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서지 않은 손태승 회장...'연임 강행' 남은 변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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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서지 않은 손태승 회장...'연임 강행' 남은 변수는
  • 김솔이 기자
  • 승인 2020.02.07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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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징계 통보 때까지 현 체제 유지
다음주 차기 은행장 추천 재개
내달 24일 주총서 손 회장 연임 결정
남은 변수는 금감원 징계 통보 시기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금융감독원이 손태승 회장(우리은행장 겸임)에게 중징계를 내렸지만 제재 효력이 발생하기 전까지 현 체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7일 정기회의를 열고 손 회장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하는 안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사들은 전일 간담회를 열고 금융당국의 최종 제재 통보 때까지 ‘그룹 지배구조에 관해 기존에 결정된 절차와 일정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고 의견을 모은 바 있다.

겉으로는 이사회가 감독당국 대신 감독당국 대신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차기 회장 후보이기도 한 손 회장에 대한 연임 지지 의사를 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음주엔 차기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 선출 절차를 재개할 예정이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다는 아니다. 이사회가 명시한 '금융당국이 손 회장에게 제재통보를 하기 전까지'라는 조건을 눈여겨 봐야한다.

금융당국이 내린 징계는 징계 당사자에게 통보가 됐을 때 효력이 발생한다. 전날 이사회 간담회에서도 이런 규정을 근거로 했다. 징계를 받는 당사자인 손 회장에게 징계 통보가 전달되기 이전까지, 예정된 일정은 물론 이미 선임된 차기 회장 후보를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인한 것이다.  

따라서 이사회는 조건부로 손 회장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줬지만, 만약 주총 이전 금융당국이 손 회장에게 징계통보를 하고 (징계)효력이 발생한다면, 차기 회장 후보와 선출을 위한 일정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사회의 결정이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준 듯 보이지만 아직도 갈 길이 만만치 않아 보이는 이유다.

이사회 결정에 따라 우리금융지주는 정부의 도움과 공적자금으로 기사회생했음에도, 이제 수장을 지키기 위해 감독당국과 맞붙어야 하는 상황으로 치닫게 됐다. 게다가 DLF사태와 라임펀드사태에 이어 또 불거진 예금통장 비밀번호 임의 변경까지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부실 여파는 손 회장에게 결코 유리한 요인 만은 아니다.  

◆ 손 회장, 금감원 징계에 법적 대응 예상

손 회장은 지난달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로부터 DLF 사태와 관련 내부통제 부실 책임으로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받았다. 지난 3일 윤석헌 금감원장의 결재로 제재가 확정됐다. 금융사 임직원이 문책경고를 받으면 향후 3년간 금융권에 재취업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사회는 손 회장 연임에 무게를 실었다. 손 회장 연임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히진 않았지만 행장 선임 절차를 다시 시작하는 건 이런 해석에 힘을 실어 준다. 앞서 우리금융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손 회장이 중징계를 받자 이튿날 ‘새로운 여건 변화’를 이유로 최종 행장 후보 추천을 미뤘다. 손 회장 연임을 가정하지 않았다면 행장 추천도 불가능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손 회장 역시 이사회에 연임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손 회장은 지난해 말 우리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연임을 확정한 뒤 다음달 24일 예정된 주주총회 승인만 남겨두고 있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다음달 초 기관 제재를 확정, 금감원장 전결 사항인 임직원 제재와 함께 통보하면 손 회장은 연임에 도전할 수 없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변수는 손 회장과 감독당국 간 법적 다툼이다. 주총에서 연임안을 다루려면 손 회장은 법원에 금감원의 징계, 즉 행정처분에 대한 소송 제기와 동시에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내야 한다. 효력 집행정지 신청은 장기간 이뤄지는 행정소송에 앞서 징계 처분을 유예해 달라고 요청하는 절차다.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손 회장은 주총에서 연임 승인을 받을 수 있다. 별도로 진행하는 행정소송은 통상 대법원 최종 판결까지 수년이 소요될 수도 있다. 

반면 효력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될 경우 상황은 심각해진다. 주총 전 기각 결정이 나온다면 징계 효력이 유지되므로 손 회장은 연임할 수 없고 개인으로 돌아가 행정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우리금융 입장에선 주총까지 회장 후보를 다시 추천해야 한다. 새 후보를 선정하지 못한다면 회장 대행 체제 등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물론 법리적으로 손 회장이 불리한 상황은 아니라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금감원이 금융사 지배구조법 시행령을 근거로 손 회장에게 내부통제 부실 책임을 물었지만, 시행령의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현재 내부통제 미비로 최고경영자(CEO)에 징계를 내릴 수 있는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 금감원-우리금융 간 대립 구도 형성

다만 손 회장이 연임하더라도 우리금융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사회가 손 회장 연임을 받아들이면서 우리금융이 금감원 결정에 불복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또 손 회장이 법적 대응을 본격화할 경우 우리금융과 감독당국 간 마찰은 심화할 수 있다. 금감원으로부터 감독 및 사업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금융사에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에선 내부통제 부실 관련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새 행장을 선임하더라도 그간 우리은행을 이끌어 온 손 회장이 제재를 피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지난해 10월 불거진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 관련, 금융감독원의 펀드 실사 결과가 다음주 나올 예정이다. 현재 우리은행을 비롯한 은행권은 라임펀드의 계약위반에 따라 벌어진 일로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금융당국의 판단은 남아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우리은행 영업점 직원들이 거래 실적을 늘리기 위해 지난 2018년 휴면 계좌 2만3000여개의 인터넷·모바일뱅킹 비밀번호를 무단 변경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직원들의 이같은 행동을 사과하면서도, 자체 감사를 통해 최초 적발 후 금감원 즉각 보고하는 등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고 항변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 자체 조사로 비밀번호 임의 변경관련 적발 건수는 2만3000개였으나, 이후 금감원의 조사에서 유사 사례까지 적발한 것은 총 4만건이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 건에 대해서도 관리책임을 어느 선까지 물을 것인지 조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손 회장의 연임을 결정하는 우리금융지주 주총이 열리기 전까지 금융당국발 변수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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