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휴면계좌 무단 접속’ 우리은행 제재심 상정...논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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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휴면계좌 무단 접속’ 우리은행 제재심 상정...논란 계속
  • 김솔이 기자
  • 승인 2020.02.1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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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유치 실적 위해 임시 비밀번호로 휴면계좌 접속
금감원, 제재심에 올리기로...전자금융거래법 저촉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 직원들의 휴면계좌 무단 접속 사건을 제재심의위원회에 상정한다. 높은 도덕성을 갖춰야 할 금융사 직원들이 자신의 실적을 위해 고객 계좌를 도용한 만큼 무겁게 다뤄야 한다는 판단이다. 우리은행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이어 다시 한 번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조만간 2018년 10월 이뤄진 우리은행 경영실태평가의 정보기술(IT) 부문 검사 결과 조치안을 제재심에 상정할 예정이다. 조치안엔 우리은행 직원들이 고객의 인터넷‧모바일뱅킹 휴면계좌를 무단으로 접속한 내용도 포함됐다.

◆ KPI에 휴면계좌 활성화 항목 반영...직원 일탈 불렀다

우리은행 직원들은 고객 유치 실적을 반영하는 핵심성과지표(KPI)를 부풀리기 위해 1년 이상 거래가 중단된 휴면계좌에 접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시 비밀번호를 이용해 휴면계좌에 접속, 계좌를 활성화하면 새 고객 유치 실적으로 잡혔기 때문이다. 당시 KPI는 휴면계좌 활성화 실적을 점수화해 직원을 평가하는 데 활용하고 있었다. 

우리은행은 금감원 검사 전인 지난 2018년 7월 자체 감사를 통해 4만여개의 의심 사례를 파악, 그중 2만3000여건을 무단 접속 사례로 확인했다. 이후 영업점 직원 실적에서 휴면계좌 도용 내역을 제외하는 한편 KPI에서 휴면계좌 활성화 실적을 삭제했다. 3개월 뒤 금감원 검사 과정에선 이 사실을 보고했다.

직원들이 인터넷‧모바일뱅킹 휴면계좌에 무단으로 접속한 건 개인정보보호법과 전자금융거래법에 저촉될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다른 법률에서 정한 내용이 아닌 경우 고객이 동의하지 않은 목적으로 정보를 활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자금융거래법 역시 고객의 동의를 얻지 않고 업무상 목적 외 정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금감원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관련 법리 검토를 거쳐 제재심에 이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의 경우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에 통보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 금감원의 뒤늦은 제재 절차...이유는

다만 금감원 제재 절차 지연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018년 10월 이후 1년 넘게 제재심이 열리지 않은 건 ‘뒷북’ 제재라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DLF 사태로 휴면계좌 무단 접속 제재심 상정이 늦어졌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8월 DLF 사태 검사에 착수한 이후 반 년간 배상 및 제재 절차를 진행하면서 당초 지난해 11월 예정됐던 경영실태평가 관련 조치안 상정은 미룰 수밖에 없었다.

금융권 안팎에선 DLF 사태로 금감원 제재심에서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우리은행장 겸임)이 법적 대응 움직임을 보이자 금감원이 압박 ‘카드’를 꺼냈다는 추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앞서 우리금융은 정기 이사회가 열리기 전날이었던 지난 6일 손 회장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손 회장 연임에 지지 의사를 표한 것이다. 손 회장은 다음달 정식으로 제재 통보를 받으면 금감원과 법적 다툼을 벌여 주주총회에서 연임안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가운데 금감원이 휴면계좌 무단 접속 관련 제재심을 예고한 것이다.

특히 금감원이 DLF 사태처럼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시행령을 근거로 손 회장에게 휴면계좌 무단 접속 사건의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현재로선 가능성이 낮지만 다음달 24일 예정된 우리금융 주주총회 전 제재심이 열리면 손 회장의 부담감이 커질 수 있다.

더불어 정작 비밀번호 도용을 당한 고객들이 피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점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은행은 직원들이 임시 비밀번호를 이용해 휴면계좌에 접속했을 뿐 그 이상으로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의 경우 우리은행에게 관련 조치를 요구하지 않는 등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직원들이 임시 비밀번호를 발급받아 인터넷‧모바일뱅킹 휴면계좌에 접속했으나 실제 계좌 정보를 활용하거나 거래를 할 수는 없었다”며 “현재 금감원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요청받은 자료를 제출하는 등 조사에 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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