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 숨은 조력자, CJ 이재현·이미경 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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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 숨은 조력자, CJ 이재현·이미경 남매
  • 변동진 기자
  • 승인 2020.02.11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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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회장, 1993년 드림웍스와 손잡아
25년동안 7조 5천여억원 투자
이미경, 기생충 책임프로듀서로 참여
CJ ENM, 아카데미 수상 물밑지원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을 받자 무대에 올라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을 받자 무대에 올라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영화 ‘기생충’이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Dolby Theatre)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과 국제장편영화상에 이어 감독상, 작품상까지 4관왕을 차지하며, 글로벌 최대 영화 축제의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했다. 

‘기생충’이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 영화사(史)를 새로 쓰면서 그동안 조력자 역할을 했던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누나 이미경 CJ그룹 부회장도 덩달아 화제다.

CJ는 삼성에서 분리 독립한 이후 그룹의 모태인 식품(CJ제일제당) 사업을 성장시키고, 미래 먹거리로 문화콘텐츠 사업을 선정해 우리나라 영화계에 물밑지원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생충, 외국어 영화 중 북미 박스오피스 매출 6위

박스오피스 집계 사이트 모조에 따르면 ‘기생충’은 지난 10일 기준 북미 박스오피스 매출 3547만달러(약 420억원)을 기록했다.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매출은 1억6536만달러(약 1957억원)이고, 상영관은 총 1060개다.

특히 ‘기생충’이 기록한 북미 박스오피스 매출은 해당 지역에서 개봉한 역대 외국어 영화 중 흥행 6위에 해당된다. 종전 6위는 2001년에 개봉한 ‘아멜리에’(3323만달러)다.

무엇보다 ‘기생충’이 위대한 작품으로 평가되는 까닭은 비(非)영어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해서다. 뿐만 아니라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이 아카데미 ‘작품상’까지 석권한 것은 아카데미 역사상 세 번째 기록이다.

말 그대로 세계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것은 물론, 그간 철옹성처럼 여겼던 아카데미 작품상의 유리천장을 깬 셈이다.

영화 '기생충' 포스터. 사진제공=CJ ENM
영화 '기생충' 포스터. 사진제공=CJ ENM

◆이미경, 기생충 책임프로듀서로 직접 참여

이미경 부회장은 이날 시상식에서 ‘기생충’과 ‘봉준호’라는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환호를 하며 기쁨을 함께 나눴다.

이 부회장은 작품상을 수상한 이후 직접 무대에 올라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봉 감독에게 감사하다”며 “그의 모든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의 미소, 머리 스타일, 그가 말하고 걷는 방식, 특히 그가 연출하는 방식을 좋아한다”고 했다.

이어 “기생충을 만든 모두와 사랑해준 모두에게 감사드린다”며 “한국 영화 관객들이 없었다면 이 자리는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자신의 남동생인 이재현 회장에게도 “불가능한 꿈일지라도 언제나 우리가 꿈을 꿀 수 있도록 해줘서 고맙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이 아카데미 시상식 단상에 오른 것은 통상적으로 ‘작품상’은 영화를 만든 제작자에게 주는 상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또 회사가 투자·배급하는 영화 중 극히 일부에만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기생충에 책임프로듀서로 직접 참여했다. 게다가 시상식까지 함께 한 것은 그가 문화콘텐츠 사업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수상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AFP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수상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AFP

◆CJ ENM, 아카데미 수상 전략 마련

이와 함께 그룹의 문화콘텐츠 사업 계열사인 CJ ENM은 ‘기생충’에 얼마를 투자했는지는 밝혀지진 않았지만, 주요 투자자 중에서도 비중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영화는 마케팅 비용을 제외하고 제작에 총 135억원이 투입됐다.

CJ ENM은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을 위한 전략을 마련하기도 했다. 실제 작품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해 예산과 인력, 글로벌 영화계 네트워크, 공격적인 프로모션 등이 모두 결합되는 ‘복합 프로모션’을 실시했다.

그룹 차원의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9월부터 북미 지역을 포함한 다수의 아카데미 회원 대상의 시사회를 진행했다. 시상식에 영향력이 있는 오피니언 리더를 적극 공략해 수상과 연결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작품상을 포함한 4관왕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시상식에 영향력이 있는 오피니언 리더를 적극 공략해 수상과 연결될 수 있도록 전략을 구축한 것인데, 작품상을 포함한 4관왕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재현, 1993년부터 문화콘텐츠 사업 미래 먹거리로 점찍어

이번 아카데미 4관왕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문화콘텐츠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선정하고, 지난 25년 동안 꾸준히 투자해왔기 때문이다.

CJ그룹은 지난 1995년부터 현재까지 300편이 넘는 한국 영화에 투자했다. 앞서 지난 1993년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영화사 ‘드림웍스’에 3억달러를 투자해 아시아 배급권을 따내기도 했다. 이어 1998년 국내 첫 멀티플렉스 극장인 CGV를 선보이고, 2000년 영화 배급투자사인 CJ엔터테인먼트(현 CJ ENM 영화사업부문)를 설립해 영화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그룹이 현재까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투자한 금액은 대략 7조5000억원 이상으로 집계된다.

이재현 회장의 적극적인 투자 의지도 주목받는다. 이 회장은 30대 때부터 사업 다각화를 고민했고, 문화사업은 주요 관심사였다.

CJ그룹이 공계한 일화에 따르면 그는 지난 1993년(당시 상무) ‘드림웍스’ 투자 계약을 성사시키러 떠난 LA행 비행기에서 “이제는 문화가 우리의 미래”라며 “단순히 영화 유통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멀티플렉스도 짓고, 영화도 직접 만들고, 음악도 하고, 케이블채널도 만들어 아시아의 할리우드가 되자”라고 말했다.

드림웍스 투자를 통해 콘텐츠 제작 및 유통 역량을 키운 뒤 궁극적으로 한국 정서에 맞는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겠다는 꿈, 멀티플렉스를 통해 관람 문화를 바꾸겠다는 꿈, 그리고 문화상품을 앞세워 세계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꿈을 털어놓은 것이다.

또한 이 회장은 지난 2014년 1월 비자금 조성 및 횡령·탈세 혐의 재판에서도 문화콘텐츠 사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회장은 “신장을 이식받은 50대 환자의 여명은 평균 15~20년으로 이제 저에게는 많은 시간이 남아 있지는 않은 것 같다”면서도 “80여개 계열사 가운데 제일제당 외에는 전부 제 손을 거쳐 만들어졌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CJ의 문화콘텐츠 사업, 글로벌 생활서비스사업은 국가의 미래 먹을거리”라며 “이러한 회사들은 아직까지 아직 안정화 단계에 이르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미완의 사업들을 본궤도에 올려놓고 완성시켜 국가와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CJ그룹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봉 감독을 비롯해 제작진 출연 배우들의 역량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투자자이자 지원자로서 역할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성과로 인해 CJ 계열사를 비롯한 글로벌 진출을 노리는 국내 기업들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비비고나 K콘과 같은 다양한 K-컬처 역시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덧붙여 “지난 2017년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이 된 이 부회장은 이전부터 헐리우드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했다”며 “이번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 역시 그간 대외활동의 결실로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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