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vs. 조현아 연구] ① 경영능력은 누가 더 나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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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vs. 조현아 연구] ① 경영능력은 누가 더 나은가
  • 유호영 기자
  • 승인 2020.02.11 14: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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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간 경영권 경쟁구도, 조양호 전회장이 의도한 것
조원태, IT이해도 높고 위기관리능력 갖춰
조현아, 서비스와 호텔사업 능력 뛰어나
조현아 전 대한한공 부사장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 사진=연합뉴스
조현아 전 대한한공 부사장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유호영 기자] 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회장은 생전에 후계 건과 관련, 다음과 같이 자신의 생각을 밝힌 적이 있다. 

“최고 경영자는 다양한 지식, 풍부한 경험, 철저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경험도, 지식도 없는데 자동으로 그룹 경영자가 될 수는 없다. 경영자 자리는 쟁취하는 것이지 굴러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조 전 회장은 이런 신념에 따라 장녀 조현아, 외아들 조원태, 막내딸 조현민 세 자녀에게 후계 수업을 시켜왔다. 애써 경쟁구도를 만들었던 것.   

이런 조 전 회장이 그룹의 후계자를 명확히 지명하지 않은 채 지난 4월 눈을 감았다. 경쟁을 시켰는데, 승리의 손을 들어주진 않았던 것. 그의 사후, 그룹 경영 승계가 8일 만에 이루어지면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한진그룹 회장에 전격 취임하게 된다. 

당시 재계 일각에선 조현아, 조원태 조현민 삼 남매가 경영권 승계에 대한 이견이 많았다는 추측이 나왔고, 조 회장 측이 조직 장악을 위해 선제 대응했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실제로 조 회장 취임 후 한진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대기업집단 동일인(총수) 변경 신청서'를 제 때 제출하지 못했다. 

공정위는 각 기업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인물이 누구인지 명시하는 서류를 제출받는다. 당시 한진그룹은 ‘내부의견 불일치’를 이유로 정해진 기일까지 조원태 회장을 총수로 명시하는 서류를 내지 못했다. 공정위가 직권으로 한진그룹 총수를 조 회장으로 지정한 것으로 한진가 남매의 갈등설은 잠복기에 들어갔다.  

지난해 조양호 전 회장이 눈을 감은 후 조현아 전 부사장도 중요한 계열사를 맡아 경영에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그룹 경영이 조 회장을 중심으로 재편된 후 조 전 부사장은 아무런 직책도 맡지 못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이 `가사도우미 불법고용` 등 혐의로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당장은 경영 복귀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다만 조 전 부사장이 가족에게 등을 돌려가면서까지 KCGI와 반도건설과 손을 잡은 이유는 본인의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한진가 남매간의 갈등이 시작에 불과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경영권의 '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주총회에서 벌일 지분율 다툼 전망뿐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권을 유지하거나 확보할 수 있는 후보군의 경영 능력을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경영권에 대한 경쟁, 조양호 전회장의 유언이 아직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 조원태, IT · 대외적 분야 '강점'

조원태 회장은 그룹 외부활동을 통해 로 본인의 얼굴을 주로 알려왔고 조현아 전 부사장은 서비스와 호텔사업부문 등의 회사 내에서 본인만의 경영능력을 내보여 왔다. 

조 회장이 한진그룹에서 처음 맡은 업무는 정보통신 기획업무였다. 2004년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으로 자리를 옮겼을 당시 첫 업무에서의 경험을 앞세워 그룹 웨어를 개선한 점이 첫 업적으로 꼽힌다. 

2007년부터 효율적 업무 프로세스 표준화를 위한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 도입을 주도해 세계 항공업계 최초로 재무, 자재, 시설, 기내식, 정비, 관리회계, 수입관리 등 전사 모든 부문에 대해 통합 시스템을 갖춘 것 또한 높게 평가받았다.

조 회장은 평소에도 정보통신기술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공기 내에서 제공되는 게임이 '재미없다'는 어린이 승객의 불만에 직접 게임을 실행해본 후 개선안을 관련 부서에 보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조 회장이 적절한 위기관리 능력을 갖췄다는 사실도 좋은 평가를 받는 부분이다.

2009년 1월 여객사업본부장을 맡았을 당시 항공시장은 신종플루와 미국발 금융위기 등으로 극심한 침체를 겪었다. 

조 회장은 제3국 환승 수요를 유치하는 전략으로 글로벌 항공사 대부분이 적자를 기록했던 당시 대한항공이 1334억원의 흑자를 세울 수 있게끔 하는데 공을 세웠다. 

2012년 유럽발 금융위기에 유류비 상승까지 겹친 상황에서도 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해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경영기획팀, 자재부, 여객사업 본부, 경영전략본부 등 핵심 부서를 경험해 위기관리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했다.

나아가 2013년 8월에는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설립, 지주사 전환 작업을 진두지휘하면서 한진그룹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는데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받기도 했다.

2017년 대한항공 사장 취임 이후에는 델타항공과 태평양노선 조인트벤처 출범(2개 항공사가 공동으로 영업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방식), 아시아-태평양항공사협회(aapa) 사장단 회의 개최 등을 이끌었다.

그는 사업계획을 구체화하고 실천하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글로벌 항공사로 입지를 다지는데 이바지했다는 평을 받았다.

◆ 조현아, 서비스 · 호텔사업 '전문'

반면 조 전 부사장은 대한항공내 전반적 서비스와 호텔 사업을 진두지휘하면서 사업능력을 인정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조 부사장에 대해 "호텔 전문경영인으로 봐도 손색없을 만큼 현장 감각이 뛰어나다"고 평가하며 "호텔 경영의 해박한 이론과 실무 지식을 바탕으로 호텔과 승무원 서비스, 기내식까지 전반적인 항공사 서비스 분야에 능통하다"고 말했다.

2007년 조 전 부사장이 대한항공 기내식 사업 본부장에 재임하며 기내 서비스를 총괄하던 당시 기내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세계 기내 엔터테인먼트 협회상' 수상에 적지 않은 공을 세운 것으로 평가된다. 

조 전 부사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일반석을 포함한 전 좌석에 주문형 오디오-비디오 시스템(AVOD) 장착, 연예지 형식의 안내서인 '비욘드' 발간 등도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기내식협회(ITCA)가 선정하는 기내식 분야 최고 권위 '머큐리상' 2년 연속 수상에도 기여했으며 스카이트랙스사로부터 최우수 일반석 운영 항공사로 선정되는데도 공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조 전 부사장은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명품 항공사'를 만드는데 박차를 가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조 전 부사장이 대내외적으로 탁월한 사업수완을 보여준 분야는 호텔사업부문이다. 

한진그룹은 2009년 LA 소재 윌셔 그랜드 호텔을 최첨단 호텔과 오피스 건물로 변모시키겠다는 '윌셔 그랜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당초 45층 규모 호텔건물과 65층 규모 오피스 건물 두 개로 나눠 건축할 계획이었으나 경기 침체로 오피스 수요가 급감해 사업 계획 변경이 필요했다. 조 전 부사장은 부친 조양호 전 회장에게 건축물을 하나로 줄이고 호텔 운영 전문성을 키우자고 제안해 프로젝트의 신속한 진행을 이끄는 등 사업을 견인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11년 LA시 의회가 이 재개발 프로젝트를 최종 승인한데도 조 전 부사장의 영어능력과 국제감각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조 전 부사장이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를 역임하던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매출은 463억원에서 855억원으로 약 85%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9억원에서 87억원으로 약 47%, 당기순이익은 22억원에서 53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조 전 부사장이 물러난 후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칼호텔네트워크의 실적이 부진한 것은 그만큼 조 전 부사장의 호텔 부문 사업 수완이 뛰어났음을 반증하는 결과로 보인다.

지난 6일과 7일 대한항공과 한진칼이 이사회를 통해 호텔사업부문 일부를 정리하기로 한 것이 조 전 부사장이 복귀 후 호텔사업 중심으로 개선된 성과를 낼 것에 대한 조 회장의 부담 때문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까닭이다.

◆소액주주들, 이들의 '경영능력'에 초점 맞출까

반면, 조 회장은 대한항공 사장 재임 후 3년 동안 대한항공의 실적이 지속 하락했다는 점을 감추기 어려워 보인다. 대한항공의 실적은 영업이익이 ▲2017년 9398억원 ▲2018년 6674억원 ▲2019년 2909억원(잠정)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급하게 그룹 총수 자리를 맡으면서 경영능력에 대한 의심이 그룹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 와중에 실적 악화까지 겹친다면, 이번 주주총회에서 이사 연임안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조 회장의 입지가 흔들릴 여지는 충분하다. 반면 조 전사장은 경영능력을 인정받는 부분도 있지만, 독선적으로 일을 밀어부친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지주회사인 한진칼 주총을 앞두고 우호세력을 포함해 양측간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은 가운데, 소액주주들이 어느쪽으로 기우느냐에 따라 경영권 향배도 결정날 전망이다.  

소액주주들은 조 회장이 지금의 난국을 헤쳐갈 위기 대응 능력을 다시 펼치도록 기회를 줄 것인가. 아니면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한 조 전 부사장이 새로운 방식으로 그룹의 위기를 타개, 재도약하도록 일조하기를 바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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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데 2020-02-11 15:09:31
조현아는 경영자가 아닌데 왜 경영능력을 비교하지? 3자 연합군에서 지분이 가장 작은 조현아는 경영전면에 나설 처지도 아니고 가장 주축인 KCGI 에서 전문경영인을 내세운다고 했는데 난독증인가? 집중력 부족인가? 자꾸 조씨간 집안싸움으로 몰아가는데.. 엄연히 이건 조원태 VS 주주관여주의 펀드의 싸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