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학자들 리원량 죽음에 "언론 자유 보장하라“ 공개 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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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학자들 리원량 죽음에 "언론 자유 보장하라“ 공개 서한
  • 이상석 기자
  • 승인 2020.02.10 0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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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우한(武漢)의 화중사범대학 탕이밍(唐翼明·78) 국학원 원장과 동료 등 10명의 교수들은 공개서한에서 "이번 사태의 핵심은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라고 주장했다. 사진=chainnews
신종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우한(武漢)의 화중사범대학 탕이밍(唐翼明·78) 국학원 원장과 동료 등 10명의 교수들은 공개서한에서 "이번 사태의 핵심은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라고 주장했다. 사진=chainnews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중국 학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신종코로나) 확산을 경고했던 의사 리원량(李文亮)의 사망이 슬픔과 분노를 불러온 가운데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라며 공개서한을 내놓았다.

신종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우한(武漢)의 화중사범대학 탕이밍(唐翼明·78) 국학원 원장과 동료 등 10명의 교수들은 공개서한에서 "이번 사태의 핵심은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라고 주장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보도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 널리 유포중인 서한에서 학자들은 "리원량의 경고가 유언비어로 치부되지 않았다면 모든 시민이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다면 전 세계에 영향을 준  국가적 재앙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자들은 "이들 8명은 사람들에게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을 알리려고 했지만 오히려 헌법에 보장된 권한을 침해당하고 말았다"며 "정부는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인정하고 '내부고발자'에게 제기된 혐의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중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의사 8명에게 사과하고 리원량을 순교자로 지정할 것도 요구했다.

리원량을 포함한 8명의 의사는 중국 우한에서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진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렸지만 오히려 괴담 유포자로 몰려 경찰의 처벌을 받았다.

학자들은 중국 헌법을 인용해 "중화인민공화국 시민들은 언론, 집회, 결사, 시위의 자유를 보장받는다"며 "시민들이 언론의 자유를 행사하는 것은 국가와 사회, 집단의 이익이나 다른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신종코로나 확산은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이, 우리는 리원량의 죽음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우리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아야 하며 관료들도 자신의 잘못을 반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 교수 공개서한 원문
중국 교수 공개서한 원문

리원량의 죽음이 알려진 지 불과 몇시간만인 지난 7일 오전 6시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는 '리원량 의사가 사망했다'는 해시태그가 붙은 글의 조회 수가 6억 7000만 건을 기록했으며 비슷한 제목의 '리원량 사망' 글의 조회 수도 2억 3000만 건에 달했다.

'나는 언론의 자유를 원한다'는 해시태그 글도 286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으나 곧바로 당국에 의해 삭제됐다.

리원량의 죽음 후 중국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은 화중사범대학 교수들뿐 아니다.

베이징(北京)대 법학 교수인 장첸판(張千帆)은 "정부는 2월 6일 리원량 사망일을 '언론 자유의 날'로 지정해야 한다"며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형법 조항도 폐지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어 "우리는 리원량의 죽음을 헛되게 할 수 없다"며 "그의 죽음이 우리를 두렵게 해서는 안 되며 우리는 용기를 내서 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교수는 "더 많은 사람이 두려움에 떨어 침묵을 지킨다면 죽음은 더 빨리 찾아올 것"이라며 "모든 사람이 언론 자유를 탄압하는 체제에 맞서 '아니요'(No)라고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지식인 사회가 동요하는 가운데 리원량의 죽음이 시진핑 정권에 대한 '신뢰의 위기'로 이어져 톈안먼(天安門) 사태와 같은 거대한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톈안먼 사태는 1989년 6월 4일 민주화와 정치개혁을 요구하면서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시위를 벌이던 대학생과 시민들을 중국 정부가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 유혈 진압한 '중국 현대사 최대의 비극'으로 일컬어지는 사건이다.

친첸훙(秦前紅) 우한대학 법학 교수는 "이번 사태는 대단히 큰 위기"라며 "중국의 여론은 지금껏 분열됐지만 이제는 리원량의 죽음에 대한 슬픔과 분노라는 동일한 감정과 태도를 공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친 교수는 "상황이 폭발할까 봐 걱정된다"며 "후야오방(胡耀邦) 전 공산당 총서기가 죽었을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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