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희의 컬쳐 인사이트] 신나는 변주로 신드롬 만드는 '미스터트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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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희의 컬쳐 인사이트] 신나는 변주로 신드롬 만드는 '미스터트롯'
  • 권상희 문화평론가
  • 승인 2020.02.06 10: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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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뉴스=권상희 문화평론가]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눈물의 씨앗이라고 말하겠어요~”

어렸을 때 할머니께서 이따금씩 콧노래를 부르시던 곡이라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누가 불렀는지도, 가사의 의미도 모른 채 그냥 귀동냥으로 곁에서 따라 불렀던 유년시절이 떠오른다.

그 곡이 바로 나훈아의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는 노래였다는 사실을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야 알게 됐다. 

이 곡을 요즘들어 습관처럼 자주 흥얼거린다. 얼마 전 13세 트로트 신동인 미스터트롯 참가자 ‘정동원’의 무대가 심금을 울린 탓이다. 노랫말을 음미하며 부를 수 있는 지금에서야 ‘고(故)반야월’ 선생이 "트로트는 흘러간 노래가 아니라 ‘흘러온 노래’"라고 말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 것 같다. 

◆ 웃음, 눈물, 감동이 만드는 시간 순삭의 마법

‘미스터트롯’은 두 시간이 넘는 꽤 긴 시간동안 방송된다. 그럼에도 웃음, 눈물, 감동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잘 버무려져 어느새 시간은 순삭 되고 만다. 최근 25.7%(1월 30일 방송분)라는 종편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감탄사 연발하게 만드는 참가자들의 실력 때문이다. 

‘미스터트롯’의 전편격인 ‘미스트롯’때 이미 상향평준화 된 실력자들을 만났지만 이번엔 그 수준이 전보다 상당히 업그레이드 됐다. 전국에 트로트 고수가 이렇게 많았던가 싶을 정도다. 노래는 기본이고, 무대를 장악할 만한 퍼포먼스는 덤이다. 그런 이유로 TV를 보는 내내 귀호강, 눈호강이 이어진다.

순수 아마추어 참가자보다 현역 가수들의 참여가 높은 편인데 이들이 굳이 함께 활동하는 동료 연예인들에게 평가 받아야만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마다하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다.

자신의 재능을 표출할 무대가 부재한 탓이다. 행사 말고는 여전히 트로트 가수에게 이름을 알릴만한 방송 기회가 흔치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런 이들에게 ‘미스터트롯’은 한숨 거두고 한판 제대로 벌일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사진=TV조선 '미스터트롯'
사진=TV조선 '미스터트롯'

◆ ‘K- 트로트’ 가능성 보여주는 트로트의 변주

해묵은 갈증을 해소하기라도 하듯 참가자들은 저마다 땀과 열정을 토해낸다. 과거의 이력을 내려놓고 살아남아야 하는 ‘서바이벌’ 무대에 온전히 자신을 내던진다. 몸고생, 맘고생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완벽한 무대는 감탄사를 자아내고, 무대를 마치고 흘리는 참가자들의 눈물은 어느새 시청자들의 마음에 와닿는다. 이제야 비로소 제대로 ‘물 만난 고기’가 된 것이다. 이게 바로 과한 사연팔이 없이도 저절로 느껴지는 ‘미스터트롯’의 감동 포인트다. 

‘망돌(망한 아이돌)’이라는 주변의 비아냥을 감내하며 가히 환상적인 퍼포먼스를 선사하는 전직 아이돌 도전자들은 댄스 뮤직 일변도의 K팝 시장에 ‘K-트로트’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아이돌 시절 오랜 시간 트레이닝 받아온 춤과 노래는 트로트를 만나며 비로소 빛을 발한다.

태권도와 트로트가 함께한 ‘태권 트롯’, 비트박스와 트로트를 합친 ‘비트 트롯’, 락과 트로트의 플러스 ‘락 트롯’, 트로트의 흥에 에어로빅까지 더한 흥 폭발 무대 ‘에어로빅 트롯’까지 참가자들의 뛰어난 재능과 합쳐진 트로트의 변주에 한계란 없다. 

어느 장르와도 콜라보가 잘 이뤄지지 않았던 외톨이 장르 ‘전통가요’는 옛 말이 됐다. 튀는 반짝이 의상에 조금은 촌스러워야 제 맛이라는 트로트의 진부한 공식은 이처럼 자유로운 변주를 통해 신드롬이 되어 마침내 전 세대를 아우르고 있다. 

‘미스트롯’이 트로트의 맛을 알게 해줬다면 ‘미스터트롯’은 그 맛에 장르적 한계를 뛰어넘는 확장성을 더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트로트의 신나는 일탈이 반갑기만 하다. 아마도 ‘미스터트롯’이 끝날 즈음, 한 뼘은 더 성장한 새로운 트로트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권상희는 영화와 트렌드, 미디어 등 문화 전반의 흐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글을 통해 특유의 통찰력을 발휘하며 세상과 소통하길 바라는 문화평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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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선인 2020-02-07 07:34:39
요즘 트롯트 열풍은 마켓팅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즉 인구구조의 고령화로
50~70대 시장에 대하여 보다 적극적인 도전이
필요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