화를 바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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