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KCGI 요구안과 비슷한데...1년 걸린 한진칼 경영개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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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KCGI 요구안과 비슷한데...1년 걸린 한진칼 경영개선안
  • 유호영 기자
  • 승인 2020.02.07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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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이사회, 대표이사-의장 분리 결의
유휴자산매각, 호텔사업부문도 정리키로
KCGI 1년전 요구안과 비슷...소액주주 누구편 들어줄까
한진칼의 서소문 빌딩. 사진=유호영기자
한진칼의 서소문 빌딩. 사진=유호영기자

[오피니언뉴스=유호영 기자] 경영권 분쟁의 홍역을 앓고 있는 한진그룹이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방안을 내놨다. 내용은 마치 1년전 KCGI가 한진그룹에 요구한 ▲투명한 이사회 운영 ▲유휴 자산 매각등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KCGI와 손을 잡은 조현아 대한한공 전부사장의 '색깔 지우기' 의도도 있어, 조씨 일가 경영권 분쟁의 향배에 관심이 모아졌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7일 이사회를 열어 지배구조 및 경영 투명성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한진칼은 우선 대표이사가 맡게 되어 있는 이사회 의장을 이사회에서 선출하도록 했다. 이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해 경영을 감시하는 이사회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한, 6일 발표된 대한항공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방안과 같은 맥락으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키로 했다.

한진그룹은 한진칼, 대한항공, 진에어 등 주요 그룹사의 보상위원회, 거버넌스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했으며, 이사회 의장도 이사회에서 선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진칼은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송현동 부지, 왕산레저개발 지분 매각을 위한 주간사를 선정키로 한 데 이어,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부지도 매각키로 결정했다. 

LA 소재 윌셔그랜드센터 및 인천 소재 그랜드 하얏트 인천 등도 사업성 검토 후 개발·육성 또는 구조 개편의 방향을 정하기로 했다.

조현아씨 2014년까지 흑자일군 호텔사업도 매각키로 

한진그룹은 재무 구조와 핵심 산업 집중도 강화를 위해 저수익 자산 및 비주력 사업을 매각할 계획도 밝혔다. 

(주)한진 소유 부동산, 그룹사 소유 사택 등 국내외 부동산뿐 아니라 국내 기업에 단순 출자한 지분까지 매각 검토 대상을 폭넓게 잡았다. 

반면 그룹사의 비핵심 및 저수익 사업은 정리하고 핵심 역량인 수송 사업의 경쟁력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항공운송 사업은 신형기 도입 및 항공기 가동률을 높여 생산성을 확대한다. 타 항공사와의 조인트 벤처 확대, 금융·정보통신기술(ICT)기업 제휴 등을 통한 국내외 사업파트와의 협력도 넓혀갈 예정이다. 

택배·국제특송, 물류센터, 컨테이너 하역 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육상운송·포워딩·해운·유류판매는 수익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 물류사업 전 분야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할 계획도 세웠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이외에도 항공우주사업, 항공정비, 기내식 등 그룹 전문 사업 영역의 경쟁력을 높이고 대한항공 IT 부문과 그룹사 ICT 사업의 시너지를 통해 효율성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덧붙여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가 기업 평가의 주요 척도가 됐기 때문에 적극적인 투자와 개선 노력으로 그룹 ESG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는 계획도 전달했다.

이러한 계획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평가하는 한진칼 ESG 등급이 2015년부터 4년 연속 B를 기록했고 작년엔 C등급까지 하락하면서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인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1년전 KCGI가 요구한 경영개선안과 유사...경영권 경쟁 의미있네

사실 이번 이사회에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의결된 안건 중 상당수는 2대주주인 KCGI가 지난해 이맘때부터 지속적인 문제 제기를 해왔던 부분이다.

KCGI는 지난해 초부터 제주도 소재 제주 KAL호텔과 서귀포KAL호텔의 수익성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해왔고 10년째 방치 중인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매각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텔사업부문은 조현아 대한항공 전부사장이 2014년12월에 그만두기까지는 흑자를 기록했으나 그 이후 적자로 돌아섰다.  

KCGI는 송현동 부지 또한 과시적 투자에 따른 과도한 유휴자산이라고 표현하며 매각을 통한 차입금 상환을 요구했다. 

만성적인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호텔사업부에 대해서 투자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항공기의 가동률이 현저히 낮은 CS300 기종을 예로 들며 기종 분산으로 인해 비용 증가를 발생한다며 기종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한진그룹 경영진은 1년여간 이러한 KCGI의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오다가 1년만에 억지 수용으로 태도를 바꾼 것이란 평가다. 특히 조원태 회장 중심의 한진그룹과 조현아-KCGI-반도건설간 경영권 다툼이 본격화한 상황에서, 그룹이 주주총회를 1달여 앞두고 소액주주의 표심을 잡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2019년 한진칼 손익 요약
2019년 한진칼 손익 요약

한편 같은 날 한진칼은 공시를 통해 지난해 연결기준 실적으로 매출 1조2037억원, 영업손실 4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매출 1조3049억·영업이익 1088억원) 동기 대비 각각 7.8%, 1130억원 감소한 수치이다. 

당기순손실은 2558억원으로 전년 영업손실 177억원 대비 적자폭이 크게 늘며 2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한진칼의 별도기준 실적은 매출 651억원, 영업이익 486억원으로 전년 매출 618억 1500만원·영업이익466억 5500만원 대비 각각 5.3%, 4.2%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320억원으로 전년 378억 6900만원 대비 15.3% 줄었다.

한진칼 관계자는 "연결기준 영업익 감소는 국토부 제재 및 일본노선 수요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진에어의 실적 부진이 주요한 원인"이라고 밝혔다. 2018년 대한항공의 실적 부진의 영향에 이어 다시 한 번 계열사 실적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진에어는 지난 4일 공시를 통해 전년 1조107억원 대비 9.9% 감소한 매출 9102억원, 영업이익 630억원이었던 전년과 달리 영업손실 49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진에어는 2018년 조현민 당시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과 미국 국적인 조 전무의 등기이사 재임 사실이 드러나면서 면허취소 위기까지 몰렸다. 같은 해 8월 국토부는 신규 노선 허가 제한·부정기편 운항 허가 제한·신규 항공기 등록 제한 등의 제재를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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