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is] 깜짝 1위 부티지지, 38살 동성애자 美대통령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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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깜짝 1위 부티지지, 38살 동성애자 美대통령 될까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2.05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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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와 경선에서 예상 뒤엎고 1위..언변 뛰어나 '제2의 오바마'
38세 동성애자·이민자 자녀·8개국어 능통한 엄친아·아프가니스탄 참전용사
북한에 대해서는 "北 점진적 제재완화해야...비핵화 단계적 해결 지지"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이 민주당 아이오와 경선에서 중간 집계 결과 1위를 차지했다. 사진=연합뉴스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이 민주당 아이오와 경선에서 중간 집계 결과 1위를 차지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제2의 오바마, 38세의 엄친아, 동성애자, 이민자의 자녀, 8개국어 능통자, 아프가니스탄 참전용사...

민주당 아이오와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피트 부티지지(Pete Buttigieg) 전 미국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을 수식하는 말들이다. 

피트 부티지지 전 시장은 민주당 대선 경선 레이스의 첫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개표 중간집계 결과 1위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당초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양강구도가 예상됐으나, '신예'인 부티지지 전 시장이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낸 것이다.

예상을 뒤엎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항마로 떠오른 부티지지 전 시장에 대한 관심도 쏟아지고 있다. 

각종 최초·최연소 타이틀..그는 누구인가?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부티지지 전 시장아 입후보로 당선된다면 갖가지 '최연소', 혹은 '최초' 타이틀을 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화려한 언변으로 '제2의 오바마'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부티지지 전 시장의 이력은 독특하다. 

1982년생, 올해 38세인 피트 부티지지 전 시장은 몰타섬 출신의 이민자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몰타섬에서는 흔한 성이지만, 발음이 어려운 '부티지지'라는 이름 대신 친근한 '피트 시장님'이라는 애칭으로 통한다. 

부티지지 전 시장과 학창시절을 함께 보낸 지인들은 그를 '신동'이라고 표현한다. 그의 동창인 패트릭 베이리스는 "학과수업 뿐만 아니라 피아노, 기타까지 모든 것이 뛰어났다"고 말했다. 여기에 프랑스어, 아랍어, 노르웨이어 등 무려 8개국어를 구사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대학교수인 부모님 아래에서 부유하게 자란 부티지지 전 시장은 하버드대, 옥스퍼드대, 컨설팅 업체 맥킨지 근무 등 화려한 경력을 쌓아오며, 2012년 29세의 나이로 그의 고향인 사우스벤드의 시장으로 취임했다. 그에게 '엄친아'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기도 했다. 

여론 일각에서 "젊은 세대의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부유계층과 엘리트 계층에 대한 반감이 강해지고 있다"며 그의 경력이 양날의 칼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부티지지 전 시장은 사우스벤드 시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황폐해진 시의 경제를 훌륭히 살려놓으면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인디애나주 북단에 위치한 사우스벤드 지역은 과거 자동차 산업으로 번성했으나 1963년 공장이 폐쇄되면서 이 지역 역시 빠르게 황폐해졌다.

이에 부티지지 전 시장은 노트르담 대학과 손을 잡고 공장부지를 4차 산업혁명 기지로 만들었다. 실업률을 크게 낮춘 것은 물론, 불필요한 자산을 매각하면서 재정을 확충하기도 했다. 

사우스벤드 트리뷴의 칼럼니스트인 자크 코르웰은 "쇠퇴해가던 거리를 '하면 되는' 거리로 바꿔놨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부티지지 전 시장은 시장 재임시절이던 2014년 시장직을 일시 휴직하고, 7개월간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며 능통한 아랍어 실력을 살려 대테러임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이란의 공격으로 미군이 부상을 입은 것을 두고 '두통'으로 경시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중동에서 목숨을 걸고 있는 사람의 시점에서 결단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공세를 퍼붓기도 했다. 

퇴역군인이자 변호사인 마크 윌리스는 "군인으로서의 경험으로 전쟁터로 병사를 보내는 결단의 무게, 퇴역군인 지원의 중요성 등을 이해하고 있다"며 "미국이 세계에서 잃었던 신뢰와 존경을 재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난 동성애자" 고백...첫 동성애자 대통령 후보

그는 최초의 동성애자 후보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2015년 6월 지역신문은 사우스벤드 트리뷴 기고를 통해 동성애자임을 밝혔다.

그는 기고에서 "동성애자인 것은 나의 직무능력에 아무런 관계가 없다"면서도 "주민의 이해를 얻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5개월 후 80% 이상의 표를 얻으면서 재선에 성공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2018년 결혼을 통해 남성 배우자를 둔 그가 유색인종의 지지는 거의 얻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아이오와의 백인 비율이 90%를 넘어서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쉽게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왼쪽)과 그의 배우자 체이스튼 글레이즈먼(오른쪽). 사진=연합뉴스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왼쪽)과 그의 배우자 체이스튼 글레이즈먼(오른쪽). 사진=연합뉴스

'중도 온건파'..낙태·마리화나 합법화 찬성

'중도 온건파 성향'인 그는 원하는 사람에 대해서만 건강보험을 제공한다는 '메디케어 포 올 후 원트 잇(Medicare for all who want it)' 정책을 내세웠다. 같은 당 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전국민 건강보험인 '메디케어 포 올(Medicare for all)'의 급진적인 공약에 맞선 것이다. 특히 아이오와의 노년층은 부티지지 전 시장의 온건한 정책 기조를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자 출신인 그는 오바마 전 행정부의 '미성년 입국자 추방유예(DACA, 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 프로그램을 지지한다. 이는 어린시절 미국에 불법으로 이민을 온 젊은이들을 보호하는 정책으로, 트럼프의 강경한 이민 정책과는 대조를 이룬다.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인다. 그는 기후정책에 1조5000억~2조 달러의 예산을 편성하고, 300만개의 청정에너지 관련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공약이다. "2050년까지 미국을 탄소 중립국으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했을 당시 파리협약을 유지해야 한다고 서명한 400명의 미국 시장들 중 한 명이다. 

눈에 띄는 점은 그가 낙태를 지지한다는 점이다. 다만 20주 이상의 태아에 대한 낙태 금지가 합당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마리화나 합법화에 대해서도 찬성하고 있다. 

성소수자인 그는 수감자들이 성전환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해 트렌스젠더 개인의 권리를 지지한다. 고용차별금지법과 미국 여권에 성별 선택권 추가, 성별로 인해 전역한 퇴역군인들에 대한 복리후생 등 종합적인 정책을 공개하기도 했다. 

또한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를 찬성하며, 시리아에서는 매우 제한적인 작전을 위한 주둔 유지를 지지한다.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이 3일(현지시각) 아이오와주 웨스트 디모인 선거캠프에 도착해 지지자들과 만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이 3일(현지시각) 아이오와주 웨스트 디모인 선거캠프에 도착해 지지자들과 만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콩 민주화 운동 지지..."북한에 '점진적 제재완화' 지지"

특히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핵무기보다는 북한의 인권 문제가 우선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전면적이고 완전한 비핵화'라는 제로섬 구상을 거부한다"며 "작은 단계에서 큰 단계로 이어지는 절차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자신들의 생존에 핵심으로 간주하는 핵무기를 당장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북한의 핵물질 생산중지와 핵 및 미사일 시험 중지, 핵 생산시설 및 시험장소 해체, 최종적으로 핵무기 자체를 파괴하는 단계적 절차"를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이 북한에 대해 점진적으로 제재를 완화하고, 남북한 간 평화를 지원하며,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협상을 위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처럼 불필요한 찬사만을 늘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폭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부티지지 전 시장에 대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상대하지 못할 사람"이라고 깎아내린 바 있다. 

이밖에도 홍콩 민주화 운동이나 신장 위구르 문제, 티벳 독립운동 등과 관련해서는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한편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여론조사 결과 시민들은 부티지지 전 시장에 대해 가장 중도적인 후보 중 한명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경험이 가장 적은 후보로 여겨진 반면, 호감도가 높거나 인격을 갖춘 후보로는 바이든 전 부통령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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