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배상기한' 임박...시효 지난 금감원 조정안에 은행권 '긴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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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 배상기한' 임박...시효 지난 금감원 조정안에 은행권 '긴 한숨'
  • 김솔이 기자
  • 승인 2020.02.05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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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은행 수용 통보 시한 7일까지 연장
은행권 "대법원 판결났는데 또 조정안이라니..."
은행, 주주 이익 훼손 판단…"배임 우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의 분쟁조정안 수락 여부를 둘러싼 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섣불리 배상에 나설 경우 배임 소지가 있는 데다 금융투자상품으로 논란이 확산될 수 있어서다. 한편에선 소비자보호 책임을 은행에게만 떠넘기는 금융감독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은행들의 키코 배상 관련 통보 기한을 한 번 더 연장하기로 했다. 앞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중소기업 4곳에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에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첫 통보 기한은 지난달 8일까지였으나 오는 7일로 한 차례 연장됐다.

◆ 은행 “법적 근거 없어…배임 소지 있다”

현재 배상 결정을 내린 곳은 우리은행뿐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3일 이사회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다음 이사회로 결정을 미뤘다. 신한은행은 이사회 안건 상정을 위한 배상안 검토 기간이 길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배상 의지가 확고하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2018년 취임 당시 ‘소비자보호를 위한 금융사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키코 재조사를 직접 추진해왔다. 배상을 거부한다면 감독당국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은행들이 망설이는 이유는 배임 소지가 있어서다. 2013년 키코 사태 관련 대법원 판결이 나온 데다 이미 민법상 손해액 청구권 소멸시효(10년)가 끝난 상황에서 이사회가 배상을 의결할 경우 주주 이익을 훼손하는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

배상액 규모도 천문학적이다. 신한은행 배상액이 150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순이다. 향후 자율조정 배상액까지 합치면 은행별 배상액은 200억원~550억원까지 늘어난다. 은행 실적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감원과 달리 은행에선 여전히 법적 근거가 미약한 배상에 배임 소지가 있다고 본다”며 “이사회 통과 여부부터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 배상 결정 이후 파장 예상

배상에 나섰다가 파장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키코는 대법원 판결 후 6년이나 지난 사례다. 이미 손실 난 다른 금융투자상품에도 문제가 제기된다면 은행은 법적 판단과 별도로 꼼짝없이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자칫 은행이 모든 금융투자상품 원금 손실액을 일부 보전해주는 곳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현재 은행이 판매 중이거나 향후 판매할 금융투자상품에 대해서도 ‘무조건 원금 보장’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투자상품 특성과 각 판매 사례의 정황을 고려하지 않고 불완전판매 부분만 찾아낸다면 모든 금융사가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금감원이 은행을 소비자에게 피해 주는 곳으로 보고 배상 등을 강요하는 건 ‘관치(官治)’가 아니겠나”라고 강조했다.

특히 금감원 제재 강도가 높아지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30일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 최고경영자(CEO) 중징계 결정을 내렸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손태승 회장(우리은행장 겸임)의 연임이 불투명해졌다. 불완전판매로 금융사 지배구조까지 흔들리는 셈이다.

일각에선 금감원이 감독 책임을 소홀히 한 채 금융사만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전 관리 없이 사후 제재에만 열을 올리면서 책임론에서 쏙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가 지난 4일 논평에서 “금융당국이 은행의 무분별한 파생상품 판매에 넋 놓고 있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키코부터 DLF까지 불완전판매가 계속됐다면 감독당국 역시 감독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이라며 “금융투자상품 손실 사태가 터진 후 부랴부랴 대책을 발표하는 금감원의 행태도 바뀐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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